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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곁의 수많은 '런던베이글뮤지엄' [스프]

[갑갑한 오피스] (글 : 배가영 직장갑질119 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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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직장', 업무 스트레스도 만만찮은데 '갑질'까지 당한다면 얼마나 갑갑할까요?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와 함께 여러분에게 진짜 도움이 될 만한 사례를 중심으로 소개해드립니다.

"사람은 부족한데 업무는 그대로라 제가 모든 업무를 떠맡다가 쓰러졌고, 정신과 치료만 1년 넘게 받았습니다."

"과로가 연일 이어져 스트레스로 난청이 생겼습니다. 그런데 사장은 이 사실을 알리자 '짐 싸서 나가라'는 말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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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명이 해야 할 일을 2명, 3명이 나눠 하고 있습니다. 야근을 허용하지도 않아서 업무시간에 업무 강도를 최대한 높여 일하는데, 이러다 죽겠습니다."

"하루 12시간 이상 근무했음에도 근무기록을 쓰지 못하게 하더라고요. 너무 힘들어 인사팀 면담을 했지만 소용없었습니다. 결국 반복되는 과로 때문에 퇴사했어요."

모두 올해 직장갑질119에 접수된 업무상 과로 관련 상담 사례다.

최근 런던베이글뮤지엄에서 20대 직장인이 주당 최대 80시간에 달하는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다 유명을 달리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건 보도 이후 진행된 기획근로감독에서 추가적인 위법 정황이 확인되면서 고용노동부는 계열사 전체에 대한 근로감독을 예고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일이 런던베이글뮤지엄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걸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초단기 계약, 성 상품화 등 다양한 문제가 있지만 이번 런던베이글뮤지엄 사태의 가장 큰 주범으로 꼽히는 것은 '포괄임금계약'이다. 직장갑질119가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연장근로, 휴일근로, 야간근로 등 초과근로시간 전부를 인정해 가산임금을 지급받지 못하고 있다'는 응답은 36.3%에 달했다. 가산임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응답자(363명)를 대상으로 초과근로수당 지급 방식을 물어본 결과 43.8%가 '포괄임금제 실시'라고 답했다. '한도액을 설정'(19.6%), '실경비만 지급'(18.7%), '관행상 미지급'(17.1%)보다 2배 이상 높은 수치다. 특히 '포괄임금제 실시' 응답은 30대(54.3%), 실무자급(54.2%), 30인 이상 사업장에서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노동강도가 높은 핵심 노동층이 불합리한 임금 체계에 가장 많이 묶여 있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포괄임금계약을 원천적으로 금지해야 한다는 의견은 78.1%에 달했다.

이 조사만 봐도 런던베이글뮤지엄 외에도 수많은 일터에서 수많은 직장인들이 '일한 만큼의 정당한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으며 이러한 구조를 고착화시키는 가장 큰 원인이 포괄임금제라는 사실이 다시 한번 드러난다. 더 큰 문제는 포괄임금제가 초과노동을 무한정 끌어내기 위한 합법적 장치로 악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와 국회가 이런 불공정한 계약을 방치하면서 사용자의 임금 착취와 초과노동 강요는 이미 노동현장의 일상이 되어 버렸다. 사람이 죽고 난 뒤에야 특정 업체만 근로감독 하는 것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포괄임금제가 허용되는 한, 초과근로의 비용이 사용자에게 실질적으로 부과되지 않는 한, 비극은 언제든 재발할 것이다. 이 비극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지금 즉시 포괄임금제를 전면 금지하고, 포괄임금계약에 대한 집중 단속에 나서야 한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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