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러시아 침공전 방어체제 이끈 '분신'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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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왼쪽 두 번째)과 안드리 예르마크 대통령실 비서실(오른쪽)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러시아의 침공에 맞서 4년간 우크라이나의 명운을 건 결정을 함께 내려온 '분신' 같은 참모를 잃었습니다.

젤렌스키와 '한 몸'인 존재로 여겨지던 인물이 부패 스캔들로 낙마함에 따라 우크라이나를 지탱해오던 전시 체제에도 중대한 변화가 생길 것으로 전망됩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현지시간 28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부패 혐의로 수사 대상에 오른 안드리 예르마크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사의를 표했다고 직접 밝혔습니다.

예르마크는 에너지 공기업의 리베이트 비리를 수사하는 국가반부패국이 자신을 몸통으로 지목하고 자택을 압수수색하자 이날 전격적으로 비서실장직에서 물러났습니다.

예르마크 사임이 러시아군이 공세를 강화하고 미국이 우크라이나가 쉽사리 수용하기 어려운 종전안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는 상황에서 결정되면서 우크라이나의 중앙집권적 전시 리더십에도 균열이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예르마크는 2022년 2월 24일 러시아의 침공이 시작된 이후 젤렌스키 대통령과 대통령 관저에서 함께 생활하며 일해 온 최측근 참모입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예르마크 비서실장이 침공 첫날밤 젤렌스키 대통령이 항전 의지를 설파한 연설 현장에서도 대통령의 바로 뒤에 서 있었고, 이후 매일 아침 지하 체력단련실에서 대통령과 함께 운동하며 하루를 시작할 만큼 밀접한 관계를 유지했다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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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 년 전 우크라이나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올레흐 리바추크는 "젤렌스키를 논하면 예르마크이고, 예르마크를 논하면 젤렌스키"라면서 두 사람이 너무 가까워져서 "하나가 됐다"고 말했습니다.

예르마크는 평화 회담 주선부터 우크라이나 외교 정책 수립, 내각 인사 선발, 군사 작전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외교·군사·정치적 의사결정을 주도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우크라이나의 일부 당국자들과 서방 외교관들은 예르마크가 많은 상황에서 사실상의 의사 결정자였다고 전했습니다.

우크라이나에서 비선출직 당국자가 국가 운영과 관련된 중요한 결정 권한을 여러 부처에 분산시키지 않고 자기 손에 중앙집권화시킨 적은 예르마크가 처음입니다.

이 때문에 예르마크는 비서실장이라기보다 선출되지 않은 '부통령'처럼 행동해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예르마크는 인기가 많거나 독자적인 인식을 가진 장관들도 무자비하게 내쫓았습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두 사람은 우크라이나에서 전례 없는 영향력과 통제력을 축적하며 계엄령을 통해 권력 장악을 강화해 왔다"면서 "예르마크의 퇴진으로 젤렌스키의 리더십과 국가 운영 방식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정치 분석가 볼로디미르 페센코는 측근을 향한 부패 수사가 확산하자 젤렌스키 대통령이 '고통스러운 결정'을 했다면서, 다만 "예르마크 없이는 젤렌스키의 영향력이 약화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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