툭하면 정체불명 드론…러 '하이브리드전'에 불안한 유럽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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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지 시간 4일 벨기에 브뤼셀 자벤템 국제공항

유럽 하늘에 정체불명 드론이 반복 출몰하면서 유럽 곳곳에서 여객기 운항이 중단되고, 공항이 폐쇄되는 등 불편과 불안이 커지고 있습니다.

유럽 당국과 각국 정부는 직접적인 증거가 없기에 러시아를 직접 지목하는 것은 자제하면서도, 잇따른 드론 출현이 유럽의 불안정을 노린 러시아의 '하이브리드전'의 일환이라고 의심하고 있습니다.

지난 4일에는 유럽연합(EU)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본부 등이 있는 벨기에의 관문 브뤼셀 국제공항이 정체를 알 수 없는 드론의 출현으로 폐쇄되는 일까지 벌어졌습니다.

브뤼셀 도심에서 불과 몇 킬로미터 거리인 브뤼셀 자벤텀 국제공항은 이날 밤 인근 하늘에 드론이 3차례 출몰하자 저녁 8시와 저녁 10시께 두차례 운영 중단을 결정했습니다.

이로 인해 도착 24편, 출발 16편 등 40대의 항공편이 중단되고 승객 1천명이 공항에서 쪽잠을 자는 큰 불편을 겪었다고 현지 일간 브뤼셀타임스가 보도했습니다.

저가항공사가 주로 취항하는 브뤼셀 남부 샤를루아 공항 역시 예방적 차원에서 운항을 중단했다고 AFP통신은 전했습니다.

브뤼셀 공항이 드론 위협으로 운영을 멈춘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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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미국의 핵무기가 배치된 것으로 알려진 북동부 클라인 브로겔 공군기지 주변을 비롯해 최근 벨기에 곳곳에서 정체불명의 드론이 나타난 데 이어 수도 공항까지 드론으로 폐쇄되자 바르트 더 베버르 벨기에 총리는 비상안보회의를 소집했다고 브뤼셀타임스는 전했습니다.

베르나르 캥탱 내무장관은 승객과 직원의 안전이 최우선 순위라면서 "조율된, 국가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며 상황의 심각성을 시사했습니다.

지난 9월과 10월 덴마크 코펜하겐, 노르웨이 오슬로, 독일 뮌헨과 베를린 공항, 스페인 마요르카 공항 등 승객이 많은 유럽 주요 도시의 공항도 정체불명 드론 출현으로 운항이 일시 중단됐습니다.

또한 체코, 폴란드, 루마니아 등 러시아와 지리적으로 가까운 동유럽 군 기지 주변에서도 최근 들어 정체가 확인되지 않은 드론이 잇따라 목격되면서 이들 나라는 황급히 전투기를 출격시키는 등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지난 9월에는 폴란드 영공에 20대가 넘는 러시아 드론이 날아오고, 에스토니아 상공에 러시아 전투기 3기가 넘어와 12분 동안 비행하는 등 러시아의 드론과 전투기가 노골적으로 유럽 내 나토 회원국의 하늘을 침범한 일도 있었습니다.

러시아의 소행이 명확한 이들 사건에 이어 정체불명의 드론이 유럽에 잇따라 출몰하자 유럽 각국은 이들 드론의 배후로 러시아를 강하게 의심하며 바짝 긴장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짚었습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잇따른 드론 출몰과 관련해 지난 달 유럽의회 연설에서 러시아가 유럽을 상대로 '하이브리드 전쟁'을 벌이고 있다며 러시아의 목적이 유럽에 '분열의 씨앗을 뿌리려는 것'이 자명하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이브리드 전쟁은 적을 약화하려는 목적으로 가능한 한 두드러지지 않게 허위정보 확산부터 사이버 공격, 군사 작전까지 여러 방식을 혼합하는 전쟁을 지칭합니다.

테오 프랑켄 벨기에 국방장관도 군 기지 주변 등에 잇따르는 드론은 '전문가'가 수행한 조직적인 작전으로 보인다면서 "그들은 벨기에에 공포를 퍼뜨리려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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