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콩 북부 타이포 구역의 '웡 푹 코트'에 살던 정(34) 모씨가 화재로 실종됐던 딸 한나 양을 찾으며 돌렸던 전단지.
"저와 아내는 5년 동안 딸을 정말로 사랑했습니다. 밝고 활기차고 순한 아이였어요. 어떻게 우리의 인연이 이렇게 짧을까요."
대형 화재가 발생한 홍콩 북부 타이포 구역 '웡 푹 코트' 아파트 거주민인 정 모(34)씨는 지난달 28일 언론에 "딸에게 '아빠, 엄마가 널 정말 사랑한다'는 말을 하고 싶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24층에 살던 정 씨는 화재가 발생했을 때 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다가 급하게 택시를 잡아탔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도착했을 때는 이미 현장 출입이 통제되고 있었습니다.
집에는 정 씨의 누나와 딸이 있었습니다.
정 씨는 집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를 통해 불이 난 직후 딸이 누나와 함께 집에서 나오는 모습을 보고 실종 전단지를 만들어 돌렸습니다.
정 씨는 "누나가 맞은편 아파트에서 불이 난 걸 보고 오후 3시 13분쯤 탈출한 걸 확인했다"라며 "당시 24층에는 불이나 연기가 없던 때라 실종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정 씨는 얼마 지나지 않아 딸의 사망 소식을 확인했습니다.
그는 "딸과 누나는 이미 천국으로 간 것 같다"라며 "누나는 아직 실종 상태이지만, 희망이 크지는 않다"라고 했습니다.
정 씨는 "딸은 말도 잘 들었고 학교에 가면 친구들을 도와주는 착한 아이였다"라며 "이번 달에 막 다섯 살이 돼 생일 파티를 했다"며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인근 시민회관에 마련된 임시 대피소에서 만난 아파트 주민들은 친구, 이웃들과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면서 발을 동동 굴렀습니다.
천더청(71)씨는 "우리 가족은 다행히 화재 당시 모두 밖에 있어서 무사하다"라면서도 "위층에 살던 친구들 몇 명이 있는데 연락이 안 된다. 이들이 어떻게 됐을지…"라며 말끝을 흐렸습니다.
황 모(31)씨도 "남편과 아들 모두 무사하지만, 다른 층의 친구들은 모두 연락이 되지 않는다"며 "어떻게 됐는지 모르겠다"고 안타까워했습니다.
대피소에는 화재의 영향으로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는 인근 아파트 주민들도 다수 있었습니다.
인근 아파트 주민 쉬 모(41)씨는 "화재 연기도 있고 냄새가 너무 심해서 임시 대피소에서 남편, 아이들과 사흘째 지내고 있다"라며 "불이 났을 때 사람들이 소리치고 우는 모습을 봤다. 마음이 너무 아프다"라고 했습니다.
(사진=독자 제공,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