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금요일 친절한 경제 한지연 기자 나와 있습니다. 한 기자 지금 10년 만에 최저라는 게 청년 실업률 얘기인가 본데 이게 피부로 느끼는 거랑은 너무 다른데요?
<기자>
KDI에 따르면 올해 7월 기준으로 청년 실업률은 2.7%, 그러니까 10년 전인 2015년 3.6%보다 낮아졌는데요.
수치로만 보면 좋아진 것 같지만, KDI는 여기에 통계 착시가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청년 실업률이 뭐냐면요, 만 15세 이상 29세 이하 인구 중 일할 의사와 능력이 있는 경제활동인구 가운데 구직활동을 했지만, 아직 취업하지 못한 사람의 비율입니다.
그런데 요즘 20대 사이에서 '그냥 쉰다'는 사람이 크게 늘었는데요.
이들은 구직활동을 하지 않기 때문에 통계상 실업자에서 아예 빠집니다.
그 결과, 일을 못 하는 사람은 그대로인데 실업률만 낮아지는 착시가 생긴 겁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서 예를 한번 들어볼게요.
10명 중 5명이 일하고 5명이 구직 중이면 실업률은 50%가 되는데요.
그런데 이 5명 중 3명이 '그냥 쉴래요' 하면 이제 구직자는 2명뿐이죠.
일 못 하는 사람은 그대로인데 통계상 실업자는 2명이 돼서 실업률이 29% 정도까지 낮아지는 겁니다.
이런 착시현상이 실제 통계에 얼마나 영향을 줬는지, KDI가 시뮬레이션을 돌려봤습니다.
'쉬었음' 인구가 2015년 수준이었다면 실업률은 3.4%가 됐고요.
완만히 늘었다면 3.1%, '쉬었음도 많고 일자리 매칭 효율성도 개선되지 않았다면' 3.8%까지 올랐을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여기서 말한 매칭 효율성은 기업의 구인과 구직자의 연결 효율을 말하는데요.
최근 구직 플랫폼, AI 매칭 기술이 발전하면서 빈 일자리를 더 쉽게 찾게 된 긍정적 요인도 있습니다.
결국 지금의 낮은 실업률은 '쉬었음 증가'라는 착시 효과와 '매칭 효율성 개선'이라는 구조 변화가 뒤섞인 결과라는 겁니다.
<앵커>
통계는 그렇다 치고 실제로는 어떻습니까?
<기자>
경기 침체와 고금리로 기업 채용 여력이 낮아졌고요.
생성형 AI 확산도 겹치면서 신입 초급 일자리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습니다.
한국은행 분석에 따르면 최근 3년 동안 줄어든 청년 일자리 21만 개 가운데 무려 98%가 AI에 많이 노출된 업종에서 사라졌습니다.
AI가 도입되면 생산성은 높아지지만, 대체로 신입 채용이 가장 먼저 줄어드는 '연공 편향' 현상이 뚜렷하게 드러난다는 겁니다.
코로나19 이후 급증했던 IT·플랫폼 채용도 이제는 속도가 꺾였습니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는 생성형 AI 확산으로 앞으로는 초급 개발자 채용 수요가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습니다.
여기에 스타트업 투자까지 위축되면서 '처음 사회에 나올 문' 자체가 좁아진 상황입니다.
이러다 보니 실제로 아예 구직을 포기한 청년도 늘었습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8월 기준 '이유 없이 쉰다'는 청년이 45만 명으로 역대 최대, 청년층의 17%를 차지했습니다.
앞서 '쉬었음'이 늘었다는 점을 짚었듯이 실제 통계로도 그 현상이 확인된 건데요.
결국 청년들이 노동시장 밖으로 밀려나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수치입니다.
결국 낮은 실업률 속에서도 청년층의 일자리 불안이 커지는 아이러니한 상황입니다.
<앵커>
요새 정년 연장 추진 논의도 뜨거운데 이것도 청년 일자리에 영향을 주죠?
<기자>
민주당에서 정년을 60세에서 65세로 올리는 법안을 추진하면서 청년층 사이에서는 "우리 세대는 언제 일하냐" 이런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정년 연장은 고령층 고용 안정에는 도움이 되지만 청년층 채용 여력은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고요.
한국경영자총협회 조사에서도 20세에서 34세 구직자 61%가 정년 연장 시 채용이 줄 것 같다고 답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임금체계를 함께 손보는 게 가장 현실적인 해법이라고 말합니다.
임금이 그대로인데 정년만 늘리면 기업은 기존 인력만 유지하게 되고, 퇴직 후 재고용이나 직무 중심 임금체계로 전환해야 청년 채용 여력이 생긴다는 겁니다.
결국 정년 연장은 '누가 오래 일하느냐'보다, 세대가 함께 일하고 기회가 순환되는 구조를 만드는 문제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