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단독보도

[단독] '대리 계체' 은폐 시도한 협회…제보자에 폭언까지 (풀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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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아시안게임 정식종목인 주짓수 국제 대회에서, 국가대표 선수들이 믿기 힘든 부정행위를 한 걸로 드러났습니다. 체중 감량에 실패한 선수 대신, 다른 선수가 몸무게를 재는 이른바 '대리 계체'를 한 건데요. 주최 측에서 계최선수의 얼굴이 신분증과 다르다고 문제 삼자, 화장해서 그렇다며 얼버무린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홍석준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홍석준 기자>

'대리 계체'라는 어이없는 부정행위는, 지난해 5월 열린 주짓수 아시아 청소년 선수권에서 벌어졌습니다.

계체량을 앞둔 국가대표 A 선수가 자신의 체중이 체급 기준을 300g 넘어서자, 한 체급 낮은 B 선수에게 대신 계체를 해달라고 요청한 겁니다.

계체량 때는 선수의 신분증과 얼굴을 대조하지만, 검사가 비교적 까다롭지 않은 데다, B 선수의 거짓말로 계체를 통과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C 선수/주짓수 국가대표, 제보자 : (주최 측에서) 좀 아닌 것 같다 했는데 그냥 화장했다고 하고 넘어갔다고 말을 했었거든요. 외국이어서 그런지 그렇게 손쉽게 넘어갔다고 하더라고요.]

결국 A 선수는 5위에 올라 내년에 열릴 아시안게임 대표 선발을 위한 포인트까지 챙겼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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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대회에서도 계체에 탈락한 선수가 버젓이 경기를 뛰는 등, 계체와 관련된 대표 선수들의 부정 출전이 지난 3년간 3차례 이상 있었다는 제보입니다.

[D 선수/주짓수 국가대표, 제보자 : 대회마다 밴드(온라인 대화방)를 개설하는데, 'B 선수의 계체 탈락' 이런 식으로 내용이 올라왔었는데, 다음날 시합을 뛰고 있더라고요.]

현재 대리 계체에 연루된 두 선수는 진천선수촌을 자진 퇴촌한 상황이지만, 아직 이와 관련한 어떤 징계도 내려지지 않았습니다.

[대한주짓수회 사무국 관계자 : 조사위원회가 이번 주말에 간략하게라도 회의를 해서 아마 (대리 계체 문제가) 다뤄질 것 같긴 합니다.]

대리 계체 문제에 대한 신고를 접수 받은 스포츠윤리센터는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영상취재 : 정상보, 영상편집 : 장현기, 디자인 : 최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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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대한 주짓수 협회와 지도자들은 대신 몸무게를 재는 이런 말도 안 되는 부정행위를 알고도, 이 사실을 축소하고 은폐하는 데만 급급했습니다. 이 문제를 제기한 내부 고발자에겐 보복성 폭언까지 퍼부었습니다.

이어서 배정훈 기자가 단독 보도합니다.

<배정훈 기자>

주짓수 협회는 지난달 선수 면담을 통해 이 사실을 알았다며, 관련자들을 빠르게 징계할 방침이라고 밝혔습니다.

[대한주짓수회 사무국 관계자 : (대리 계체 사건으로 인한) 공정한 경쟁에서의 불이익 이런 거는 이제 최대한 막을 그런 계획입니다.]

하지만 SBS가 입수한 면담 내용은 협회 공식 입장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협회 사무국 직원은 사건을 은폐, 축소하고 싶다고 대놓고 밝히며,

[대한주짓수회 사무국 관계자 E 씨 : 이게 이슈화될 수 있거든. 언론에 나올 수도 있어요. 협회 입장에서는 그렇게 되면 안 되잖아. 최소화시키고 하는 게 맞는 거 같아서.]

대리 계체한 선수에겐 징계를 줄일 방법을 알려줬습니다.

[대한주짓수회 사무국 관계자 F 씨 : 자필 반성문 같은 거 요청하면 쓸 수 있겠어요? '통렬히 반성한다'이런 느낌이 있으면 3개월 때릴 걸 1개월 때리고 이런 경향이 있거든요.]

오히려, 대리 계체를 제보한 선수들에게 화살을 돌렸습니다.

[대한주짓수회 사무국 관계자 F 씨 : 이게 왜 한국 선수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이냐 이거예요. (한국 선수가 문제를 제기했다는) 내가 너무 어이도 없고 화가 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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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행위를 제보한 C 선수는, 대표팀 지도자들도 몸을 사리긴 마찬가지였다면서,

[C 선수/주짓수 국가대표, 제보자 : (문제가 커지면) 협회가 (대한체육회 정회원에서) 준회원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면) 국가대표 자리, 지도자의 자리가 위협적이니까.]

일부 지도자는 자신의 제보 사실이 알려지자 폭언을 일삼았다고 했습니다.

[C 선수/주짓수 국가대표, 제보자 : (코치가) '네가 어디 실업팀이라도 가면 내가 너 써 줄 것 같냐?', '뭘 잘했다고 그렇게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냐?' 이런 얘기도 하셨고요.]

C 선수는 자신의 희생을 통해서라도 한국 주짓수계가 변화하길 바랐습니다.

[C 선수/주짓수 국가대표, 제보자 : 저는 (앞으로 선수 생활은) 못할 것 같습니다. 이제 미래의 후배들한테 좀 더 나은 주짓수를 보여주고 싶네요.]

(영상취재 : 정상보, 영상편집 : 장현기, 디자인 : 박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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