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범죄 단지의 실체를 추적했다.
22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이하 '그알')에서는 '악의 굴레 웬치 - 끝나지 않은 캄보디아 범죄도시'라는 부제로 캄보디아 범죄 단지를 또다시 추적했다.
지난 7월 17일 대학생 박준우 씨는 박람회에 다녀온다며 캄보디아로 출국했다. 하지만 얼마 후 그는 교통사고가 났다며 5700만 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리고 또다시 연락이 왔을 때는 박 씨 대신 낯선 인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조선족 남성은 박 씨가 통장을 판매하기 위해 캄보디아에 왔고 자신들은 이미 그에 따른 대가를 지불했으나 사고가 생겨 계좌에서 돈이 사라졌으니 책임을 지라고 했다.
불법 행위인 줄을 알면서도 고액을 벌 수 있다는 이야기에 캄보디아로 향한 박 씨. 박 씨와 조선족 남자는 박 씨의 선배 홍 씨가 돈을 가져간 것 같다며 홍 씨를 찾아 문제를 해결하거나 아니면 당장 돈을 마련하라고 했다.
그리고 얼마 후 가족들에게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박 씨가 출국한 지 3 주되던 날 숨진 채 발견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특히 사인은 고문으로 인한 극심한 통증에 의한 심장 마비로 밝혀져 충격을 안겼다.
가족들이 돈을 융통하는 과정에서 가족들에게 먼저 연락을 해 온 박 씨의 선배 홍 씨. 그는 돈이 필요하다는 박 씨에게 대부업체를 소개해줬을 뿐 자신은 사건과 무관하다고 했다. 그리고 신고를 하지 말라는 당부도 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인들을 통해 돈을 빌렸다며 박 씨의 안전이 확인되면 송금을 하겠다고 했다.
전신에 피멍이 들고 제대로 걷지도 못하던 박 씨는 일주일 가량 사경을 헤매다가 숨진 것으로 밝혀졌다. 그리고 그가 죽어가는 모습을 보았음에도 무엇도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는 한국인들.
이들은 박 씨가 프놈펜에서 웬치로 헐값에 팔려왔다고 했다. 그리고 자신들 또한 팔려 왔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중국 조직원들은 박 씨를 협박 폭행한 후 빨리 회복시켜 일에 투입하려고 했지만 실패했고, 박 씨의 통장으로 돈을 벌지 못하게 되자 폭행한 후 다른 단지로부터 돈 받고 팔아넘긴 것으로 드러났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박 씨에게 강제로 마약을 투약하게 하고 이 모습을 영상으로 촬영해 협박하기도 했다.
그런데 박 씨는 가족들에게 돈을 부탁하면서 자신이 캄보디아에 온 진짜 이유를 밝혔다. 그는 통장을 팔고 그 계좌에 범죄 수익금이 들어오면 그것을 들고 한국으로 도주한 후 한국에서 돈을 인출해 일당들과 수익금을 나눌 계획이었다고 밝힌 것.
그리고 그 중요한 계획 중에는 그가 앞서 언급한 선배 홍 씨가 있었다. 사실 홍 씨는 소위 토스 실장이라 불리는 통장 모집책으로 중국 조직에 통장 팔 사람을 연결시켜 주고 소개비를 받아 온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홍 씨의 지인은 홍 씨가 박 씨가 이미 죽을 것을 알고 있었고 프놈펜에서 웬치로 보내질 것을 알았음에도 그를 캄보디아로 보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도박 빚 때문에 돈이 필요해 통장 판매를 하기 위해 캄보디아 입국한 제보자는 폭행 피하기 위해 통장 모집책 일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그는 죄책감이 들어도 자신이 살기 위해 열심히 일했다고 말했다. 그 후 그는 관리자들의 신임 얻어 통장 배달 일까지 했고 그 과정에서 틈을 타 도주했다고 밝혔다.
