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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작심카드'…핵추진 잠수함은 실현될까? [스프]

[뉴스스프링] 미-중 갈등 속 핵잠 추진의 복잡한 방정식


오프라인 본문 이미지 - SBS 뉴스

"핵추진 잠수함의 연료를 공급받을 수 있도록 결단해 달라" 아무도 예상 못한 이재명 대통령의 29일 한미정상회담 모두 발언 내용에 큰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더욱이 바로 다음날(30일) 아침 트럼프 대통령이 곧바로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건조를 승인한다고 SNS에 밝혔습니다. 어리둥절합니다. 당장 이런 질문들이 나옵니다. "그러면 한국의 핵연료 재처리와 우라늄 농축을 금지한 한미원자력 협정이 개정되나?", "한국은 이제 자주국방으로 가나?", "미국이 원하는 대중국 억제력에 가담하는가?", "대중국 관계는 어찌 되나?" 등입니다.

기술력이 있다고 해도 잠수함 건조는 물리적 시간이 걸리고, 이를 둘러싼 세부협의는 이제 시작입니다. 여기에 긴장 속 동북아 정세가 맞물려 그 파장은 간단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무슨 상황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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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이 말한 '핵추진 잠수함'은 '핵 잠수함'과 다릅니다. 핵추진 잠수함(SSN)이라 함은 동력으로 원자로를 이용하는 것이지, 핵미사일을 싣고 발사할 수 있는 전략 핵잠수함(SSBN)은 아닙니다. 현재 한국 해군의 잠수함은 디젤 엔진으로 배터리를 충전해 운항하는데, 충전을 위해선 하루에도 한두 번, 작전 시에도 2, 3주 지나면 물 위로 부상해야 합니다. 디젤엔진을 돌려 축전지를 충전하기 위한 것이죠. 위치가 발각될 위험이 큽니다. 반면, 핵추진 잠수함은 반영구적 동력이 있어 이론적으론 제한 없이, 심지어 몇 달도 잠항이 가능하고 속도도 훨씬 빠릅니다. 한국은 잠수함 건조기술이 뛰어나지만 추진동력 탓에 주변 바다를 돌아다니는 중국, 러시아 잠수함과 성능을 비교하기 어렵습니다. 북한도 논란은 있지만 핵잠수함을 건조 중으로 보입니다. 최근 밀착한 러시아의 기술이전이 예상됩니다.

결국 실질적 방위력을 행사하기 위한 한국군의 숙원 사업인 셈입니다. 문제의 연료를 얻기 위해선 소형원자로의 원료인 농축우라늄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우라늄 농축은 '한미 원자력협정'에 막혀있습니다. 국내 원자력발전소에서 사용한 핵연료에 들어있는 우라늄을 밀도 높게 농축해서 써야 하는데, 이게 핵무기 재료로도 쓸 수 있어서 미국은 한국의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를 금지하고, 우라늄을 농축하려면 미국의 동의를 얻도록 했습니다. 그래서 '핵추진 잠수함의 연료를 공급해 달라'는 이 대통령의 말은 넓게 보면 결국 한미원자력협정을 개정하자는 요구인 셈입니다.

좀 더 설명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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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양국은 이미 관세협정과 맞물려 원자력협정 개정을 논의해 왔습니다. 일본은 이미 1988년부터 저농도 우라늄 농축과 핵연료 재처리 권한을 갖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주로 러시아에서 수입 중인 사용 후 핵연료를 재처리하면 다시 원전 원료로 쓸 수 있고, 무엇보다 핵연료 폐기장을 만들지 못해 원전 안에 계속 쌓여만 가는 이 사용 후 연료의 양을 10분의 1 수준으로 줄일 수 있어서, 재처리 허용을 줄기차게 요청해 왔습니다. 그런데 이미 20년 넘게 미국 정치권과 주요 부처는 재처리 기술이 핵무기 개발로 이어질 수 있다며 재처리·농축 권한을 가진 국가 숫자를 늘리는 것을 반대해 왔습니다. 미국 정부 내의 이들 반대파를 '비확산 스쿨'이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상황이 변했습니다. 아시아에서 확산하는 중국의 군사적 영향력을 견제하는 게 급해진 미국은 일본 주둔 미군은 물론, 대북억제에 집중된 주한미군의 역할도 확대하고 싶어 합니다. 만약 중국이 대만을 침공한다면 주한미군도 이동해 투입할 수 있어야 한다는 거죠. 이른바 '동맹현대화'개념을 내세워 한국의 국방예산 증액, 전시작전권 이양 등을 적극적으로 협의하고 있습니다. 한국도 세계 5위의 국방력에 선진국 대열에 들어가고 있으니 자체적으로 대북 억제력을 가지라는 방향성입니다. 특히 유사시에 중국에 대한 견제, 군사적 협조도 내심 바라고 있지만 한중 관계를 의식해 노골적으로 요구하진 못하는 분위기입니다.

우리 정부는 이런 상황을 '되받아치는' 전략을 쓴 셈입니다. 자체 방위력을 높일 테니 핵추진 잠수함을 건조할 수 있게 해달라고 한 것이죠. 미 정부 입장에선 반대의 명분이 약해졌습니다.

한 걸음 더

그런데 민감한 부분이 있습니다. 이 대통령은 핵추진 잠수함의 필요성을 설명하면서 "디젤잠수함은 북한이나 중국 쪽 잠수함 추적활동에 제한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자칫 중국에 대한 군사적 견제에 동참하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중국이 반발할 수 있는 겁니다. 위성락 안보실장은 곧바로 "특정국을 지칭한다기보다는 북한, 중국 쪽 수역에서의 잠수함 대처를 말한 것"이라고 진화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대통령의 말은 사실 틀린 것도 아닙니다. 우리 해군은 이미 서해, 동해에서 북한은 물론 중국, 러시아, 미국 잠수함의 이동까지 관측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말 그대로라면 자주 국가가 자기 영해에서 상시적으로 해야 하는 순찰인 거죠. 물론 굳이 확대 해석할 때는 중국이 적대심을 가질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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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은 확인할 수 없지만 '중국'을 언급한 것은 이 대통령 혹은 정부 안보라인의 '고도의 전략'일 수도 있습니다. 트럼프가 거의 12시간 만에 "한미군사동맹은 강력하다"며 "핵추진 잠수함을 건조할 수 있도록 승인했다"고 밝힌 이유가 이 발언 때문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죠. 우리 정부 입장에선 핵무기 보유를 기정사실화하려는 북한, 서해 구조물 설치 등 노골적으로 영향력을 과시하는 중국, 그리고 북-중-러의 연대 움직임을 감안하면 중국이 발끈하고 나와도 맞받아 칠 명분이 충분하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중국, 러시아를 자극해 안보 딜레마를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지만, 심상치 않은 동북아 정세 속에서 자주적인 국방력을 강화하려면, 뚝심 있게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합니다. 지금의 한반도 주변 형세가 오히려 숙원인 '한국형 핵잠수함 보유의 기회'라는 것이죠.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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