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식간에 확산…'대나무 비계·그물망'이 불쏘시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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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피해가 이렇게까지 커진 것은 주민들이 대피할 수 없을 만큼 불이 빠르게 확산됐기 때문입니다. 해당 아파트는 1년 넘게 외부 공사중이었는데 공사를 위해 설치했던 장치들이 오히려 불쏘시개가 됐습니다.

보도에 장선이 기자입니다.

<기자>

32층 아파트에 불이 시작된 것은 2시 51분.

불과 40분 만에 불이 7개 동으로 확산 됐고, 3시간쯤 뒤에는 이미 걷잡을 수 없이 번지며 최고등급 경보가 발령됐습니다.

[제이슨 콩/아파트 주민 : 오후 3시쯤 지붕에 불이 났다는 메시지를 받았습니다. 그 후로 불이 너무 빨리 번졌어요. 순식간에요.]

순식간에 불이 번진 것은 외벽 보수 공사를 위해 설치된 '대나무 비계'와 '안전 그물망'이 불쏘시개 역할을 했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됩니다.

특히 홍콩에서는 전통적으로 가볍고 싼 대나무를 엮어 작업 발판으로 써 왔는데 문제는 화재에 매우 취약하다는 점입니다.

지난 5년간 관련 사망사고가 22건이나 발생하자 지난 3월 홍콩 정부가 단계적 퇴출을 예고했지만 이번 참사를 막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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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용 창문을 막고 있던 공사용 스티로폼 역시 화재를 키운 것으로 홍콩당국은 보고 있습니다.

[아이린 청/홍콩 경찰 북부지역본부 경무관 : 각 층 승강기 근처 창문 밖에 스티로폼이 설치돼 있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가연성 물질입니다.]

공사에 사용됐던 보호망과 비닐 등이 방화 기준에 미달했을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여기에 홍콩 특유의 빽빽한 아파트 구조도 독이 됐습니다.

해당 아파트는 8개 동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구조인데 공사 비계까지 설치되면서 간격이 좁아져 불티가 옮겨 붙기 쉬웠던 것으로 보입니다.

좁은 건물 사이로 열기가 배출되지 못하다 보니, 외벽을 타고 불길이 올라가는 '굴뚝 효과'가 발생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됩니다.

일부 주민들은 불이 시작됐을 당시 경보 시스템이 제때 울리지 않은 점도 지적하고 있습니다.

[자반 륭/아파트 주민 : 저는 외출 중이었다가 가족들의 전화를 받고 돌아왔어요. 이웃들 말로는 화재경보기가 작동하지 않았다고 하더라고요.]

지은 지 42년 된 아파트에는 거주자 1/3 이상이 65세 이상 고령자여서 신속한 대피는 더욱 어려웠습니다.

이번 화재의 유력한 원인으로 공사장 담배꽁초가 지목되고 있는데, 그동안 주민들이 여러 차례 작업자들의 흡연문제 민원을 제기했지만 묵살당했다는 현지 보도도 나왔습니다.

(영상편집 : 김병직, 디자인 : 최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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