또한 그의 곁에는 그런 그의 상황을 모두 알면서도 캄보디아에 온 한 여성이 있었다. 그리고 제보 남성은 이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특히 이 여성은 캄보디아에서 로맨스 스캠을 제안받아 범죄에 가담한 것으로 밝혀졌다. 범행에 가담했지만 하루빨리 한국에 가고 싶다는 두 사람은 캄보디아의 시아누크빌 도시 전반에 범죄 단지가 있다고 했다.
그리고 이들처럼 고수익 알바를 하기 위해 캄보디아에 온 한국인들은 "이 일을 하기 위해서는 여권, 주민등록증, OTP, 전화기 이 네 가지만 있으면 된다"라고 했다.
또한 통장을 한국에서 판매하는 것보다 캄보디아에서 판매하는 것이 금액적 두 배 가량 차이가 나서 캄보디아로 오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조직 측에서는 소위 통장사고로 불리는 장 누르기(한국에 있는 모집책이 통장 주인의 개인 정보를 복사해 두고 계좌로 입금된 불법 자금을 가로채는 수법)를 위해 통장 주인을 인질처럼 캄보디아에 잡아둬야 책임을 묻고 다른 일을 더 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5월 방송 제작진의 도움으로 구출된 은수 씨. 그런데 당시 은수 씨 사무실 사람들만 구출되고 나머지 사람들은 단속 소식을 미리 안 관리자들이 다른 단지로 팔아넘겨 구출되지 못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도주하려다 적발된 한국인이 중국인 조직원들에게 심한 고문을 당하기도 했다고 했다.
또 다른 제보자는 자신의 동생에 대해 이야기를 전했다. 통역 일을 하겠다며 캄보디아로 떠난 동생이 점차 연락이 뜸해지더니 인터폴 적색 수배를 받고 있다는 것.
그리고 지난 10월 14일 갑자기 연락해 온 동생이 자수를 하고자 하는데 방법을 알아봐 달라는 부탁을 했다는 것이다.
제작진과 시아누크빌 호텔에서 만난 동생 고경민 씨는 "도저히 한국에 어떻게 가야 할지 몰라서 제보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몸이 너무 안 좋아져서 투석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매주 세 번씩 투석을 안 받으면 죽는다"라며 현재 자신의 상황을 전했다.
2023년 8월 31일에 캄보디아에 온 경민 씨는 로맨스 스캠 통역에 가담했고 한 달에 수익이 30억에서 50억 가량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지은 죄의 벌을 받고 투석 치료를 한국에서 받고 싶다며 빠른 송환을 부탁했다.
이에 제작진은 요구하는 조건이 너무 뻔뻔하지 않냐고 물었다. 그러자 고 씨는 뼈저리게 후회하고 있다며 고개를 숙였다.
사기라는 사기는 다 이뤄지는 캄보디아 범죄 단지. 고 씨는 웬치에 한국인이 천 명은 넘게 있을 거라며 대부분이 고수익 알바에 현혹되어 온 사람들이라고 했다. 또한 감금과 폭행 피해자라는 주장은 면죄부를 얻기 위한 변명이라며 "캄보디아에 와서 일하는 사람들은 100% 가해자"라고 했다.
실제로 앞서 대규모 송환된 한국인 64명은 전원이 현지 경찰에 체포된 후 추방된 피의자 신분이고 64명 중 59명이 기소되어 재판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모두 스스로 범죄에 가담했고 폭행이나 감금 피해도 확인되지 않았다.
강요된 행위나 본인들은 책임이 없다는 주장에 전문가는 현실적으로 그 주장이 받아들여지기 어렵다고 했다.
쉽게 돈을 벌겠다는 마음으로 자발적으로 캄보디아에 간 사람들, 뜻하지 않은 고문과 폭행 피해를 입은 사람도 존재하나 애초에 의도가 잘못되었기에 피해를 감당하는 것도 본인의 몫이라는 것.
