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도심 아파트 모습
최근 서울 아파트값이 큰 폭으로 뛰면서 내년도 공시가격이 현실화율과 공정시장가액비율 상향 없이도 보유세가 40∼50%까지 오로는 단지들이 속출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강남의 초고가 주택은 물론, 올해 아파트값이 급등한 강북 한강벨트 라인의 준고가 단지들도 시세 상승만으로 세부담 상한까지 보유세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최근 국정감사에서 "내년도 현실화율을 동결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런 배경이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국토교통부는 이달 13일 '부동산 가격공시 정책 개선을 위한 공청회'를 열고 내년도 현실화율을 비롯한 공시 계획 수정 방안을 공개할 방침입니다.
3일 연합뉴스가 우병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에 의뢰해 서울 주요 아파트의 내년 공시가격과 보유세를 추정한 결과 강남은 물론 한강벨트 일대 1주택자 보유세가 올해보다 30∼50%까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올해 수준(전국 평균 69%)으로 동결하고, 종합부동산세와 재산세의 공정시장가액비율을 각각 올해와 같은 60%, 45% 수준으로 유지해도 작년보다 아파트값이 크게 올라 세 부담이 급증하는 것입니다.
특히 올해 강남은 물론 집값 상승을 선도한 한강벨트 지역의 시세 20억∼30억 원(공시가격 15억∼20억 원) 선의 종부세 대상 아파트 보유세가 크게 늘어납니다.
일부 인기 단지는 재산세와 종부세를 합한 보유세 상승폭이 세부담 상한인 50%(전년도 세액의 1.5배)까지 오를 전망입니다.
서울 마포구 아현동 래미안푸르지오 전용면적 84.59㎡는 최근 실거래가가 25억 원 선으로, 이 가격이 올해 연말까지 유지된다면 공시가격이 작년 13억 3천800만 원에서 올해 17억 6천53만 원 선으로 31% 넘게 오를 전망입니다.
현실화율을 올해 수준(70%)을 유지해도 시세 상승분 만으로도 공시가격이 올해보다 30% 이상 오르는 것입니다.
이대로면 보유세(재산세+종부세)는 올해 299만 6천 원에서 내년에는 416만 2천 원 선으로 세부담 상한인 50%까지 보유세가 뜁니다.
성동구 옥수동 래미안옥수리버젠 전용 84.8㎡ 역시 내년도 추정 공시가격이 18억 4천300만 원으로, 올해(13억 6천400만 원)보다 35%가량 오를 것으로 예상되면서 보유세도 올해 256만 원에서 내년 353만 원으로 50% 상승합니다.
공시가격이 이들 단지보다 낮은 곳도 상승폭이 만만찮을 전망입니다.
성동구 왕십리 텐즈힐 아파트 전용 84.9㎡는 내년 추정 공시가격이 13억 4천740만 원으로 올해(11억 7천900만 원)보다 14%가량 오른다고 가정하면 보유세는 올해 226만 원에서 내년 279만 원으로 30%가량 상승하는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초고가 주택이 몰려 있는 강남권은 집값이 높아 보유세 절대 세액이 크게 늘어납니다.
재건축을 추진중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 84㎡는 연말까지 시세 변동이 없다면 올해 추정 공시가격은 29억 9천740만 원 선으로, 올해(20억 4천700만 원)보다 46%가 넘는 10억 원 가까이 상승합니다.
당연히 보유세도 올해 700만 원 선에서 내년엔 세부담 상한까지 증가해 1주택이어도 보유세가 1천만 원대 대열에 오릅니다.
잠실 주공5단지도 올해 집값 상승분만으로 공시가격이 44% 이상(23억 1천300만→33억 3천700만 원 선) 오르면서 보유세가 올해 867만 원에서 내년에는 1천260만 원으로 상승할 전망입니다.
특히 보유세는 세부담 상한에 걸려 당해 년도에 납부하지 않은 세액은 통상 3년에 걸쳐 분납하게 됩니다.
