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국가공무원법에 76년 동안 유지돼 온 '공무원의 복종 의무' 조항이 사라집니다. 이에 따라 복종이란 용어는 지휘, 감독에 따르는 의미로 바뀌고, 상관의 지시가 위법하다고 판단될 경우, 이를 거부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됐습니다.
김덕현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지난해 12월 3일 밤, 박성재 당시 법무부 장관은 비상계엄과 관련해 부처 간부들을 불러 긴급회의를 열었습니다.
당시 류혁 전 법무부 감찰관은 계엄에 따를 수 없다며 회의 참석 직후 사직서를 제출했습니다.
[류혁/전 법무부 감찰관 (지난 2월, 내란국조특위 청문회) : 위헌·위법한 계엄 선포라고 저는 확신을 했고요. 그걸 따르고 안 따르고는 제가 결정할 수 있는 영역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지난 1949년 법령 제정 이후 76년간 이어진 국가공무원법상 복종 의무가 사라집니다.
정부는 공무원이 소속 상관의 직무상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는 규정을 삭제하고 지휘 감독에 따를 의무로 바꾸는 내용을 담은 법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습니다.
공무원은 상관 지시에 의견을 제시할 수 있고, 위법한 지휘 감독에 대해 이행을 거부할 수 있는 내용도 새로 담았습니다.
의견 제시나 이행 거부를 이유로 불리한 처우를 내리는 것도 금지됩니다.
[박용수/인사혁신처 차장 : 공무원이 법령에 따라 소신껏 일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함으로써 국민에 대한 책임성을 강화하고 합리적으로 의사 결정을 하는….]
1987년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과 12·12 군사 반란 등 재판에서 법원은 "위법한 명령은 따라야 할 의무가 없다"는 판례들을 남겼지만, 법적 근거가 마련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박중배/전국공무원노조 수석부위원장 : 불법·부당한 것에 대해서도 '해야 할까, 말아야 할까'하는 게 그동안의 현실이었습니다. 징계 사유가 됐죠. 이제는 부당한 지시에 과감하게 아니다 얘기할 수 있고….]
군인의 복종 의무를 규정한 관련 법령에서도 부당한 명령을 거부할 수 있도록 하는 같은 취지의 개정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정성화·김흥기, 영상편집 : 우기정, 디자인 : 강경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