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입니다 오늘은 군대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유럽에서 웬 군대 이야기냐 싶으시겠지만 지금 유럽은 군대, 특히 군인 숫자 때문에 고민이 큽니다. 이 군인 숫자가 너무 적다는 겁니다. 11월 27일 프랑스 정부가 대책 하나를 발표했습니다. 앞으로 징병제를 도입하겠다는 겁니다. 지금 프랑스는 모두 직업 군인으로 되어 있는 모병제입니다. 전체 20만 명쯤 됩니다. 유럽에서 두 번째로 많은 규모인데 이 숫자가 부족하다는 겁니다. 예산이 부족해서 직업 군인을 더 늘릴 수는 없고 그래서 우리처럼 이 징병제를 도입하기로 한 겁니다. 내용을 조금 소개해 드리면 우리처럼 모든 청년들이 의무 복무하는 건 아니고 프랑스는 이 신청자에 한해서 자발적으로 복무하도록 했습니다. 복무 기간은 총 10개월입니다. 우리 입장에선 조금 짧다 싶은데 이 중에 한 달은 군사 훈련 기간이고요 9개월만 부대에 배치할 계획입니다. 우크라이나 전쟁 때문에 하도 말이 많아서 프랑스 영토 밖은 아니고 프랑스 안에서만 근무하는 조건입니다. 내년 1월부터 신청을 받아서 내년 여름부터 시작한다는 계획입니다. 처음엔 3천 명으로 시작을 해서요. 2035년까지 5만 명으로 점차 점차 늘린다고 합니다. 아직 대우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대략 한 200만 원 안팎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나라 병장 월급보다 조금 많은 정도 수준이 될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프랑스가 왜 군인을 늘리려고 할까, 이유는 딱 하나입니다. 러시아 때문입니다. 우크라이나 전쟁 후에 유럽은 더 이상 안전한 지역이 아니라는 게 확인이 됐습니다. 그동안은 나토라는 걸 만들어서 집단 방위 체제를 구축했는데 이 나토의 핵심은 미국입니다. 트럼프 대통령 때문이긴 하지만 그 미국이 나토 체제에 시큰둥합니다. 니들 일은 니들이 알아서 하라는 분위기입니다. 그래서 이 방위 체제를 좀 강화하려고 봤더니 무기도 무기지만 당장 군인이 부족한 게 드러난 겁니다. 게다가 러시아란 나라는 군인이 100만 명이 넘습니다.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러시아는 이 군인 숫자를 앞세워서 계속 밀어붙이는데 첨단 무기들도 감당하기 어려운 게 드러났습니다. 그래서 최소한 조금이라도 그 군대 숫자를 더 늘려서 숫자 열세를 빨리 극복해야겠다는 고민이 유럽 국가들마다 생긴 겁니다. 프랑스 내부 여론은 어떨까요? 갈립니다. 당연히 세대별로 갈립니다. 여론조사마다 차이는 있지만 장년층은 60~70%가 넘게 찬성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2차 대전 때 아픈 기억이 생생하게 있는 그런 사람들이 많기 때문일 겁니다. 반면 청년들은 반대가 많습니다 찬성이 30% 안팎입니다.
독일이 한 발 더 빨랐습니다. 독일은 이번 달 초에 징병제를 도입하기로 이미 결정했습니다. 독일도 우리처럼 의무는 아니고요. 프랑스처럼 군대 가고 싶다는 사람만 신청한 사람만 선택을 해서 자발적으로 복무하도록 하기로 했습니다. 신청자가 많으면 문제는 없겠지만 부족할 경우에는 강제 징집할 수 있는 그런 권한도 정부에 부여했습니다. 징집 대상도 골라야 하니까 내년부터 만 18세 남자는 모두 군 복무 의향 조사라는 걸 의무적으로 해야 합니다. 내가 군대에 가고 싶은지 안 가고 싶은지 의사를 밝혀야 한다는 겁니다. 그리고 2027년 내후년부터는 우리나라처럼 건강 검진을 의무화했습니다. 이건 입대하겠다는 의사가 없어도 무조건 건강검진을 받도록 했습니다. 이렇게 징병제를 도입을 해서 35년까지 독일은 현역 26만 명 예비군 20만 명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지금 독일은 현역 18만 명 예비군 5만 명 수준입니다. 독일은 프랑스보다 여론이 더 안 좋습니다. 러시아의 러시아 위협은 걱정이지만 2차 대전 트라우마 때문에 사회적으로 군사력 증강에 대한 거부감이 좀 더 큰 것 같습니다.
그럼 프랑스와 독일만 그러냐 당연히 아닙니다. 지금 유럽에서 징병제를 시행하고 있는 나라는 모두 10개 나라입니다. 핀란드 같은 러시아에 붙어 있는 나라들이 많고 오스트리아, 스웨덴, 덴마크도 징병제를 합니다. 복무 기간은 2개월짜리 나라도 있고요. 노르웨이는 우리나라와 비슷한 19개월입니다. 이 가운데 라트비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진 이후에 가장 먼저 징병제를 도입했습니다. 지도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라트비아는 러시아에 딱 붙어 있습니다. 그리고 크로아티아는 내년부터 징병제를 도입하기로 했고요. 덴마크는 여성도 징병 대상에 포함시키기로 했습니다. 복무 기간도 4개월에서 11개월로 연장하기로 했습니다. 영국 같은 나라는 징병제 논의가 진행됐다가 폐기되기도 했지만 많은 유럽 국가 특히 러시아에 가까이 있는 나라들은 군인 숫자 늘리기에 고민이 많습니다. 지금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협상이 진행 중입니다 협상이 잘 돼서 이 전쟁이 빨리 끝나더라도 이제 러시아에 대한 유럽 국가들의 신뢰는 완전히 깨진 상태입니다. 때문에 우리나라처럼 유럽에서도 군대 입대를 둘러싼 사회적 논란은 점점 더 확산할 것으로 보입니다.
(취재: 권영인 / 구성: 박서경 / 영상편집: 이승진 / 디자인: 이수민 / 제작: 디지털뉴스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