다만 서울의 중저가 단지를 포함해 올해 시세 상승폭이 크지 않은 곳은 보유세도 덜 오릅니다.
국토부는 이처럼 올해 강남은 물론 한강벨트에 포진한 시세 20억∼30억 원(공시가격 15억∼20억 원) 선의 종부세 대상 아파트 보유세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내년도 공시가격을 올해 수준으로 동결하겠다는 입장입니다.
김윤덕 국토부 장관은 지난달 29일 국정감사에서 "올해 현실화율을 조정할 계획이 없다"면서 "윤석열 정부에서 내놓은 대책을 유지하는 것으로 현재 국토부는 방침을 정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앞서 윤석열 정부 들어 3년 연속 2020년 수준의 현실화율을 적용하면서 현재 공동주택 현실화율이 평균 69%선으로 낮아져 있는데 4년 연속 이를 유지할 가능성이 큰 것입니다.
이는 10·15대책으로 집값이 크게 오르지 않은 서울 강북은 물론 수도권까지 '3중 규제'로 광범위하게 묶이면서 여론이 악화한 데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보유세 폭탄'이 떨어질 것을 우려한 결과로 풀이됩니다.
공시가격은 보유세 뿐만 아니라 67개의 행정 목적으로 사용돼 공시가격이 오르면 지역 건강보험료 부담이 커지고, 기초수급 대상 탈락자가 속출하는 등 후폭풍이 크다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입니다.
국토부는 이달 13일 적정 공시가격 책정 계획 관련 공청회를 열고 내년도 현실화율을 확정할 방침입니다.
현재 국토부는 국토연구원을 통해 공시가격 현실화율 제고 방안을 놓고 연구 용역을 진행중인 만큼 앞으로 현실화율 개편 수정안에 대한 윤곽이 나올 전망입니다.
다만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동결하더라도 공정시장가액비율 손질에 따라 세부담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윤석열 정부는 문재인 정부 시절 최대 95%까지 높아졌던 종합부동산세 공정시장가액비율을 60%로, 당초 60%인 재산세 공정시장가액비율은 43∼45%로 낮춘 상태입니다.
만약 정부가 고가주택의 보유세 부담을 더 높이기 위해 종부세 공정시장가액비율을 80%까지만 높여도 올해 집값이 많이 오른 서울시내 주요 아파트의 보유세가 일제히 세부담 상한까지 치솟습니다.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 전용 84㎡는 현실화율 제고 없이 올해 시세 상승분만 반영하면 내년 공시가격 추정액이 33억 6천900만 원 선으로, 올해(28억 5천300만 원)보다 18%가량 오를 것으로 예상되면서 보유세가 올해 1천315만 원에서 내년에는 1천700만 원 선으로 32.6%가량 늘어납니다.
그러나 여기서 종부세 공정시장가액비율만 80%로 높이면 보유세는 200만 원 높은 1천900만 원선으로 뛰며 세부담 상한까지 오르게 됩니다.
여기에다 내년도 재산세 공정시장가액비율을 60%로 환원할 경우에는 재산세만 납부하는 공시가격 12억 원 이하 주택도 집값 상승분 외에 공정시장가액비율 변화에 따른 세부담이 발생합니다.
서대문구 북가좌동 DMC래미안e편한세상 전용 84㎡는 올해 시세 상승분을 반영해 내년 공시가격이 8억 5천800만 원으로 올해(7억 5천900만 원)보다 13%가량 오른다고 가정하면, 내년도 재산세는 116만 원 선으로 올해(105만 원 선)보다 13.5%가량 오릅니다.
여기에 재산세 공정시장가액비율을 60%로 높이면 내년 보유세는 120만 원 선으로 18%가량 상승합니다.
전문가들은 올해 공시가격 상승폭이 큰 만큼, 급격한 보유세 상승을 막기 위해 공정시장가액비율도 올해 수준으로 동결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합니다.
다만 10·15대책의 효과를 봐가며 집값이 여전히 안정되지 않을 경우에는 고가주택의 보유세를 높이는 쪽으로 종부세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조정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