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롯데케미칼 대산공장을 HD현대케미칼과 합병하는 사업 재편안이 결정됐습니다. 글로벌 공급 과잉으로 위기에 빠진 석유화학 업계가 구조조정에 나선 건데, 하지만 이미 일하던 사람들이 떠나면서 지역 경제는 큰 타격을 입었습니다.
홍영재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기자>
충남 서산의 고용복지센터입니다.
실업급여 교육 강의장에 이른 아침부터 30명 넘는 실직자들이 모였습니다.
한화토탈에서 30년 넘게 설비 운전을 맡았던 60대 곽영설 씨는 지난달 계약 해지 통보를 받았습니다.
[곽영설/한화토탈 퇴직자 : (정년 퇴직 후에) 작년까지만 해도 1년 단위로 계약을 했었는데 올해는 10월까지만 계약하고, 지금 인원을 많이 줄이고 있습니다.]
글로벌 공급 과잉과 수요 부진으로 국내 석유화학 업계가 적자 늪에 빠지면서 석유화학 공장이 밀집한 서산 지역 실업급여 신청자는 2년 전보다 18%나 늘었습니다.
서산 경제를 지탱하던 대기업들의 위기는 고스란히 협력업체에 번졌습니다.
[최병덕/대흥실업 대표 : 롯데 같은 경우는 한 20% 정도 줄은 것 같고요, 물량이 예전보다. 현대케미칼도 원래 예전에 나간 것보다 한 20% 정도 좀 줄은 것 같습니다.]
공장을 유지, 보수하는 건설 일감도 줄면서 도시락을 500개씩 공급했던 업체는 문을 닫아야 할 처지입니다.
[양귀순/남도한정식 운영 : 한 5~600개 했죠. (요즘에는?) 아예 없어요. (장사) 20몇 년 했죠. 이렇게까지 어려운 건 없었죠. 폐업해야 되나 지금 그러고 있어요.]
지역 경제는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서산 공단 인근 식당 : (기업들이) 다 문 닫는다고 그러고. 우리가 바로 직접적으로 타격 있는 사람이잖아. 또 물가도 많이 올랐잖아요.]
근로자들이 떠나면서 거주 지역도 생기를 잃었습니다.
대산 공단 주변 인구가 줄면서 노동자들이 살던 지역 곳곳에 상가 공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 공실 앞을 보면 전기료를 미납해 전기 공급을 중단하겠다는 경고장까지 붙었습니다.
[서산 부동산 관계자 : 집주인 분들도 굉장히 어려워하시죠. 융자 끼고 건물 올리셨는데 월세가 안 들어오니까. 그래서 많이들 건물도 내놓으시고 하는데.]
서산시는 이미 산업 위기 선제대응지역과 고용 위기 선제대응지역으로 지정돼 저리 대출 등의 지원이 가능하지만, 지역경제를 살리기엔 역부족입니다.
롯데와 HD현대의 생산설비 통폐합 결정으로 업계 자율 구조개편의 첫발은 뗐지만, 기업과 지역경제 회생으로 이어지기까지 시간이 필요하고 불확실성도 여전합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연말까지 사업 재편 계획서를 내지 못하면 정부 지원에서 제외될 것"이라고 업계를 거듭 압박했습니다.
(영상취재 : 김한결, 영상편집 : 박나영, 디자인 : 이준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