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우헤드고래와 인간의 유전체 안정성 유지 전략 비교
포유류 중 가장 크고 오래 사는 종 중 하나로 최대 수명이 200년이 넘는 보우헤드고래(북극고래.Balaena mysticetus)의 장수 비결은 뛰어난 DNA 손상 복구 능력에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미국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의대 얀 페이크 교수팀은 30일 과학저널 네이처(Nature)에서 보우헤드고래와 사람의 섬유아세포(fibroblast)를 이용한 유전자 실험과 돌연변이 유발 실험 등을 통해 보우헤드고래가 장수할 수 있는 것은 정확하고 효율적인 DNA 복구 체계 덕분이라는 결론을 얻었다고 밝혔습니다.
연구팀은 이 연구는 보우헤드고래가 암 억제를 위해 종양 억제 유전자를 추가로 획득하기보다 DNA 복구 기능을 강화해 유전체 안정성을 유지한다는 가설을 뒷받침한다며 손상된 세포를 제거하는 대신 정확히 복구하는 전략이 장수와 낮은 암 발생의 비결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보우헤드고래는 포유류 가운데 가장 크고 오래 사는 종 중 하나로 수명은 최대 200년 이상, 체중은 8만㎏을 넘는 경우도 흔합니다.
이처럼 크고 오래 사는 동물은 세포 분열 횟수가 많아 DNA 돌연변이 발생 확률이 높아지고 그로 인한 암 발생 위험도 클 것으로 예상돼 왔습니다.
하지만 몸집이 크지만 장수하는 보우헤드고래처럼 많은 세포와 세포 분열이 암과 짧은 수명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이처럼 동물의 몸 크기와 암 발생률 간 예상과 실제가 일치하지 않는 현상은 수십 년 전부터 알려져 있었고 '피토의 역설'(Peto's paradox)로 불립니다.
연구팀은 보우헤드고래가 오래 살아남기 위해서는 암과 노화 관련 질환을 예방하는 매우 강력하고 독특한 유전적 메커니즘이 있어야 한다며 지금까지 그에 대한 연구는 주로 게놈과 전사체(transcriptome) 분석에 그쳤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들은 보우헤드고래와 인간의 섬유아세포를 배양해 암세포화에 필요한 유전 변화 수를 측정하는 유전자 실험과 자외선 같은 DNA 손상·발암 자극에 노출하는 실험 등을 통해 두 세포의 암세포화 가능성을 비교 조사했습니다.
그 결과 보우헤드고래 세포는 인간 세포보다 악성 종양으로 변하는 데 필요한 돌연변이 수는 적었고 실제로 돌연변이가 발생하는 빈도도 인간 세포보다 훨씬 낮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연구팀은 이는 보우헤드고래 세포가 DNA 손상에 노출될 수는 있지만 손상된 DNA가 효과적으로 복구된다는 것을 시사한다며 보우헤드고래 세포의 DNA 복구과정 분석 결과 이중가닥 절단(double-strand break) 복구 속도와 정확도가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습니다.
또 보우헤드고래 세포에서는 DNA 복구와 관련해 '저온 유도 RNA 결합 단백질'(CIRBP)이 높은 수준으로 발현되는 현상도 발견됐습니다.
이 단백질을 인간 세포에서 과발현시키면 DNA 복구 능력이 향상되는 것으로 확인됐으며, CIRBP가 과발현된 초파리는 수명이 연장되고 방사선 저항성이 향상됐습니다.
연구팀은 이 연구는 대부분 암이 발생하는 상피세포(epithelial cells) 대신 섬유아세포를 사용한 한계가 있지만 이 결과는 우수한 DNA 복구 메커니즘이 보우헤드고래의 장수에 기여한다는 가설을 뒷받침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보우헤드고래의 DNA 복구 메커니즘을 토대로 한 치료법을 개발하면 향후 DNA 손상으로 인한 유전자 불안정성을 줄여 암이나 노화 관련 질환 위험을 조절할 수 있는 새로운 접근법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사진=Nature, Jan Vijg et al. 제공,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