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층건물 허용' 종묘 찾은 김민석 총리
김민석 국무총리는 오늘(10일) 유네스코 세계유산 종묘(宗廟)를 직접 방문해 서울시의 인근 고층 재개발 계획에 대해 "마구 결정할 일이 아니다"라며 우려를 표했습니다.
김 총리는 오늘 오전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 허민 국가유산청장, 김경민 서울대 도시계획학과 교수 등과 함께 종로구 종묘를 찾아 외부 조망 등을 점검했습니다.
그는 종묘 앞 풍경을 바라보며 "(고층 건물이 들어서면) 몇 층이라고 보면 되는 것이냐"고 물었고, 김 교수는 "20층 건물이 80∼90m 쯤 된다"며 "더 가까운 건물이 더 높게 지어지는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김 총리는 "바로 턱하고 숨이 막히게 되겠다. 여기 와서 보니 (고층 건물이 들어오도록) 놔두면 기가 막힌 경관이 돼버리는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이어 동행한 취재진에게 "종묘 인근을 개발할 것인가라는 문제는 국민적 토론을 거쳐야 하는 문제"라며 "서울시에서 일방적으로 밀어붙일 수 있는 사안이 아니고, 한 시기에 마구 결정할 수 있는 일도 아닌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또 "최근 김건희 씨가 종묘를 마구 드나든 것 때문에 국민께서 모욕감을 느끼셨을 텐데 지금 또 이 논란으로 국민 걱정이 크신 것 같다"며 "서울시에서 얘기하는 대로 코앞에 고층 건물이 들어서면 종묘에서 보는 눈을 가리고 숨을 막히게 하고 기를 누르게 하는 결과가 되는 게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든다"고 언급했습니다.
그러면서 "문화와 경제, 미래 모두를 망칠 수 있는 결정을 지금 해선 안 된다는 관점에서 정부가 깊은 책임감을 갖고 이 문제에 임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 김민석 국무총리가 10일 서울시의 종묘 앞 고층건물 허용과 관련해 허민 국가유산청장,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 등과 함께 종로구 종묘를 방문, 외부 조망을 점검하고 있다.
김 총리는 허 청장으로부터 시설 설명을 듣던 도중 김건희 여사의 종묘 무단출입 및 '차담회' 논란을 겨냥한 듯 "왕도 함부로 지나가지 못하는 길인데 그렇게 한 것이었군요"라고 말했고, 둘러보는 도중에도 출입이 제한된 계단 앞에서 "올라가지 말라고 돼 있으니까 올라가지 말자"고 했습니다.
오늘 페이스북 글을 통해서도 김 총리는 "기존 계획보다 두 배 높게 짓겠다는 서울시의 발상은 세계유산특별법이 정한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훼손할 우려가 있고, K-관광 부흥에 역행해 국익적 관점에서도 근시안적인 단견이 될 수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김 총리는 "최근 무리하게 한강버스를 밀어붙이다 시민의 부담을 초래한 서울시로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경청해야 한다"며 "이번 문제를 적절히 다룰 법과 제도 보완 착수를 지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달 30일 세운4구역 높이 계획 변경을 뼈대로 한 '세운재정비촉진지구 및 4구역 재정비촉진계획 결정'을 고시했습니다.
이에 따라 세운4구역의 건물 최고 높이는 당초 종로변 55m·청계천변 71.9m에서 종로변 101m·청계천변 145m로 변경됐습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