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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회사가 왜 로봇을? 테슬라·현대차·샤오펑의 마지막 퍼즐 [스프]

[오그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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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데이터를 만지고 다루는 안혜민 기자입니다. SF 영화 속에서나 보던 휴머노이드 로봇이 점점 현실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중국 기업들이 공개한 로봇을 두고 사람이 연기하는 것 아니냐, CG로 조작한 거 아니냐는 논란이 일어날 정도죠. 오늘 오그랲에서는 급격히 발전하는 휴머노이드 로봇 산업을 살펴보겠습니다. 중국과 미국의 치열한 경쟁은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 또 왜 테슬라 같은 자동차 회사들이 로봇 산업에 뛰어들고 있는지 다양한 그래프와 데이터로 풀어보겠습니다.

"100% 사람이다" 세계를 놀라게 한 중국 로봇

지난 11월 5일에 중국의 전기차 업체인 샤오펑이 자체 컨퍼런스 행사인 AI 데이를 진행했습니다. 이 날 행사에서 샤오펑은 차세대 휴머노이드 로봇인 아이언 2세대 모델을 공개했습니다. 키 178cm에 몸무게 70kg로 사람과 비슷한 체형도 눈길을 끌었지만 사람들이 깜짝 놀란 건 로봇의 움직임이었어요. 진짜 사람이 걷는 것처럼 부드러운 발걸음을 보였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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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자연스러운 나머지 SNS에서는 사람이 연기하는 거라고, 중국의 발표를 믿을 수 없다는 게시물도 많이 올라왔습니다. 하지만 샤오펑 측에서는 사람이 아니라 로봇이 맞다는 증거 영상을 공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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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오펑은 이번 행사를 통해 단순히 전기차 업체를 넘어서서 휴머노이드 로봇뿐 아니라 로보택시로도 사업을 확장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사실 샤오펑이 휴머노이드 로봇을 공개한 건 지난해 11월 8일로 불과 1년 전입니다. 당시에는 발표 무대에 오르지는 않았고 영상으로만 공개되었죠. 하지만 1년 사이에 완성도가 이렇게나 높아진 겁니다.

샤오펑은 2014년 스타트업으로 시작해 10년 만에 중국을 대표하는 전기차 업체로 성장했어요. 중국의 전기차 시장은 정부의 대규모 보조금과 지원 정책에 힘입어 정말로 많은 회사들이 생기면서 과열 경쟁이 심했습니다. 그런 시장에서 샤오펑은 당당히 살아남아 기술력을 뽐내고 있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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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에서 전기차 사업을 하는 기업 130곳 가운데 이익을 낸 곳은 딱 4곳뿐입니다. BYD, 리오토, 테슬라, 그리고 샤오펑 이렇게요.

샤오펑뿐 아니라 다른 중국 기업의 휴머노이드 영상에서도 비슷한 조작 논란이 있었습니다. 영상의 주인공은 유비테크의 2세대 모델 워커 S2인데요. 영상 속 워커 S2의 모습이 딱 떨어지게 정렬이 되어 있고 동시에 걸음 걷는 모습을 두고 CG로 만든 거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습니다.

이 의혹을 던진 사람은 미국의 AI 로봇 기업 피겨 AI의 CEO였는데요 로봇 머리의 조명이 이상하다고 지적하며 앞의 로봇만 진짜고 뒤는 가짜라고 주장했어요. 그러자 유비테크에서는 비하인드 영상을 공개하면서 CG가 아니라고 반박했습니다.

사실 중국은 로봇 산업에서 압도적인 경쟁력을 갖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산업용 로봇 분야에서는 후발주자였지만 지금은 선두 자리에 있을 정도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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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에 전 세계에 신규 설치된 산업용 로봇은 모두 54만 2,000대입니다. 그중에 중국에서만 29만 5,000대가 설치되어서 전체의 54%를 기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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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만 하더라도 중국이 차지하는 비율은 26%밖에 되질 않았습니다. 하지만 점점 설치규모가 늘어나면서 2024년엔 전 세계 산업용 로봇의 절반 이상이 중국에 있을 정도로 확장되었죠.

산업용 로봇뿐 아니라 휴머노이드 로봇 분야도 마찬가지입니다. 휴머노이드에서는 초기부터 빠르게 시장을 넓히고 있어요. 앞서 언급된 샤오펑과 유비테크뿐 아니라 다양한 중국의 기업들이 휴머노이드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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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2월 기준으로 휴머노이드 개발 기업의 국가를 살펴보면 중국이 절반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뒤 이어 미국이 20%, 일본이 10% 정도죠. 중국 로봇 산업 투자 건수 가운데 49%가 휴머노이드에 집중될 정도로 자본의 집중도 상당합니다.

