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제19회 쇼팽 콩쿠르가 전 세계인들의 관심 속에 펼쳐졌는데요, 쇼팽 콩쿠르가 100년 전 처음 열릴 때만 해도 쇼팽은 지금과 같은 위상의 작곡가는 아니었다고 하죠. 1927년 첫 대회 이후 100년간의 변화, 아시아 피아니스트들의 약진, 그리고 유튜브 생중계가 만든 새로운 감상 문화와 응원 열기까지, 쇼팽 콩쿠르의 이모저모를 살펴봅니다.
김수현 기자 :
이렇게 한 작곡가의 곡만 가지고 하는 콩쿠르가 없잖아요.
이경원 기자 :
반 클라이번 콩쿠르는 연주자 입장에서는 보폭이 넓다 보니까.
김수현 기자 :
이건 그냥 쇼팽만 주구장창.
이경원 기자 :
피아니스트들도 반 클라이번 콩쿠르를 더 좋아한다고 하더라고요.
김수현 기자 :
좀 더 폭넓게 보여줄 수 있으니까.
이경원 기자 :
임윤찬 피아니스트만 하더라도 리스트의 초절기교를 전곡 하고 베토벤의 에로이카 변주곡도 하고 이것저것, 모차르트 콘체르토도 물론 필수곡이긴 했지만 보폭을 넓힐 수 있으니까.
김수현 기자 :
현대 곡도 하도록 돼 있고.
김영욱 PD :
저는 쇼팽에 대해서 거의 종교적인 사람이거든요. 그런데도 한 달 내내 들으니 좀 지겹고. 쇼팽 콩쿠르 홍보대사가 전화로 인터뷰를 했어요. 첫 번째 질문이 "이 콩쿠르를 왜 하는 것인지"였는데 답변이 의미 있더라고요.
100년 전 처음 쇼팽 콩쿠르가 열렸을 때, 쇼팽은 유명했지만 지금과 같은 리스펙트가 없었대요. 피아노 음악밖에 쓰지 않았고, 살롱 음악 위주의 감상적인 음악을 쓴 사라사테 정도의 입지였는데, 우리가 (콩쿠르를) 이어오면서 인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작곡가 중 한 사람이 되었잖아요. 그 역할을 우리가 했다고 믿는다.
맞는 것 같아요. 그런데 제가 보기에는 그건 그만해도 된다. 전 세계가 쇼팽을 사랑해요. 클래식을 잘 모르는 사람조차 모르는 곡을 들려줘도 "이거 쇼팽이지?"라고 알아들을 정도잖아요. 그렇다면 콩쿠르가 앞으로 나가야 될 방향이 바뀌어야 되지 않을까. 쇼팽이 무엇인지를 학구적으로 연구해서 가장 쇼팽다운 것을 찾는 것은 그만해도 될 것 같아요. 다들 그렇게 치고, 쇼팽을 다 이해하고 있거든요.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김수현 기자 :
1927년에 첫 대회가 열렸으니 100주년은 2027년인데 5년에 한 번 열리니까 이번 대회부터 다음 대회까지가 기념 주간이래요. 그래서 이번 대회에 엄청 신경을 쓰고, 쇼핑을 기리는 콩쿠르에서 처음엔 생각도 안 했던 아시아 피아니스트들이 활약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얘기가 많이 나왔던 것 같아요.
이경원 기자 :
특히 중국계, 랑랑 키즈.
김수현 기자 :
처음 아시안이 우승한 것은 1980년 베트남의 당 타이손이죠. 윤디리도 어린 나이에 우승했고.
이경원 기자 :
지메르만이 (우승) 할 때 2등 우치다가 했죠.
김수현 기자 :
네. 일본인. 그전에 푸총이 중국인인데 3위를 했잖아요. 클래식 신에서 중국인이 먼저 있었던 거예요.
이경원 기자 :
푸총이 진짜 좋던데. 너무 좋더라고요.
김수현 기자 :
중국이 아시아 국가 중에서 상하이를 중심으로 빨리 클래식 음악을 받아들인 곳이기도 하고 일본도 빨리 했고, 한국은 2000년 김정원 씨가 본선에 오르고 나서 2005년이 분기점 같은데, 손열음과 임동민, 임동혁이 결선에 같이 올라가서 임동민, 임동혁 형제가 공동 3위를 했죠.
이경원 기자 :
기분 나빴을 것 같아요. 1위 없는 콩쿠르는 뭐 그렇게 정했다고 하니까. 그러면 2위를 줘야지.
김수현 기자 :
그때 1위가 블레하츠였거든요. 폴란드에서 오랜만에 우승자가 나온 거잖아요.
이경원 기자 :
그러니까 기분 좋은 김에.
김수현 기자 :
그러니까 그냥 2등 하면 되지. 저도 그게 좀 기분이 안 좋아요.
김영욱 PD :
폴로네이즈상, 콘체르토상 다 블레하츠 몰아주고.
김수현 기자 :
물론 블레하츠가 잘하긴 했는데 '그럴 거면 2등을 주지' 그런 생각이 들긴 하더라고요.
이경원 기자 :
1등이 없다는 것은 인정하겠어. 군계일학은 없었다는 얘기인데, 2등을 안 주는 건 3등에 대한 능멸인 거지. (웃음)
김수현 기자 :
그러니까 기분 안 좋았어요. 맞아요. (웃음) '그냥 2등을 주면 되지 왜 3등을 주고.' 이미 아시안들이 수상을 조금씩 하고 있었는데 이젠 폭증한 것 같다는 느낌.
김영욱 PD :
인구 구조 따지면 많은 게 맞는 것 같기도 하고요. 그간 중국 클래식 시장이 그렇게 크지 않은 상황이었다가 랑랑이나 유자 왕 같은 스타 피아니스트가 나오면서 자각을 하게 되면서, 근데 전 세계 인구의 5분의 1.
김수현 기자 :
몇 년 전부터 그런 얘기가 있었어요. 중국에 피아노 배우는 학생들이 4천만 명? 우리 인구와 맞먹는다. 잘하는 애들이 많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경원 기자 :
1%만 잘해도 40만 명.
김수현 기자 :
악기 중에 가장 먼저 접하기 시작하는 게 피아노잖아요.
이경원 기자 :
20~30년 뒤에는 인도 피아니스트들이 많이 나오지 않을까, 이런 생각도.
김영욱 PD :
사실 예술과 클래식 음악에서 내셔널리즘이 들어오는 게 맞나 싶거든요.
김수현 기자 :
근데 지금 그게 현실인 건...
김영욱 PD :
현실이죠. '동양인이 많아졌어'는 의미 없는 얘기거든요. '잘 쳤어'만 하면 되는데. 이번에 우리나라 사람이 혼혈까지 합하면 4명이 올라갔잖아요. 근데 어쩔 수 없더라고요.
김수현 기자 :
더 마음을 졸이고 보게 되고.
이경원 기자 :
미스터치 하면 축구에서 실책 하듯이. (웃음)
김수현 기자 :
올림픽이라는 말이 붙는 게, 응원하면서 보는 재미가 또 있긴 하죠.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