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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국민의힘 '지지율 위기' 따져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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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공산 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들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합니다."

전직 대통령의 계엄 선포는 보수 정당 위기의 서곡과도 같았습니다. 계엄 이후 이어진 탄핵과 대선, 새 지도부를 뽑는 전당대회까지 정치 시계는 그 어느 때보다 바삐 돌아갔지만, 국민의힘은 늘 '계엄의 강'을 마주해야 했습니다. 이 강을 건너느냐, 마느냐…. 지난 1년, 국민의힘은 대개 머뭇거렸습니다. 안으로는 내홍이 이어졌고, 밖에서는 거센 공격의 빌미가 됐습니다.

어찌 됐든 보수 정당의 위기는 고스란히 지지율로 나타났습니다. 지난 6월 대선 이후, 20% 초반 지지율 박스권에 갇혔다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특히, 계엄 1년 당일인 어제(3일),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사과를 사실상 거부하면서 지지율과 관련한 당내 위기감은 더욱 커졌습니다. 언론 보도도 잇따랐습니다.

계엄 사과 없이 산토끼 잡겠다는 野…집토끼도 '아슬아슬' (서울신문)
사과 거부한 장동혁에 "지방선거 포기한 거냐" 부글부글 (한국일보)
취임 100일 장동혁…'단일대오' 지켰지만 외연확장은 실패 (이데일리)
윤석열 단절 못 해 '극단화' 심화…지지율 정체 속 아직도 '사과하자 vs 안 된다' 논쟁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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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지지율 위기가 어느 정도인지, 여론조사기관 갤럽의 정당 지지율 조사를 토대로 그 추이를 살폈습니다

. 갤럽은 거의 매주 전화 면접 조사 방식으로 정당 지지율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같은 방식으로 정기적으로 여론조사를 하는 만큼, 추이를 분석할 때 유용한 분석 도구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먼저, 대선 이후를 기준으로 국민의힘의 정당 지지율을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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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간의 평가대로, 20% 초반 지지율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 성적표는 이재명 정부의 10·15 부동산 대책, 김현지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 논란,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논란 등을 연결 고리로 대여 공세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뼈아픈 대목이라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그런데, 주의 깊게 볼 대목이 있습니다. 위 표에서 점선이 보이실 텐데, 이건 자신의 정치 성향이 '보수'라고 답한 비율입니다. 즉, 자신이 보수라고 생각하는 비율보다 국민의힘 지지율이 밑돌고 있습니다.

보수층 안에서도 국민의힘을 지지하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분석이 가능한 셈

입니다.

그렇다면, 원래 그랬을까요. 작년 같은 기간 비교했습니다. 계엄 이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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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같은 기간에는 자신이 정치 성향이 '보수'라고 답한 비율과 국민의힘 지지율이 거의 붙어서 가거나, 오히려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 높게 나온 적이 많았습니다. 보통은 이런 그래프 모양이 정상이라고 합니다. 이탈이 적은 보수층의 견고성에 더해, 중도 보수 성향 지지가 유입되는 식으로 국민의힘 지지율이 구성돼 왔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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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계엄 이후, 특히, 대선 이후 보수층의 지지를 온전히 받고 있지 못하고 있습니다.

박원호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 (SBS 전화 인터뷰)
"계엄 이후, 국민의힘이 이른바 '윤 어게인'에 함께하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즉, 코어 지지자들한테 끌려다니는 그런 정치적 태도가 중도에 가까운 보수층의 외면을 받은 걸로 해석됩니다. 원래 대한민국 보수의 스펙트럼은 하나로 규정되기 어려울 만큼 다양한 색채를 띄는 게 특징이었는데, 지금은 그 간극이 더 벌어진 걸로 보입니다. 보수층 내부, 화학적으로 결합할 수 있을 것인가, 이게 핵심 과제일 텐데, 지금으로서는 큰 위기 상황임은 분명해 보입니다."

이번에는

중도층의 정당 지지율을 분석했습니다. 자신의 정치 성향이 '중도'라고 답한 사람들만 따로 뽑아 낸 뒤, 이들의 정당 지지율을 살펴보는 식

입니다. 아래 표는 분석 결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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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층의 국민의힘 지지율은 10에서 20% 사이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민주당보다 20%p 정도 낮은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 역시, 지난해 같은 기간, 그러니까, 계엄 이전과 비교해 보면, 그 격차가 더욱 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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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층 마음이 여전히 국민의힘에 돌아오고 있지 않다는 해석이 가능합니다.

달리 말하면, 안으로는 보수층, 밖으로는 중도층, 양쪽 모두 개선의 기미가 잘 보이지 않는 '내우외환'에 빠져 있는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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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출범한 장동혁 지도부는 '굳힌 뒤 뻗어가기', 즉, 선(先) 보수층 결집, 후(後) 중도층 확장 전략을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금은 계엄과 탄핵으로 상처받은 지지층을 보듬는 것이 우선이라는 겁니다. 계엄 1년인 어제 장동혁 대표가 사실상 사과를 하지 않은 것도 이런 계산이 깔렸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지금 사과하면 보수층의 균열만 더해질 뿐, 중도층 흡입 효과도 아직 크지 않을 거란 판단이 읽힙니다. 달리 말하면, 적어도 지금은 '사과의 타이밍'이 아니란 의미일 겁니다.

타이밍은 고도의 정치 행위입니다. 섣불리 결정할 수 없습니다.

다만, 정치권에서는 '지지율이 깡패'라는 말이 있습니다. 지지율을 높이지 못한다면 그 어떤 정치적 계산과 전략도 백약이 무효라는 얘기입니다.

정당 지지율은 당 지도부의 리더십을 떠받드는 핵심 축 가운데 하나이기도 합니다. 적어도 지금과 같은 '내우외환' 지지율 속에서, 정치적 결단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정치는 생물인 까닭에 무엇이 지지율을 견인할지 확신할 수 없지만, 전략보다 당위가 앞설 때도 적지 않습니다.

계엄 1주년이었던 어제, 공교롭게도 장동혁 대표 취임 100일이자 지방선거를 딱 6개월 앞둔 시점이었습니다. 그간의 궤적을 되짚고, 다가올 큰 선거의 각오를 다지는, 국민의힘 입장에서도 나름 의미 있는 정치 기념일이기도 했지만, 이른바 계엄 사과 논란으로 빛이 바랬다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적어도 앞으로 펼쳐질 국민의힘 선거 전략이, 이재명 정부의 '실정'을 기다리고 이를 통한 '반등'을 기대하는 건 아니길 바랍니다.

(작가 : 김효진, 인턴 : 황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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