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다음으론 우리 과학 기술계 현주소를 짚어보겠습니다. 전 세계 국가와 기업들이 AI 기술 개발과 산업 활용에 사활을 걸고 있는데요. 정작 국내 인재들은 한국을 떠나려고 하고 있습니다.
홍영재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박재유 씨는 서울대에서 시각 인공지능을 연구하며 박사과정 졸업을 앞두고 있습니다.
미국 아마존 본사의 AGI, 범용인공지능팀에서 3개월 인턴을 한 뒤 며칠 전 귀국했습니다.
미국으로 가야겠다는 확신이 더 단단해졌다고 합니다.
[박재유/서울대 인공지능 분야 박사과정 : (국내 연구자 역량이) 아마존의 연구자들이랑 차이가 크지는 않은 것 같은데 연봉과 자원 같은 것들의 차이가 좀 커서.]
박 씨는 네이버에서도 인턴을 한 적이 있는데, 인턴 월급은 아마존이 4배 많았고 연구 인프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박재유/서울대 인공지능 분야 박사과정 : (GPU는) 네이버에서 썼던 거랑 비교해 봐도 10배 이상은 썼던 것 같아요. 사실 기회가 주어진다면 (빅테크) 굳이 마다할 이유는 없는 것 같아요.]
지도 교수는 제자들의 해외 빅테크 선호는 갈수록 강해지고 있고, 말리기도 어렵다고 했습니다.
[한보형/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 : 최우선은 아마 대부분은 빅테크 가는 걸 거예요. 그 다음에 이제 교수되고 싶은 학생들이 있고요. 국내 기업은 3순위 정도 된다고 봐야죠.]
한국은행 조사 결과, 석박사급 이공계 인력 43%가 3년 내 해외 이직을 고려하고 있었습니다.
2·30대 젊은 연구자층에서는 70%에 달했습니다.
가장 큰 이유로 연봉과 연구 생태계, 인맥 확장 등을 꼽았습니다.
이렇게 AI 인력풀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일부 기업들은 기존 직원의 AI 재교육을 위해 자체 AI 대학원을 만들고 있습니다.
[정혜연/LG AI연구원 아카데미팀 팀장 : AI를 집중적으로 공부해 보고 싶은 분들 위주로 받아서 그런 산업 도메인 특화 전문가를 양성하는 것으로 목표로 하고.]
최근 카이스트 등 4개 과학기술원이 박사후연구원을 임용하며 기존의 1.8배 연봉 등을 약속했지만, 신속한 연구 인프로 확보와 풍부한 산학 협력 기회, 성과에 연동된 보수 체계를 갖추지 못하면 임시방편일 뿐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한보형/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 : 당장의 어떤 인센티브를 줘 가지고 그냥 잠시 (해외 진출) 그걸 홀드하도록(멈추도록) 만드는 그 정도의 정책을 해 가지고 뭐가 본질적으로 달라지겠냐….]
(영상취재 : 김학모·강시우, 영상편집 : 이소영, 디자인 : 최하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