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 마련된 전공의 전용공간
전공의들이 수련병원을 상대로 낸 임금 소송에서 1억 원대의 추가 수당을 지급하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오자 '줄소송' 가능성에 의료계가 긴장하고 있습니다.
오늘(27일) 의료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은 2014∼2017년 아산병원에서 레지던트로 일했던 3명이 연장·야간근로를 했는데도 근로기준법상의 추가 수당을 받지 못했다며 주 40시간을 초과한 부분의 수당을 청구하는 소송에서 원고 승소한 원심 판결을 지난달 11일 확정했습니다.
재판부는 병원이 이들과 체결한 묵시적 포괄임금약정을 인정하지 않았고, 1주당 80시간으로 규정한 근로 약정도 무효라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따라 2심에서는 재단이 지급해야 하는 초과 임금이 대폭 늘어 1명당 1억 6천900∼1억 7천800만 원이 됐습니다.
그간 대부분의 수련병원에서는 전공의들의 근무 시간을 정확히 파악·관리하지 않아 그림자 노동이 만연하고 사실상 초과 근무가 빈번하게 이뤄진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습니다.
이에 유사한 사례의 소송이 이어질까 관심이 쏠립니다.
의료계에 따르면 해당 판결이 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데다 병원마다 계약 형태가 각기 다른 만큼 아직 수련병원을 상대로 한 줄소송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은 아닌 것으로 파악됩니다.
또한 임금 채권의 소멸 시효는 3년이라 이전 근로분의 경우 소를 제기하더라도 법원이 받아들일 가능성은 적습니다.
이번 판결의 대상이 된 서울아산병원의 경우 소송 제기 이후인 2018년 이후로는 관련 규정을 변경해 전공의를 근로자로 보고 근로기준법에 따라 수당을 책정해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아산재단을 상대로 현재 진행되고 있는 유사한 소송은 없는 상태입니다.
또다른 서울 시내 '빅5' 병원 관계자 또한 "현재 진행 중인 전공의 임금 지급 소송은 없으며 해당 문제를 의제로 공식적으로 논의 중도 아닌 상황"이라며 "각 병원마다 전공의 계약과 급여 지급 방법에 차이가 있어 상황은 조금씩 다를 것"이라고 추측했습니다.
전국 수련병원장 모임인 수련병원협의회 차원에서도 소송전으로 번지는 상황으로는 파악하지 않고 있습니다.
다만 협의회는 앞으로 어떤 분위기가 조성될지 지켜보고 법리적인 대응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분기별로 하던 정기 이사회 외에 긴급 이사회를 소집할 계획입니다.
협의회 관계자는 "아산병원의 경우 (계약을 개정해) 추가 소송이 없다고 하지만, 병원마다 사정이 달라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며 "대법원 판결을 근거로 해 전공의노조가 교섭 신청을 검토하고 있으므로 소송이 없더라도 이에 대한 대응을 위해 (병원끼리) 의견을 조율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전국전공의노동조합은 지난 23일 "대법원 판결을 환영한다"며 "판결이 전공의 처우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법적 검토를 세밀하게 진행하고 있으며 근로조건 실태조사를 통해 왜곡된 임금 체계를 밝히고, 보건복지부에 노정교섭, 수련병원협의회에 산별교섭을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유청준 전공의노조 위원장은 "대부분의 수련병원들이 계약서를 수정했지만 소송에 대비해 명목상 수정한 것이고 전공의의 실제 처우는 개선된 바가 없다"며 "일단 구체적인 근로 조건에 대한 실태 조사를 조만간 병원별로 시행하고, 전공의들을 대상으로 수당과 관련한 설명회를 열어 급여 계산법 등을 안내하려고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병원마다 근로·계약 조건이 달라서 전공의들의 대법원 판결과 쟁점에 대한 명확한 이해를 돕고자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러한 가운데 일부 전공의들은 지급 금액이 '억대'로 결정된 해당 판결에 관심을 갖고 노조에 소송에 관한 문의를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공의는 "해당 판결이 알려지며 전공의들 원고인단 모집을 하는 로펌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알음알음 각자 자문을 구하는 전공의도 꽤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소송을 준비하는 전공의는 있겠지만, 자료를 모으는 과정은 생각보다 쉽지 않을 것이고 이번 판결은 특수한 면도 있어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는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