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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의는 왜 엔비디아 지분을 팔았나? [스프]

[이브닝 브리핑] 연말시장의 변수 'AI거품론' 맥락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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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시간 어제(11일) 뉴욕증시의 나스닥은 0.25% 내린 약보합이었습니다. 엔비디아가 투자한 AI클라우드 업체 '코어위브'가 실적 전망을 하향하면서 주가가 16.3%나 급락했고, 일본 소프트뱅크가 엔비디아 지분 전량을 매각했다는 소식에 엔비디아도 3% 하락했습니다. 영화 '빅쇼트'의 실제 모델 중 한 명인 마이클 버리는 이번엔 오라클과 메타를 겨냥해 실적이 부풀려졌다고 공개적으로 지적했는데, 결국 인공지능(AI) 거품론이 다시 회자되면서 관련 기술주들이 약세였습니다. 반도체 기업인 AMD는 실적 설명회에서 연평균 성장률이 35%를 넘을 것으로 본다고 했음에도 이런 분위기에 휩쓸려 주가가 2.6% 하락했습니다. 여전히 왕성한 투자가 진행 중임에도 AI거품론의 안개가 가시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산발적인 뉴스들을 정리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AI 투자를 위해 주식 매각?..엇갈린 시선

손정의 회장의 엔비디아 지분 매각은 별도 발표가 아닌 일본 소프트뱅크의 2분기 실적 발표 과정에서 갑자기 나왔습니다. 매각 시점이 지난 10월인데 늦게 알린 셈입니다. 3천210만 주, 약 8조5천400억 원 어치로 보유 지분 전량입니다. 소프트뱅크는 전년 동기보다 2배 이상 증가한 순이익을 냈는데 빅테크 기업에 주로 투자하는 '비전펀드'의 투자성과가 컸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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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그룹 회장

그 중에도 엔비디아는 AI의 핵심 대표주인데 왜 지금 처분했을까? 시장의 시선은 두 갈래입니다. ⓵오픈AI의 큰 손 주주인 소프트뱅크가 챗GPT를 개발하는 AI 생태계에 더 집중하려는 의도라는 것입니다. 9월에 108억 달러를 출자했고, 연말에 225억 달러를 추가 출자할 계획인데 이를 위한 현금 실탄을 마련했다는 분석입니다. 결국 AI칩 인프라를 만드는 엔비디아보다 AI의 '실제 활용' 쪽에 승부수를 던진 셈이 됩니다. ⓶ 반면, 이달 들어 나타난 소프트뱅크의 주가 급락과 연결 짓는 시선도 있습니다. 미국의 AI인프라 '스타게이트'에 대한 선도적 투자 등 AI거품론에 대한 부담이 가장 큰 기업이 소프트뱅크란 점에서 선제적인 이익 회수에 나섰다는 것입니다. 이번에 엔비디아 지분 매각으로 확정한 시세차익은 3조 원 정도로, 당초 투자 규모에 비하면 이익 실현 시점이 빠르다는 평가입니다. 특히 손 회장은 지난 2019년에 엔비디아 지분 4.9%를 매각한 뒤 엔비디아 주가가 폭등하자 크게 후회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서, 손 회장이 뭔가 다른 판단을 한 게 아니냐는 추측을 낳고 있습니다.

"빅테크들 실적 부풀려" vs "공매도 세력의 억측"

한편, 팔란티어와 엔비디아에 대한 대량의 공매도 포지션을 공개해 거품론을 부채질했던 '마이클 버리'는 다시 업계를 저격했습니다. "주요 클라우드 및 AI 인프라 제공업체들이 칩의 수명이 사실보다 길어질 것이라고 추정하여 감가상각 비용을 과소평가하고 있다"며 오라클과 메타를 콕 집어 거론했습니다. 엔비디아가 공급하는 AI칩이 1년 주기로 신형이 나오는 상황에서도 빅테크 기업들이

사용 중인 컴퓨팅 장비의 내용연수(회계 상의 자산 사용기간)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2, 3년 씩 늘려서 회계에 반영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단순화해서 말하면 구형 엔비디아 AI칩을 사용하다가, 신형이 나오면 교체해서 사용하는 것이 불가피하고, 자연스럽게 구형 칩의 자산가치가 떨어지는 '감가상각'비용이 기업의 손실로 잡혀야 하는데, 장부에는 사용이 더 지속되는 것처럼 반영해, 회계 실적을 부풀리고 있다는 비판입니다. 그는 "현대 회계에서 가장 흔한 이익 부풀리기 수법 중 하나"라며 직격탄을 날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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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버리 사이언애셋매니지먼트 창업자