중국의 휴머노이드 산업에서 자본뿐 아니라 또 하나 주목할 지점은 신생 기업을 이끄는 리더들이 젊다는 겁니다. 앞서 살펴본 샤오펑과 유비테크 CEO는 둘 다 70년대 생으로 40대이긴 하지만 신생 스타트업을 이끄는 CEO들 중에선 90년 대생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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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CCTV 춘절 갈라쇼에서 칼군무를 선보인 유니트리 로봇. 유니트리의 CEO는 1990년생입니다. 즈위안로봇, 아지봇의 창업자도 1993년생이고요. 갤봇의 왕허 CEO도 1992년생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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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성형 AI로 불쑥 다가온 휴머노이드... 중국과 경쟁하는 미국은?

생성형 AI가 빠르게 발전하면서 그다음 시대의 주인공이 될 피지컬 AI도 어느새 우리 눈앞에 다가오고 있습니다. 컴퓨터 속 챗봇을 벗어나 실체가 있고, 현실 안으로 확장될 피지컬 AI는 센서와 카메라를 통해 직접 현실 세계를 인식하고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할 수 있습니다. 올해 초 CES 발표에서 젠슨 황은 피지컬 AI의 대표주자가 될 휴머노이드와 함께 무대에 오르기도 했죠. 밑에 나와있는 14대의 휴머노이드 로봇. 이 중에 중국 기업이 6곳이나 포함되어 있습니다. 나머지 8곳 가운데 미국 기업을 살펴보면 4곳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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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에서도 현대차가 인수한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제외하면 3곳 밖에 남질 않죠. 중국의 약진도 약진이지만, 생각보다 미국이 힘을 쓰지 못하는 것 같죠? 글로벌 휴머노이드 시장은 미국과 중국의 대결 양상이 맞지만 양쪽 진영의 상황을 살펴보면 강점과 약점이 명확히 차이가 납니다. 일단 가장 큰 차이는 집중하는 영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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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휴머노이드 로봇의 두뇌인 AI에 집중하고 있는 반면, 중국은 휴머노이드의 몸, 하드웨어 제조의 경쟁력이 압도적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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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머노이드의 두뇌를 개발하는 기업 22개 가운데 미국계 기업은 13개인 반면 중국계는 2개뿐입니다. 하지만 하드웨어는 그 반대입니다. 로봇의 몸을 담당하는 기업은 중국계 기업이 24개로 북미 지역보다 훨씬 더 많죠.

중국은 압도적인 제조업 생태계를 기반으로 로봇을 빠르게 많이 찍어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걸 반복해서 실험에 사용하면서 로봇의 성능을 업그레이드하고 있어요. 로봇은 컴퓨터 속 AI와 달리 실제 물리 세계에서 넘어져보고, 부서지는 과정에서 데이터를 쌓을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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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으로 지난 4월 베이징에서 개최된 세계 최초의 로봇 마라톤 대회가 있습니다. 인간 12,000명과 함께 21대의 휴머노이드 로봇들은 평지뿐 아니라 경사도 있는 하프 마라톤 코스를 달렸습니다. 물론 어떤 로봇은 출발도 못했고, 어떤 로봇은 레일에 처박기도 했지만 6대는 완주에 성공했습니다.

와장창 난리였던 상황을 두고 SNS에서는 비판도 있었지만 단순히 실패라고 보기는 어려워요. 실제로 MIT나 워싱턴대의 연구자들 사이에선 중국의 이 대회를 두고 "역사적 실험"이라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죠. 실험실이 아닌 실제 인간의 환경의 습도, 기온 속에서 과연 휴머노이드가 배터리의 한계를 딛고 장거리 주행이 가능한지를 시도해 본 것이니까요.

이런 환경이 갖춰진 중국과 하드웨어로 경쟁하기는 미국 입장에서도 상당히 부담스럽기 때문에 로봇의 두뇌인 AI에 더 집중하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습니다. 로봇에 사용될 범용 AI 모델을 먼저 완벽하게 만들어서 생태계를 휘어잡자는 전략인 셈인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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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은 반복 실험을 현실에서 할 수 없으면 가상의 환경 속에서 진행하는 법도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엔비디아의 코스모스처럼 시뮬레이션을 통해 반복 학습할 수 있는 플랫폼을 이용하는 식으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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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미국에도 하드웨어 경쟁력이 있는 로봇 기업이 있습니다. 테슬라가 대표적이죠. 테슬라는 자신들의 로봇인 옵티머스에 들어갈 자체 시스템 반도체와 모델도 있고, 하드웨어도 자체 설비를 통해 제작하고 있습니다. 테슬라는 단순히 휴머노이드를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전기차 제조업체를 넘어서 AI와 로봇 기업으로 아예 체질을 바꿀 채비를 갖추고 있어요. 일론 머스크는 옵티머스가 향후 테슬라 가치의 대부분을 차지할 것이라고 얘기할 정도니까요.

