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니 대통령, 32년 독재 옛 장인에 '국가영웅' 칭호 결국 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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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하르토 유족에 '국가영웅' 기념패 주는 프라보워 수비안토 인도네시아 대통령

프라보워 수비안토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인권 단체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과거 30년 넘게 독재를 한 옛 장인에게 '국가 영웅' 칭호를 결국 수여했습니다.

로이터 통신 등 외신들은 프라보워 대통령이 '영웅의 날'인 현지시간 10일 수도 자카르타에 있는 대통령궁에서 수하르토 전 대통령을 포함한 10명에게 국가 영웅 칭호를 수여했다고 보도했습니다.

프라세티요 하디 국가비서실 장관은 영웅 칭호 수여는 "모든 역경에도 국가를 위해 탁월한 공헌을 한 지도자를 기리는 방식의 일환"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다른 정부 관계자는 블룸버그 통신에 수하르토 전 대통령은 "독립 시대부터 두각을 나타낸 투쟁 분야의 영웅"이라고 묘사했습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매년 '영웅의 날'에 독립 유공자나 건국 공신 등에게 국가 영웅 칭호를 수여하고 있습니다.

이날 대통령궁에 전시된 새 국가 영웅 10명의 액자 사진 중에는 2008년 별세한 수하르토 전 대통령 초상화도 있었습니다.

군복을 입은 수하르토 전 대통령의 초상화는 그가 통치한 시기인 1993년 납치돼 살해된 노동운동가 마르시나 사진 옆에 배치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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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시나의 여동생은 취재진이 수하르토 전 대통령과 함께 국가 영웅 칭호를 받았은 것에 대한 견해를 묻자 "정부가 결정한 일"이라며 "단지 마르시나를 위해 (대통령궁에) 왔을 뿐"이라고 답했습니다.

수하르토 전 대통령의 첫째 딸인 시티 하르디잔티 루크마나는 " 대통령께서 내 아버지를 국가 영웅으로 추대해줘 감사 인사를 드렸다"며 "아마 대통령도 군인 출신이어서 아버지가 하신 일을 잘 알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앞서 인권 단체와 활동가들은 최근 프라보워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에서 "(과거 독재 시대) 피해자와 민주적 가치를 배신하는 것"이라며 수하르토 전 대통령에게 국가 영웅 칭호를 수여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수하르토는 1966년부터 1998년까지 32년 동안 인도네시아를 철권 통치하다가 1998년 5월 민주화 운동에 밀려 하야했습니다.

수하르토는 석유와 가스 등 풍부한 자원을 바탕으로 연평균 7%대 경제성장률을 기록해 '개발의 아버지'라는 별명을 얻었지만, 동시에 20세기 최고의 부패 정치인으로 불리기도 했습니다.

재임 기간 국고에서 빼돌린 금액이 최대 350억 달러로 추산되는 데다 공산주의자 척결 등을 내세워 민간인 수십만 명을 학살하는 등 각종 인권유린 행위를 저질렀기 때문입니다.

수하르토 전 대통령의 둘째 딸과 결혼했다가 이혼한 프라보워 대통령은 수하르토 정부에서 특수부대 사령관으로 복무하며 파푸아와 동티모르 등지에서 반정부 세력을 강경 진압하고 민주화 운동가들을 납치했다는 의혹을 받아 왔습니다.

프라보워는 옛 장인을 공개적으로 찬양했고, 대통령으로 당선된 이후에는 군인 출신답게 정부 내에서 군부 영향력을 확대했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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