실제로 엔비디아의 GPU는 올해 나온 최신형 블랙웰 울트라를 비롯해 내년에는 '루빈', 내후년에는 '루빈 울트라'로 빠른 업그레이드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애널리스트들은 AI처럼 기술 발전이 빠른 산업에서 버리의 주장처럼 감가상각을 반영하는 것은 무리라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⓵선박이나 공장의 생산설비처럼 서서히 노후화하는 자산과는 다른 만큼, 같은 방식의 감가상각 적용은 오히려 실제보다 큰 비용을 반영할 수 있다는 점, ⓶또 공급이 모자란 최신형 AI칩을 바로 공급받기가 어렵다는 점, ⓷특히, 칩 성능이 중요한 AI '학습'용도에 사용하던 칩이, 신형 도입으로 구형이 되더라도 AI를 실제로 활용하는 '추론'기능을 위해 다시 활용하기 때문에 '수명 조작'이란 비판은 과도하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첨단 소프트웨어를 운영하던 PC가 구형이 되면 더 단순한 소프트웨어나 문서 작성용으로 쓰는 것과 비슷합니다.

다만, AI산업에 거액을 투자 중인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AI칩의 혁신 주기가 더 빨라지는 내년 이후에는 자연스럽게 감가상각 비용 반영이 늘어나고, 빅테크 기업들의 순이익에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아직 AI산업 초입임을 감안하면 실제 감가상각 반영은 이제부터 점차 진행될 거란 의미입니다. 월가에선 버리의 거듭된 비판이 결국 자신의 공매도 이익을 실현하기 위한 것이란 반발도 거셉니다.

거품론 배경은 '선행투자'와 '순환거래'

찬반 속에도 'AI거품론'은 연말 시장의 단골 변수가 될 거란 예상이 많습니다. 10월부터 나온 거품론의 맥락은 두 가지 관점에서 볼 수 있습니다. ⓵먼저, 빅테크를 비롯한 거대 자본들이 과도한 선행투자로 '치킨게임'을 하고 있다는 시각입니다. 결국 자금을 쏟아 붓는 만큼 수익을 낼 수 있는지에 대한 의심입니다. 현재 오픈AI의 챗GPT는 유료 이용자가 늘어나는 게 관건이지만, 실제 구동되는 플랫폼은 구글, 메타 등의 플랫폼입니다. 다만 엔비디아와 반도체 기업들은 AI가속기와 칩 판매로 내년과 내후년까지는 실적이 사실상 보장됐다는 분석이 우세합니다. 문제는 막대한 투자로 자체 데이터센터를 짓고 이를 토대로 다양한 AI서비스를 구현하려는 빅테크 기업들입니다. 최근 3분기 실적을 발표한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메타 등 4곳의 올해 투자금만 4천억 달러(약 580조 원)인데 내년에는 4천200억 달러로 더 늘어납니다. 메타를 뺀 3개 기업은 데이터센터를 임대하는 클라우드 사업으로 적지 않은 수익을 올리긴 했지만, 시장은 이렇게 만든 AI인프라가 자사의 기존사업과 신사업의 수익으로 이어지는가를 주목하기 시작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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⓶또 하나는 AI 관련 기업들이 서로 투자하는 일종의 '순환출자' 구조입니다. 엔비디아가 오픈AI에 자금을 투자하고, 오픈AI는 엔비디아의 칩을 사거나, 구글이 스타트업 앤스로픽에 투자하고 구글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하는 구조가 그런 것입니다. 매출이 형성되긴 하지만 여전히 AI생태계의 테두리 안에서 일어나는 효과라는 게 의심의 한 축입니다.

본질은 옥석가리기.."여전히 초기단계" 분석도

가장 수익성이 선명한 쪽은 AI칩과 반도체 기업들입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미국의 '스타게이트'프로젝트와 빅테크들의 인프라 투자를 언급하면서 "AI 수요가 기하급수적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HBM은 물론 메모리반도체까지 공급이 부족할 정도의 상황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예상입니다. 지난 8일 젠슨 황 CEO도 "TSMC에 웨이퍼를 추가 주문했다"며 "매우 강력한 수요를 경험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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