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층 건물 불나면 어떻게 끄나…"내부 소방시스템이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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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대형 화재가 일어났던 홍콩 북부 타이포 지역의 고층 아파트 단지

최근 홍콩의 32층 아파트 단지에서 발생한 대규모 화재를 계기로 국내에서도 고층 건물의 화재 안전 관리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국내의 30층 이상 또는 높이 120m 이상 고층 건물은 4천756개 동이 있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이 가운데 50층 이상 또는 높이 200m 이상 '초고층 건물'은 126개입니다.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가 555m(123층), 부산 해운대 엘시티 랜드마크타워가 411.6m(101층)가 대표적인 초고층 건물입니다.

이렇게 높은 건물에서 불이 나면 소방고가차나 소방드론, 소방헬기 등의 방법이 있지만 가장 효과적인 진화 방법은 건물 내부 소방시스템을 이용하는 것이라고 소방 당국은 설명합니다.

소방 당국 관계자는 "외부에서 진화하는 노력은 보조적일 뿐, 초고층 건물 내부 소방 시스템으로 끄는 게 정답"이라고 말했습니다.

오늘(3일) 소방 전문가 등에 따르면 소방당국은 초고층 건물 화재 진압을 위해 최근 70m급 소방고가차를 늘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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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m급 소방고가차는 23층 높이까지 닿을 수 있고 100m 높이까지 물을 쏘아 올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서울에 5대, 부산에 1대 등 전국에 29대만 보급됐고, 33층 이상 건물 화재 때는 별 소용이 없습니다.

소방헬기도 있지만 초고층 건물 접근 때는 하강풍이 불기 때문에 오히려 화염이 확산할 우려가 있습니다.

이 때문에 소방헬기로 건물 위에서 물을 뿌리는 게 진화에 효과적인지는 기상 상황과 건물 특성을 반영한 종합적 판단이 필요합니다.

최근에는 소방호스를 이용해 물과 소화약제가 혼합된 소화용 폼을 400m 이상 보낼 수 있는 고성능 펌프차가 초고층 화재 진압용으로 주목받습니다.

현재 부산소방재난본부가 3대를 운영 중입니다.

전국 소방관서에 배치된 드론은 500여 대인데

2천500여 명의 소방관이 1종∼3종의 드론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화재 등 재난 현장에 소방 드론이 투입된 횟수는 2020년 1천231건에서 지난해 4천623건으로 크게 늘었습니다.

소방용 드론의 수직 이동속도는 초속 4m로, 30층 높이에 도달하는 데 약 25초가 걸립니다.

그러나 화재 진압용 드론은 아직 실전에 투입할 단계는 아닙니다.

소방청 항공안전 관계자는 "진화용 드론은 소화 약제나 소화탄을 목표지점에 투하하는 '투척형'과 소방차나 소화전에 연결된 호스를 불이 난 층까지 끌어올려 분사하는 '호스 인양형'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이들 드론을 계속해서 테스트하고 시연도 하고 있으나, 실제로 화재 진압에 투입하려면 물이나 약제를 지속해 분사할 수 있게 고중량 드론 개발이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이 때문에 현재 소방 드론은 화재 등 재난 발생 시 전체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정보를 파악해 전략을 짜거나 실종자 수색에 활용되고 있습니다.

산불 진화에 특화된 고중량 드론은 개발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국토교통부와 항공안전기술원은 '산불 진화 특화 고중량 드론' 개발 사업자로 올해 8월 엔젤럭스 컨소시엄을 선정, 2027년까지 115억 원을 투입할 계획입니다.

이 사업은 최대 탑재중량 200㎏, 최대이륙중량 450㎏ 이상이며, 소화액 등을 탑재하고 최대 3시간 비행이 가능한 드론 개발을 목표로 합니다.

초고층 건물 화재에는 공기안전매트(에어매트)와 완강기도 큰 효과가 없습니다.

에어매트는 시중에 3층형·5층형·10층형·15층형·20층형이 있지만 한국소방산업기술원(KFI)은 5층형(16m 이하)까지만 인증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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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 관계자는 "안전성이 인증된 에어매트는 5층 높이가 최대지만, 더 높은 건물에서 불이 났을 때 생명을 구할 마지막 수단으로 10층형 에어매트를 싣고 다니는 경우가 있다"고 전했습니다.

