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인천·경기·강원 등 4개 시도에 대설특보가 발효된 4일 서울 마포구 홍대 인근에서 퇴근길 차량들이 눈길에 큰 정체를 빚고 있다.
어제(4일) 저녁 '요란한 첫눈'을 맞는 퇴근길 직장인들의 얼굴에는 반가움 대신 짜증과 불안이 가득했습니다.
이날 오후 강남역 앞은 조금씩 흩날리는 눈에 잠시 고요함이 스쳤으나 천둥이 치고 눈발이 점점 굵어지며 직장인들의 발걸음이 조급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지인과 통화하며 "첫눈이 왜 이렇게 많이 오느냐"거나 "눈 때문에 앞이 보이지 않는다"고 불평하는 이들도 있었습니다.
한 남성은 종종걸음으로 걷다가 주머니에서 지갑이 빠져나올 정도로 엉덩방아를 세게 찧기도 했습니다.
제설작업으로 일부 도로가 통제되며 짜증 내는 운전자들의 경적 소리가 이어졌습니다.
자가용 대신 지하철을 이용하려는 승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지면서 열차 안도 숨을 쉬기 어려울 만큼 붐볐습니다.
도로 위에서 발이 묶인 승객들이 버스에서 내려 걸어가는 모습도 서울 곳곳에서 목격됐습니다.
오후 6시 서울 전역에 내려진 대설주의보는 2시간 만에 해제됐으나 도로에 쌓인 눈의 영향으로 퇴근길 불편은 밤늦게까지 이어졌습니다.
직장인 김 모(31)씨는 "버스를 타고 퇴근하는데 평소에는 30분 거리가 오늘은 3시간이나 걸렸다"고 전했습니다.
자차를 끌고 강남구에서 마포구 상암동으로 퇴근한 김 모(52)씨는 "보통은 40∼50분이면 가는 거리인데 오늘은 2시간 30분 정도 걸릴 것 같다"며 "앞에서 병목이 생긴 듯해 1시간 넘게 한남대교에 갇혀있다"고 말했습니다.
지하철을 타고 강남구 집으로 귀가한 직장인 안 모(25)씨도 "마포구 상암동 직장에서 평소 1시간 정도 걸리는데 오늘은 2시간 30분 걸려서 겨우 퇴근할 수 있었다"며 "미끄러워서 어그부츠를 신었는데 퇴근길에 넘어지기까지 했다"고 했습니다.
2년 연속 서울에 요란히 쏟아진 첫눈에 시민들은 "눈이 녹기만 기다리는 것이냐"고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습니다.
서울은 지난해 11월에도 20㎝ 넘는 폭설이 첫눈으로 내렸습니다.
직장인 조 모(28)씨는 "아무리 첫눈이라고 해도 이미 지난해에도 비슷한 일이 있지 않았느냐"며 "계속 이런 일이 반복되는 건 정부든 지자체든 대비하지 못한 잘못이 있다고밖에 볼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남대문시장에서 떡볶이 노점을 운영하는 이 모(52)씨는 2시간 일찍 퇴근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 씨는 "가게 보관소가 언덕에 있어서 지금 철수하지 않으면 큰일 난다"며 "눈이 오는 날에는 손님도 적어지고 눈을 맞은 꼬치도 다음날에 쓰지도 못한다"고 말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