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커상 후보 수전 최 "외부 힘에 삶 바뀌는 이야기에 끌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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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편 '플래시라이트'(Flashlight)로 영국 권위의 문학상 부커상 최종 후보에 오른 한국계 미국인 작가 수전 최가 9일(현지시간) 주영한국문화원에서 열린 북토크 행사에서 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장편 '플래시라이트'(Flashlight)로 영국 권위의 문학상 부커상 최종 후보에 오른 한국계 미국인 작가 수전 최는 9일(현지시간) "통제 불가능한 외부 상황에 인생이 형성되는 인물에 대해 쓰는 데 관심이 많다"며 "아버지의 영향이 크다"고 밝혔습니다.

런던을 방문 중인 수전 최는 이날 오후 주영한국문화원에서 열린 '플래시라이트' 북토크 행사에서 독자들에게 집필 과정, 작품 세계 등을 상세히 설명했습니다.

이 소설은 재일교포로서 보이지 않는 차별을 겪다가 미국으로 건너가 교수로 일하는 석, 그와 결혼한 미국인 아내 앤, 그들의 딸 루이자의 수십 년 세월을 그립니다.

이 같은 가족 구성은 작가 본인의 가족과 닮았습니다.

수전 최는 '통제할 수 없는 외부 상황'에 대해 "지정학적 사건"을 대표적인 예로 들면서, 이런 이야기를 쓰는 데 관심 많은 이유는 재미교포 1세대인 아버지의 영향이 크다고 소개했습니다.

수전 최는 1세대 영문학자·문학평론가 최재서(1907∼1964)의 손녀이며 6·25전쟁 후 도미해 인디애나주립대 수학과 교수를 지낸 아버지 최창(1931∼2022)과 유대계 미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습니다.

수전 최는 "아버지는 한국의 유복한 가정을 떠나 아는 사람 하나 없는 미국에 트렁크 하나 들고 건너왔다"며 "존재 전체의 이름을 바꿔야 했던 사람과 함께 성장하는 것은 깊은 각인을 남긴 일이었다. 내가 이런 이야기에 끌리는 이유도 그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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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소설에는 경계인으로서 정체성의 혼란, 가족의 부재에 따른 외로움과 상처부터 한반도의 역사적 격랑으로 비극에 휘말리는 인간의 처절한 모습까지 담겼습니다.

주인공 석을 재일동포로 설정한 것과 관련해 수전 최는 "책을 쓰기 한참 전에 자이니치(재일교포)에 대해 알게 되고, 이들이 20세기 전반의 한국과 일본의 대단히 힘들고 복잡한 관계를 들여다볼 수 있는 또 다른 창이 된다는 데 매료됐다"며 "나중에 이 책에 대해 생각하면서 이 부분을 연결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작품에서 북한 문제를 다루면서 어려웠던 점으로는 "북한이 정보를 철저하게 통제하기 때문에 북한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신뢰할 만한 정보가 너무나 부족했다는 것"을 꼽으면서 탈북민 등의 1인칭 시점 증언을 최대한 많이 읽었다고 말했습니다.

'플래시라이트'는 2020년 미국 주간지 뉴요커에 연재한 동명의 단편 소설에서 출발했습니다.

일본에서 아버지가 실종된 이후 트라우마를 겪던 루이자가 미국에 돌아와 소아정신과의와 대화하는 내용을 다룬 짤막한 이야기입니다.

수전 최는 "오랫동안 이 소녀와 가족에게 닥친 재앙에 대해 쓰고 싶었지만 시작할 수가 없었다. 이 재앙 자체를 어떻게 써야 할지 마음에 커다란 벽이 있는 것 같았다"며 "그래서 그 일은 건너뛰고 그 일을 겪은 소녀의 이야기를 먼저 쓰면 쉬울 것이란 생각으로 단편을 완성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책을 쓸 때마다 창작적 혼란을 경험한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지 못하는 상태로 책을 시작하고, 절대로 개요를 짜지 않는다"며 "책에 담고 싶었던 몇 가지 요소에서 시작했지만, 책의 구조나 이야기의 흐름은 쓰면서 찾아냈다"라고도 설명했습니다.

영문학 최고 권위의 시상식으로 꼽히는 부커상은 최근 1년간 영국과 아일랜드에서 출간된 영어 소설을 대상으로 합니다.

영어로 번역된 소설에는 인터내셔널 부커상이 작가·번역가에게 공동으로 수여됩니다.

앞서 한강이 '채식주의자'로 2016년 이 상을 받았습니다.

올해 부커상 수상작은 오는 10일 저녁 런던에서 열리는 시상식에서 발표됩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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