에어매트는 급박하게 뛰어내리다가 오히려 목숨을 잃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지난해 8월 부천시의 9층짜리 호텔에서 발생한 화재 때는 8층에 머물던 투숙객이 에어매트 가장자리 쪽으로 뛰어내리면서 반동으로 에어매트가 뒤집혔습니다.

뒤이어 뛰어내린 또 다른 투숙객은 바닥으로 떨어졌고 두 사람 모두 사망했습니다.

몸에 줄을 장착해 땅으로 천천히 내려오는 완강기도 10층 높이까지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백승두 소방청 대변인은 "50층 이상 초고층 건물에는 피난안전구역으로 대피할 수 있게 '하향식 피난구' 설치를 권장한다"며 "설치 비용 및 사생활 침해 우려가 있지만 높은 건물에서도 층수에 상관없이 신속하게 대피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초고층 건물은 지상층으로부터 최대 30개 층마다 1개 이상의 피난안전구역을 설치해야 합니다.

피난안전구역에는 급수전과 배연설비, 방재센터와 긴급 연락을 할 수 있는 경보 및 통신시설 등이 설치돼 있습니다.

내부 마감재는 불연재료를 쓰고, 특별피난계단과 비상용 승강기가 설치됩니다.

하향식 피난구는 덮개와 사다리, 경보시스템으로 구성됩니다.

화재 경보가 울리면 잠금장치가 해제되고 덮개를 열면 사다리가 펼쳐져 아래층으로 대피할 수 있는 설비입니다.

초고층 건물의 소방시스템은 설계할 때부터 초고층재난관리법과 각종 소방 관련법, 건축법의 규제를 받습니다.

50층 이상 건물의 옥내 소화전 주배관은 두 개 이상을 설치해 하나가 고장 나도 다른 하나가 작동해야 합니다.

또 수량이 안정적으로 공급돼야 하며 스프링클러는 60분 동안 물을 쏟아낼 수 있어야 합니다.

비상전원 또한 옥내소화전 설비와 제연설비를 유효하게 60분 이상 작동할 수 있어야 합니다.

화재감지기와 자동 화재경보 시스템을 갖추는 것은 물론 종합방재실과 초기 대응대를 운영해야 합니다.

초기 화재 진압의 '속도'가 전체 안전을 좌우하는 만큼 무엇보다 소방 시스템이 빈틈없이 작동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합니다.

국내 최고층 건물인 롯데월드타워의 경우 약 16만 개의 스프링클러와 3만 개의 화재감지기, 자체 소방대 및 지하주차장 차량화재에 대응할 수 있는 전용 소방차를 갖추고 있습니다.

또 5개 층(104·75·39·21·지하 4층)에 소화수조를 설치해 각각 189톤(t)의 물을 저장합니다.

정전되더라도 중력을 활용해 스프링클러와 옥내소화전에 최대 300분간 급수가 이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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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력식 방수는 순간 방출량이 큰 만큼 초기 화세를 강하게 눌러 연소 확대를 차단할 수 있다고 타워 운영사인 롯데물산은 소개했습니다.

롯데월드타워의 승강기 61대 가운데 19대는 화재 발생과 동시에 피난용으로 전환돼 피난안전구역이 있는 5개 층(22·40·60·83·102층)으로 대피 인원을 실어 나릅니다.

피난용 승강기는 양압이 유지돼 연기가 들어오지 않고, 화염에 대한 내구성도 갖췄습니다.

소방관 전용 비상용 승강기 2대도 별도 설치돼 있습니다.

승강기 시스템을 기반으로 건물 전체 인구를 63분 안에 전원 대피시킬 수 있다고 타워측은 설명했습니다.

고영섭 롯데물산 소방방재팀장은 "초고층 건물은 초기 대응이 생명"이라며 "롯데월드타워는 설계 단계부터 화재·테러 등 재난을 전제로 초고층 전용 안전 설비를 촘촘히 갖췄고 정기 훈련 등을 통해 실제 상황에 즉각 대응하는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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