트럼프 정부, 국가안보전략서 유럽 맹폭…"문명 소멸" 경고


대표 이미지 영역 - SBS 뉴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미국 정부는 5일(현지시간) 발표한 새 국가안보전략(NSS)에서 유럽이 "문명의 소멸" 위기에 있다면서 반(反)이민을 내세운 유럽 극우정당들을 지원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그동안 밝혀온 논란의 견해가 고스란히 담긴 새 NSS 내용에 대해 유럽에선 오랜 동맹에 대한 정면 도전으로 "용납할 수 없다"는 반발이 일고 있습니다.

뉴욕타임스(NYT)와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NSS에서 미국의 오랜 동맹인 유럽이 "문명의 소멸(civilizational erasure)이라는 엄혹한 전망"을 맞고 있다고 규정했습니다.

유럽이 고유의 가치를 잃은 채 그릇된 길로 가고 있으므로 "현 궤도를 수정할 수 있도록" 미국이 이끌어야 한다는 것이 이번 NSS 유럽 부문의 주요 내용입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유럽의 위대함 제고'라는 NSS의 한 파트를 유럽 국가들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데 할애했습니다.

개방적 이민 정책과 과도한 규제 등으로 유럽 국가들의 국가 정체성이 훼손되고 있으며, 국제사회에서 유럽의 존재감이 "미미한(unrecognizable)" 수준으로 가고 있다는 것이 미국 정부의 시각입니다.

NSS는 "우리는 유럽이 유럽적인 상태로 남길 원한다"면서 "문명적 자긍심을 회복하고 실패한 숨 막히는 규제를 철폐"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광고 영역

특히, 유럽연합(EU)에 대한 강한 불신을 드러내면서 그 대안 세력으로 반(反)이민을 내세운 강성 우익 정당들을 추켜올린 대목이 눈길을 끕니다.

트럼프 정부는 유럽연합(EU)을 비롯한 초국가 기구들이 정적의 탄압을 위해 시민의 자유와 국가 주권을 훼손하고 표현의 자유를 검열하는 등 "민주주의 주요 원리들을 짓밟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고는 "애국적 유럽 정당들의 영향력 증대는 위대한 낙관의 이유가 된다"면서 미국이 향후 유럽 내 이민 문제와 싸우고 국가주의를 확산시키는 정치세력을 지지하면서 유럽 전역에서 "저항을 불러 일으켜야" 한다고 적시했습니다.

구체적인 정당 이름을 밝히진 않았지만 '애국적 유럽 정당'은 영국개혁당과 독일대안당(AfD) 등 강한 우익 성향의 유럽 신생 정당들을 가리킨 것으로 보인다고 NYT는 전했습니다.

이어 NSS는 미국의 향후 목표는 "향후 수십 년에 걸쳐 유럽이 현재의 궤도를 수정하도록 돕는 것이어야 한다"고 제시했습니다.

NYT는 이번 NSS가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미국 우선주의 외교를 (유럽의) 다른 국가주의 정치인들에게 정치체제를 개혁하라는 신호로 삼고자 한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준다"고 평가했습니다.

유럽 국가들은 새 NSS 내용에 즉각 반발했습니다.

요한 바데풀 독일 외무장관은 베를린에서 기자들을 만나 "어떤 국가나 정당의 조언도 받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불쾌감을 드러냈습니다.

그는 미국이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의 가장 중요한 동맹이지만 "표현의 자유를 비롯해 독일 내에서 어떻게 자유로운 사회를 조직할지에 관한 문제에서는" 미국이 관여할 일이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유럽의회 대미관계위원장인 브란도 베니페이(이탈리아) 의원은 NSS가 "극단적이고 충격적인 문구"로 가득 차 있다면서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특히 그는 일부 내용은 노골적인 선거 개입 같다면서 "유럽연합에 대한 정면 도전"이라고 맹비난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오랜 시간 서방 자유 진영의 리더였던 미국이 이제는 반(反)자유주의로 치닫고 있다는 경고음도 나왔습니다.

바이든 행정부의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일했던 브루킹스연구소 톰 라이트 연구위원은 "이번 NSS는 반자유주의(illiberal) 국제 질서의 청사진"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그는 FT와 인터뷰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을 거의 전적으로 경제적 시각에서만 바라보고, 러시아의 위협에는 침묵하며, 유럽의 동맹들을 공격하는 데 에너지를 할애했다"면서 "미국이 중·러와 패권 경쟁을 하고 있다는 트럼프 1기 및 바이든 정부의 핵심 개념들을 포기해버렸다"고 지적했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광고 영역
댓글
댓글 표시하기
이 시각 인기기사
기사 표시하기
많이 본 뉴스
기사 표시하기
SBS NEWS 모바일
광고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