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종전 압박, 우크라 '부패 스캔들' 약점 노린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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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부패 스캔들에 시달리는 우크라이나 정부의 약점을 노려 한동안 멈췄던 종전 협상을 밀어붙이는 것으로 보인다고 폴리티코 유럽판이 21일(현지시간) 보도했습니다.

이 매체는 미국 행정부가 최근 불거진 비리 사건으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광범위한 분노가 일면서 그가 트럼프의 제안을 거부하지 못할 것으로 낙관한다고 전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백악관 고위 관계자는 "우크라이나인들은 (합의를)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젤렌스키의 현재 입장이 취약하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유럽의 한 관리는 "미국이 서명 말고는 선택지가 없다는 듯 우크라이나를 압박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유럽과 우크라이나 지원국들은 정치적 입지가 좁아진 젤렌스키가 미국의 제안을 받아들이더라도 국민을 설득하기가 훨씬 어려워졌다고 본다고 폴리티코는 전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코미디언 시절 동업자인 티무르 민디치 등이 정부 발주 사업비 약 1억 달러(약 1천472억 원)를 리베이트로 챙긴 대형 비리 사건에 연루되면서 국내외에서 압박을 받고 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직접 연루된 정황은 아직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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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전현직 에너지장관이 수사 선상에 오르고 민디치가 지난 10일 압수수색 직전 외국으로 도주하면서 비호 의혹이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국가반부패국(NABU)과 반부패특별검사실(SAPO)은 민디치에게 수사정보가 유출됐는지 조사 중입니다.

의혹이 커지자 민디치와 가까운 사이로 알려진 안드리 시니우크 SAPO 부실장이 지난 13일 사임했습니다.

미국은 추수감사절인 오는 27일을 잠정 시한으로 28개항의 종전안을 제시했습니다.

도네츠크·루한스크주를 러시아에 넘기고 우크라이나 병력 규모를 제한하는 등 러시아 주장이 대거 반영됐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21일 "존엄성을 잃거나 핵심 동맹국을 잃을 위험을 감수하거나 (미국의 새 종전안의) 어려운 조항 28개를 받아들이거나 혹독한 겨울을 보내야 하는 상황"이라며 "지금 우크라이나에 가해지는 압박은 가장 심각한 수준"이라고 말했습니다.

우크라이나는 역제안을 만들어 미국과 협상에 들어갔습니다.

루스템 우메로우 국가안보국방위원회 서기는 21일 키이우에서 미국 대표단과 회담한 데 이어 며칠 안에 스위스에서 미국 측과 협상을 이어갈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또다시 종전 합의를 독촉하자 유럽도 혼란에 빠졌습니다.

특히 미국 종전안에는 동결된 러시아 자산 가운데 1천억 달러를 우크라이나 재건·투자사업에 쓰고 수익의 50%를 미국이 가져가는 걸로 돼 있습니다.

유럽은 자산 동결을 해제하고 재건사업을 키우기 위해 1천억 달러를 투자해야 합니다.

이 자금이 러시아 동결자산인지 유럽이 추가로 낼 돈인지는 불분명합니다.

유럽연합(EU)은 개전 이후 역내에 묶인 러시아 중앙은행 자산 약 2천100억 유로(약 356조 원)로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방안을 논의해 왔습니다.

최근에는 '배상금 대출'이라는 이름으로 이 돈을 우크라이나에 무이자로 빌려주자는 아이디어가 나왔습니다.

EU는 당초 내달 회원국 정상회의에서 활용 방안을 확정할 계획이었습니다.

트럼프의 제안으로 이같은 구상이 무산될 위기에 처하자 유럽 정치인들은 격하게 반응했습니다.

EU의 한 고위 관리는 폴리티코에 "트럼프가 뭘 원하든 유럽의 자산 동결을 해제할 권한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또다른 유럽 정치인은 "(트럼프 대통령의 종전 특사) 위트코프는 정신과 의사를 만날 필요가 있다"고 비난했습니다.

러시아는 자국 자산으로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건 '절도'라는 입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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