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1년 전 계엄이 선포된 그날, 담장을 넘어 국회로 들어가 국회의 계엄 해제 표결을 이끌어낸 인물이 있습니다.
우원식 국회의장을 제가 직접 만나 1년 전 그날을 되돌아 봤습니다.
Q. 계엄 소식 들었을 때 든 생각은?
[우원식/국회의장 : 아, 이거 하려고 그랬구나. 그동안 6개월 동안 국회하고 관계가 너무 나빴거든요. 제 생일이 9월인데 9월 카드가 왔어요. 카드에 '우원식 국회의원님 생일 축하합니다', 이렇게 왔어요. 무시해도 완전히 무시하는 거죠. 결국은 22대 국회 개원식에도 안 오고 그리고 시정연설 때도 안 오고. 도대체 이 사람이 왜 이럴까, 그게 저는 굉장히 궁금하기도 하고 걱정도 되고 그랬어요.]
Q. 국회 담 넘어 진입…당시 상황은?
[우원식/국회의장 : 내가 계엄군 피해서 왔는데 경찰하고 다투다가 경찰한테 잡히면 또 그럼 아무것도 못 하잖아요. 그래서 '안 되겠다', 그렇게 생각하고 조용한 데로 차를 빼게 해서 좀 들어가다 보니까 담 넘어갈 만한 데가 있더라고요.]
Q. 국회 도착 후 본관 불 켜진 이유는?
[우원식/국회의장 : 아, 그건 (의장실 도착) 조금 후의 얘기고요. 여기 와서 첫 번째 기자회견을 했어요. 제 위치가 노출됐잖아요. 이 자리에서 했거든요. 여기서 바로 나가서 숨어야 하니까. 그래서 5층쯤으로 가자. 농해수 전문위원실이더라고요. 거기 들어가서 숨었죠. 숨고 제 방에 불을 켜놓으니까, 저를 감춰야 하니까 우리 직원들이 나눠서 국회 전 방에 불을 다 켜느라고 아주 고생했습니다. 저를 감추느라고 켠 불인데 그게 그날 밤 어둠을 밝히는 빛이었고 그리고 민주주의를 지킨 빛이었습니다.]
Q. 윤 전 대통령, 계엄으로 뭘 얻으려 했나?
[우원식/국회의장 : 글쎄, 제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아니니까 속마음까지는 다 모르겠는데 겉으로 드러난 거 보면 나는 대통령이 자기 가족이나 측근들 조사하는 거를 저렇게 거부한 사람을 본 적이 없어요. 그런데 윤석열 전 대통령은 자기 부인, 당시의 영부인에 대해서 몇 차례 비리 문제에 대해서 조사하자고 국회에서 통과시키면 거부권을 했잖아요. 비상계엄을 통해서 권력을 독점하고 자기 가족들 보호하고 사적인 권력을 만들려고 했던 거죠.]
Q. 계엄 해제 표결, 그 원동력은?
[우원식/국회의장 : 첫째는 국민이죠. 정말 놀라운 힘 아닙니까? 국회 앞으로 국민들이 그렇게 빠른 속도로… 사실 되게 위험한 장소입니다. 계엄군들이 쳐들어오고 총을 쏠지도 모르고. 그리고 또 하나는 젊은 군인들. (국회 밖으로) 나갈 때 시민들한테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하고 나간 그 계엄군의 모습을 보면 그야말로 민주주의 시대를 살아온 민주주의 훈련을 받은 군인이라는 제복을 입은 시민으로서의 역할을 한 거죠.]
Q. 국민께 한말씀 드린다면
[우원식/국회의장 : '민주주의가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느냐', 여기에 국민들이 '그렇다', 이렇게 대답할 수 있도록 국회가 최선을 다해서 국민들의 큰 은혜, 고마움에 대해서 보답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영상취재 : 한일상·김태훈, 영상편집 : 김종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