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2만 년 전 한라산 백록담에서 분출된 용암으로 빚어낸 동굴이 있습니다. 바로 구린굴인데요. 용암이 흘러내린 흔적과 함께, 박쥐 군락지인 이 동굴이 일반에 처음으로 공개됐습니다.
정용기 기자가 그 현장을 다녀왔습니다.
<기자>
한라산 해발 700미터 부근.
등산로 옆 비법정 탐방로에 높이 3미터의 동굴 입구가 나타납니다.
발걸음을 옮기면 동굴 천장 일부가 무너진 구간이 나오는데, 색다른 비경을 자아냅니다.
약 2만 년 전 백록담 용암 분출로 만들어진 구린굴입니다.
동굴 내부에선 빗물의 영향으로 독특하게 변한 검은 암석부터, 용암이 흐른 자국, 유선이 선명하게 확인됩니다.
구린굴 안쪽 200여 미터 지점입니다.
이곳에는 약 2만 년 전 한라산 백록담 분출 시 용암이 흘러내린 형태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습니다.
한라산의 대표적인 박쥐 군락지이기도 한 구린굴.
천연기념물 황금박쥐를 비롯해 긴가락박쥐, 관박쥐 등 1천500여 마리가 서식하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군데군데 쌓인 박쥐 배설물이 서식지를 실감케 합니다.
[안웅산/제주세계유산본부 학예연구사 : 구린굴에도 많은 박쥐들이 분포하는 특징을 보입니다. 낮은 지대에 있는 동물들의 거동뿐만 아니라 한라산 고지대 박쥐들의 생태 환경이나 거동을 연구할 수 있는 좋은 장소가 되겠습니다.]
구린굴은 백록담 북쪽 고지대 동굴 중 유일한 박쥐 서식지로서, 2027년까지 생태 환경을 분석하는 연구가 진행 중입니다.
총길이 400여 미터에 달하는 고지대 용암동굴 구린굴이 일반에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고종석/제주세계자연유산본부장 : 그동안 개방되지 않은 유산들을 제한적으로나마 탐방 기회를 드리고 있는데, 도민들 그리고 국민과 유산을 공유하고 함께하는 프로그램을 계속 만들어 나가겠습니다.]
백록담의 분화가 남긴 용암의 길, 2만 년의 세월을 품은 구린굴.
제주국가유산방문의 해를 기념해 특별탐방 프로그램을 통해 한시적으로 공개됩니다.
(영상취재 : 고승한 JIBS)
JIBS 정용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