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의 양자 회담.
트럼프 대통령은 7년 만에 미국을 찾은 빈 살만 왕세자를 '최상급' 국빈 예우를 갖춰 맞이 했는데, 빈 살만 왕세자가 2018년 10월 사우디 반정부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 사건의 배후로 지목된 뒤 외교적으로 고립된 처지를 감안하면 파격적 대우입니다.
이날 회담에서도 당장 카슈끄지 암살에 대한 껄끄러운 질문이 등장했습니다.
[메리 브루스 / ABC 기자 : 왕세자님, 미국 정보당국은 카슈끄지 암살을 왕세자가 지휘했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왕세자 방문에 9·11 유가족은 격노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세요?]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이 대신 나서더니,
[도널드 트럼프 / 미국 대통령 : 어디 기자에요? (기자: ABC요) 가짜 뉴스예요. ABC는 가짜뉴스에요. 가장 최악의 미디어 중 하나예요. 난 ABC의 면허가 박탈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너무 가짜 뉴스고, 너무 잘못 됐어요.]
빈 살만 왕세자에 대한 적극 엄호에 나섰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 미국 대통령 : 놀라운 일들을 해 온 이 신사분에 대한 질문에 답변하자면, 당신이 거론한 누군가는 극도로 논쟁적인 인물이었어요. 많은 사람들이 그를 좋아하지 않았죠. 사람들이 그 사람을 좋아했건 안 했건 간에, 그런 일은 생길 수 있어요]
그러면서 질문한 기자를 면박주기까지 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 미국 대통령 : 괜한 걸 물어서 손님 곤란하게 만들지 맙시다.]
빈 살만 왕세자에 대한 비판 칼럼을 썼던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자말 카슈끄지는 2018년 튀르키예 이스탄불에 있는 사우디 영사관에서 살해당했습니다.
이후 미 정보당국과 유엔 조사를 통해 빈 살만 왕세자가 배후로 지목되면서 빈 살만 왕세자는 국제 사회 비판을 받고 외교적으로 고립된 바 있습니다.
빈 살만 왕세자는 기자 질문에 답변을 자청한 뒤 "카슈끄지 죽음을 조사하기 위해 모든 올바른 조치를 취했다"며 "시스템을 개선했고 그런 고통스럽고 큰 실수는 다시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미국 언론은 이 날 트럼프 대통령 발언이 충격적이란 반응을 잇따라 내놨습니다.
뉴욕타임스는 언론인의 피살에 대해 "'그런 일은 생긴다'고 한 트럼프 대통령 발언은 뉴스거리 많은 백악관 회담 중에서도 가장 놀라운 발언이었다"고 했습니다.
카슈끄지가 칼럼리스트로 활동했던 워싱턴포스트는 "그리 멀지 않은 과거에 우리 동료 중 한 명이 살해당했다"며 "그건 그냥 덮어두거나 잊어버릴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취재 : 김민정, 영상편집 : 이다인, 제작 : 디지털뉴스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