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5 부동산 대책의 후폭풍이 민간 임대사업자에게 불똥이 튀고 있습니다.
정부가 규제지역과 토지거래허가구역을 광범위하게 지정하면서 임대의무기간이 종료돼 종합부동산세 부담이 커진 임대사업자들의 주택 매도가 어렵게 됐다며 반발하고 나선 것입니다.
특히 조정대상지역에서 취득한 민간 매입임대주택의 종부세 합산 배제 혜택이 제외되면서 정부의 비아파트 공급 확대 방침과도 맞지 않는다는 '엇박자' 논란도 커지고 있습니다.
10·15대책의 여진이 끝나지 않고 있습니다.
서울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 14단지의 소형 아파트를 2018년 4월에 임대 등록한 A 씨는 8년 의무 임대기간 종료를 6개월가량 남겨두고 날벼락을 맞았습니다.
자금 사정 문제로 임대 기간 종료 후 해당 주택을 팔 생각이었는데 지난달 16일 신탁사 사업시행자 지정 고시가 떨어지는 날 갑자기 투기과열지구로 묶이면서 조합원 지위양도가 금지된 것입니다.
등록임대사업자는 8년 의무기간 동안 해당 주택에 거주할 수 없고, 8년 의무 임대 기간을 채우지 않으면 매도시 50%의 장기보유특별공제도 받을 수 없습니다.
이 때문에 조합원 지위양도 금지의 예외 조항에 해당하는 '10년 보유, 5년 거주' 요건도 맞출 수가 없다보니 매도 기회를 잃고, 종부세까지 걱정해야 할 판입니다.
아파트는 2020년 7·10대책으로 매입 임대사업자 제도가 폐지돼 임대 기간이 종료되면 임대사업자 지위가 자동 말소됩니다.
A 씨는 "내년 4월에 임대 의무기간이 종료돼도 집을 팔 수가 없어 내년부터 꼼짝없이 종부세 폭탄을 맞게 된다"며 "8년 동안 임대료를 5%밖에 못 올리고 시세의 절반 가격에 임대한 결과가 종부세 폭탄에, 재산권 행사 금지라니 이런 황당한 경우가 어딨느냐"며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양천구 목동, 노원구 상계동 등 재건축 사업이 본격화된 지역의 임대사업자들이 규제지역 지정에 따른 조합원 지위 양도 금지에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까지 겹치며 진퇴양난에 빠졌습니다.
특히 최근 조합설립인가 또는 신탁사 사업시행자 지정이 났거나 절차가 임박한 목동 일대는 집을 팔고 싶어도 팔 수가 없게 됐다며 임대사업자들의 반발이 거셉니다.
목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일부 조합 인가가 임박한 단지는 임대사업자들이 조합원 지위 양도 금지 전에 집을 팔려고 해도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선 실입주자만 집을 살 수 있다보니 임대기간 종료 전까지는 매도가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임대 기간이 종료된 경우에도 임차인이 계약갱신요구권을 사용하면 2년이 더 지체되면서 조합원 지위 양도에 걸리고, 종부세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임대사업자들은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2017년 말 국토교통부가 임대사업등록 유도 정책을 펼쳐 임대등록을 했던 아파트들이 8년 임대 기간을 마치고 등록 말소가 되는 물량이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쏟아지기 때문입니다.
대한주택임대인협회와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에서 임대의무기간이 종료되는 등록임대 아파트 물량은 올해 3천754가구에 이어 내년에는 2만2천822가구로 급증하고 2027년과 2028년에도 각각 7천833가구, 2028년 7천8가구가 나옵니다.
임대사업자 주택은 수도권 기준 공시가격 6억 원 이하, 전용면적 85㎡ 이하에만 세제 혜택이 주어졌던 만큼, 주로 비강남권의 소형 아파트들에 몰려 있습니다.
대한주택임대인협회 성창엽 회장은 "정부가 임대등록을 장려했다가 갑자기 정책을 선회해 관련 제도를 없애버리고, 규제지역과 토허구역까지 지정하면서 8년간 임대료 인상에 제약을 받은 임대인들이 결과적으로 집을 팔지도 못하는 상황이 됐다"며 "현재 등록 아파트에 대해 임대사업자가 원할 경우 자동 등록말소를 철회하거나 임차인의 임대 계약까지 임대등록을 유지하도록 하는 방안, 정비사업의 조합원 지위 양도를 허용하는 방안 등 예외를 인정해줘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복기왕 의원은 최근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하는 등 국회 차원의 일부 구제 움직임도 감지됩니다.
개정안에는 임차인의 갱신요구권 행사 등으로 임대사업자가 임대차 계약을 일방적으로 종료할 수 없는 점을 고려해 임대의무기간 종료 후에도 해당 민간임대주택을 보유하는 경우에는 기존 임대차계약 기간이 끝나는 날까지 임대사업자 지위를 유지하도록 하는 내용 등이 담겼습니다.
건설업계에서는 10·15대책으로 연립·다세대·도시형생활주택 등 비아파트 공급 위축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큽니다.
비아파트 수요의 다수는 원룸 등을 매입해 임대를 놓는 임대사업자들인데, 규제지역 확대로 매수세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조정대상지역에서 주택을 취득해 임대사업을 하는 경우 종부세 합산 배제 혜택을 받을 수 없게 돼 임대사업 수요가 감소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이번 10·15대책이 비아파트 공급 확대 정책과 맞지 않는 '엇박자'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정부는 지난 9·7대책에서 비아파트 공급 확대를 위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신축매입임대 사업을 확대하고, 비아파트 건설자금으로 주택도시기금 지원을 확대하는 등의 활성화 대책을 내놨으나 규제지역 확대로 무용지물이 될 위기에 처했다는 게 업계의 주장입니다.
정부는 지난 6월 비아파트 공급 확대를 위해 '6년 단기 임대' 제도도 도입했으나 비아파트 수요 감소와 공사비 문제 등으로 성과가 미미합니다.
서울시에 따르면 8월 말 기준으로 비아파트 6년 단기민간임대 등록 가구수는 1천66가구에 그치고 있는데 규제지역 확대로 직격탄을 맞게 됐습니다.
당장 비아파트 공급을 주로 하는 중소건설사들은 정부에 종부세 합산 배제 허용을 포함한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대한주택건설협회 김형범 정책관리본부장은 "도시형생활주택이나 연립·다세대는 자가 거주자보다는 청년·신혼부부·저소득계층 등의 임대주택으로 활용되며 주거 사다리 역할을 해왔는데 규제지역 확대로 공급 활성화는커녕 공급 감소가 불가피해졌다"며 "임대사업자 주택에 대한 종부세 합산 배제를 허용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정부는 10·15대책 이후 제기되는 다양한 문제점과 부작용 등을 검토한 뒤 필요하다면 보완 방안을 내놓겠다는 입장입니다.
KB국민은행 박원갑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규제지역과 토허구역을 동시에 확대하면서 집을 팔 수 있는 물건이 감소하고, 거래도 제약받고 있다"며 "집값 안정이 중요하지만 과거 시장 상황을 기준으로 만들어진 규제의 효력을 그대로 가져오면서 예상치 못한 부작용은 없는지 면밀히 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