사실 옵티머스가 처음부터 이렇게 잘 나갔던 건 아닙니다. 2021년에는 로봇 공개 대신 로봇 분장을 한 댄서의 촐랑대는 춤을 선보이면서 SNS에서 비웃음을 받기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매해 엄청난 속도로 발전하면서 이제는 이렇게 다양한 움직임을 선보일 정도로 진화에 진화를 거듭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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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테슬라 주주총회에서 통과된 일론 머스크에 대한 조건부 주식 보상안이 핫했었죠? 시총 8조 5,000억 달러라는 최종 목표를 달성하면 최대 1조 달러의 보너스를 주겠다는 거였는데, 여기에 포함된 목표치를 봐도 테슬라의 체질 변화 의지가 강력하게 나타납니다. 포함된 미션 가운데 상업 운행 로보택시 100만 대, 휴머노이드 로봇 배치 100만 대 같은 건 단순히 전기차 판매에 그치는 게 아니라 AI와 로봇 기업으로 탈바꿈하겠다는 의지로 볼 수 있으니까요.

테슬라뿐 아니라 다른 미국의 빅테크들도 AI 모델을 넘어서 휴머노이드 시장에 발을 내딛고 있습니다. 메타는 신설 로봇 팀을 만들고 인재를 채용하고 있고요,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원래 주인이었던 구글은 앱트로닉과 함께 휴머노이드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자동차 기업들이 로봇으로 갈아타는 이유

중국의 샤오펑, 미국의 테슬라 두 기업 모두 전기차를 만들던 기업인데 지금은 휴머노이드 로봇까지 사업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현대차도 비슷합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인수했고 최근엔 피지컬AI 개발에 진심 모드이죠. 내년부터 향후 5년간 125조 원 넘게 투자해 AI와 자율주행, 로보틱스 역량을 키울 계획입니다.

도대체 자동차 기업들이 휴머노이드 로봇 산업에 뛰어드는 이유는 뭘까요? 일단 첫째로 자동차 생산 원가 절감을 이뤄낼 수 있다는 점이 있습니다. 사실 이미 자동차 제작 공정에는 자동화 공정이 많이 적용되어 있어요. 일례로 상하이에 있는 테슬라 기가팩토리는 자동화율이 95%에 달한다는 얘기도 있죠. 나머지 5% 영역만 사람이 하고 있는데, 가령 차체 실내외의 부품을 장착하고 부품과 배선을 연결하는 세심한 작업들입니다.

이런 영역을 미래엔 휴머노이드 로봇이 대체할 수 있게 되는 겁니다. 그렇게 되면 인력 없이도 100% 로봇만으로 자동 생산이 가능해지게 되겠죠.

또 하나의 이유는 자동차 제조 공정과 로봇 제조 공정이 상당히 유사하다는 점이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70~80% 정도 기술 영역이 겹친다고 얘기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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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생각해 보면 자율주행차량은 거대한 로봇과 같습니다.사물을 보고, 인지하고, 판단하는 AI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로봇인데 그 로봇에 바퀴가 달려있고 우리가 타고 있을 뿐이죠. 주변 환경을 스캔하고 사물을 인지하는 센서와 AI 기술은 자율주행차량뿐 아니라 로봇에도 필요하고 배터리와 전력 시스템 역시 자동차와 로봇 양쪽에서 완벽히 호환됩니다.

시장 규모도 매력적인 이유입니다. 자동차 시장은 아무리 변주를 줘도 자동차를 벗어나기가 어려워요. 하지만 휴머노이드 로봇은 자동차 시장에 비해 훨씬 확장성이 좋죠. 휴머노이드 로봇은 제조 공정 자동화에만 투입되지 않습니다. 제조업을 넘어서 다양한 서비스 시장으로 확장될 수 있죠. 노인 돌봄 같은 헬스케어 영역도 있고, 물류업에선 재고 관리 분야에서 사용될 수 있습니다. 고객을 대응하는 서비스업과 가정 속 개인 돌봄과 재난 대응까지… 휴머노이드 로봇의 확장성이 좋다 보니 관련 시장 전망치는 상상을 초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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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컨설팅업체 맥킨지에서는 휴머노이드 시장이 2040년에 최대 3,700억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어요. 우리나라 돈으로 543조가 넘는 어마어마한 시장인거죠.

물론 이건 가장 긍정적인 시나리오를 상정한 예측치긴 합니다. 휴머노이드 시장이 성장하기까지 넘어야 할 산도 많이 있는 게 현실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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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머노이드 로봇 상용화를 좌우할 핵심 역량은 크게 4가지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일단 판단할 수 있는 '지능' 그리고 물체를 보고 식별하는 '인식' 물체를 쥐고 다루는 '핸들링' 마지막 '배터리'까지. 각각의 영역은 발전 속도에 차이가 있고 특히 배터리 영역의 발전이 더딘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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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성형 AI와 레이저 탐지기의 발전으로 지능과 인식 영역은 향후 2~3년 안에는 인간 수준으로 고도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자재를 취급하는 핸들링이나 배터리는 아직까지 갈 길이 멀죠. 로봇의 촉각 민감도와 정밀도는 여전히 우리 인간과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고 현재 휴머노이드의 지속시간은 2시간 정도에 불과합니다. 배터리 영역은 길게 보면 10년, 혹은 그 이상 소요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할 정도죠.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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