그러나 전문가는 그들이 행했던 잘못된 행동은 비난받고 처벌받아야 마땅하나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낯선 곳에서 고문당하고 끔찍하게 사망당할 이유는 없다며 행위는 행위대로 피해는 피해대로 구분해서 보는 이성적인 태도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웬치에서 일한 적 있다는 한 남자는 수년째 캄보디아에 머무르고 있다. 고액을 벌 수 있다고 해서 캄보디아로 오고 주식 사기방에서 재능을 발휘한 그는 앞으로도 3, 4개월가량 더 남아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유를 묻는 취재진에 남성은 "처벌도 받아야 되지만 저도 살아야 되니까"라며 유유히 자리를 떠났다.
이에 전문가는 "범죄 수익을 받아본 사람 캄보디아에 다시 가고 싶어진다. 한국사회에서는 성공을 꿈도 못 꾸는데 이곳에서는 성공도 할 수 있다, 이런 것들이 자발적으로 캄보디아로 돌아가게 만든다"라고 우려를 표했다.
건강 상태를 고려해 즉시 송환된 고 씨. 그는 휠체어에 올라 입국한 후 형과 제대로 인사도 나누지 못하고 체포되어 조사를 받으러 갔다.
이를 본 형은 "뭐라고 표현하기가 어려운데 성실히 조사받을 수 있는 데까지 받고 죗값 다 치르고 반성하고 나오면 좋을 거 같다"라고 착잡한 얼굴을 했다.
최근 단속이 강화되면서 소환되고 있는 피의자들. 이에 전문가는 "통장 명의를 빌려줘도 실형이 나올 수 있고, 모집책 일을 하면 최소 5년형의 실형을 면할 수 없다. 절대 가벼운 범죄가 아니고 처벌을 피할 수 있는 경우는 현실적으로 거의 없다"라고 경고했다. 또한 해외에서 이뤄지는 범죄이기 때문에 아무도 모르게 할 수 있다, 검거되지 않을 것이라는 착각을 하는데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 지적했다.
5년 차 직장인 배 씨는 검찰을 사칭하며 셀프 감금 유도하는 신종 사기에 당해 전재산인 2억 7천여만 원을 갈취당했다.
범죄 수법이 상상도 못 할 정도로 나날이 고도화되고 있는 것. 이에 국회에서는 재외국민 보호를 위해 영사의 숫자를 늘리는 것뿐만 아니라 인력, 예산, 장비 이런 것들을 충분하게 보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위험 지역에 있는 재외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사전에 위험을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캄보디아 측의 협조가 없다면 해결이 불가능한 사건이기에 최근 수사 당국은 캄보디아 경찰청 내에 코리아 전담반을 설치하고 경찰 인력을 파견하기로 합의했다.
전문가는 "단기 알바, 고수익에 속았어 할 수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왜 거기로 가야만 했나 전체적인 맥락을 보아야 한다. 청년들이 그곳으로 가지 못하게끔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한 홍 씨. 이에 전문가는 "일반인 대상으로 무죄 주장하는 게 유리할 거라 판단한 것 같다. 박 씨를 위해서 무고하게 연결책만 했다 이 논리 강조하고 죄를 면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고민했을 것이다"라며 홍 씨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실제로 그는 박 씨의 형에게 당당한 태도로 자신은 사건과 무관하다 주장하며 박 씨 외에 또 다른 먹잇감을 찾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전문가는 홍 씨에 대해 매우 위험한 악질적이고 반사회적인 인물이라며 반드시 또 그런 범죄를 저지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홍 씨에게 통신 금융법 등 경미한 죄만 적용될 경우 다른 범죄자들이 이 사례를 연구하지 않을까라며 우려를 표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이 사건이 우리 사회에 시사하는 바를 눈여겨봐야 한다며 헛된 욕망에는 반드시 그 대가라 따른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방송은 아직도 캄보디아에서 사기 범죄에 가담하고 있거나 고수익 알바를 꿈꾸며 캄보디아를 찾아가는 이들이 있다면 내부자들이 후회하며 털어놓은 헛된 욕망의 끝은 결국 파멸뿐이었다는 고백을 반드시 되새겨 보라고 강조했다.
(김효정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