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노인 인구가 빠르게 늘면서 '노인 학대' 문제도 커지고 있습니다. 신체적인 폭력뿐 아니라, 방임이나 착취 같은 고통에 시달리는 노인들이 늘고 있지만, 정작 신고는 잘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해법은 없을지 연중 기획 '나도 노인이 된다', 정성진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기자>
[오라고 그래가지고 들어갔더니 쇠 파이프를 갖다가 방에다 가둬놓고 막 내려치고 그래서.]
남편으로부터 손찌검을 당한 70대 여성.
참고 견뎠지만, 점점 심해졌다고 합니다.
[피멍이 하루도 풀릴 날이 없이 매일 족쇄를 채워놓고 못 가게, 못 가게, 어디도 못 가게.]
노인 학대 10건 중 9건은 이렇게 집에서 이뤄집니다.
피해자는 가해자가 가족이라는 이유 때문에 참고 견디다 위급 상황에서야 112로 신고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학대 피해 노인 : 폭력이 심해져서 내가 너무 힘들어서 신고하게 됐습니다.]
[이현주/경기서부노인보호전문기관 관장 : 전체 (노인 학대) 신고 건수의 약 80%는 경찰에 의해서 저희한테 접수가 되고 있습니다.]
지자체별로 있는 노인보호전문기관 집계 결과 노인 학대는 최근 5년 동안 15% 가까이 늘어 지난해에는 7천167건이었습니다.
신체적 학대 못지않게 정서적 학대가 많았고, 방임과 경제적 착취도 있었습니다.
[김모 씨 (70대) : 부부가 같이 살면서 남은 몰라요, 그 부부만 알지. 지금도 보이지 않는 그 속에는 (학대가) 있어요. 많아요.]
학대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가정은 노인 부부, 단둘이 사는 경우였습니다.
10명 중 1명은 재학대를 당했는데, 서로가 돌봄 대상이라 더 벗어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손영지/경기도노인종합상담센터 상담사 : 남편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이 책임감으로서 또 벗어날 수 없다라고 생각을 하셨어요.]
특히 학대 피해자 4명 중 1명은 치매 의심, 또는 치매로 진단받은 경우였습니다.
돌봄 부담이 커지면 학대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전문가들은 그래서 돌봄 사각지대를 줄여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이현주/경기서부노인보호전문기관 관장 : 돌봄에 대한 지지 체계가 부족하고, 복지 서비스 정보 제공 부족으로 인한 학대가 발생되고 있기 때문에, 공적 영역 강화로 진행돼야 되는 필요성이 있습니다.]
노인 학대를 가정이 아닌 사회 전체의 문제로 인식해 돌봄 체계를 보완하는 한편 학대 예방 교육 확대와 노인 인권법 마련도 필요합니다.
(영상취재 : 황인석·제 일, 영상편집 : 위원양, 디자인 : 최하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