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의 힘겨루기가 일단 휴식 타임을 가질 조짐입니다. 양국은 지난 주말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무역회담에서 확전 자제 쪽으로 기울었습니다. 빼들었던 큰 칼(중국은 희토류, 미국은 100% 추가관세)을 일단 칼집에 다시 넣은 셈입니다. 방식은 '시행 유예'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한편 한국과 미국의 관세협상은 온도차가 감지됩니다. 미국은 거액 현금의 선불투자 요구를 다소 완화했지만 여전히 한국이 감내하기 어려운 조건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번 한미정상회의 시한에 매달리지 않을 것임을 과감히 시사했습니다. 또 다른 관심은 북·미 정상의 깜짝 회동 여부입니다. 트럼프는 공개적으로 만남을 요청했고 북한은 뭔가 움직이고 있습니다. 미중 대결의 부담을 다소 덜어낸 트럼프는 북한에 집중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무슨 상황인데?
먼저 미국과 중국 간 상황입니다. 베센트 미 재무장관과 허리펑 중국 국무원 부총리가 대표인 양국 협상단은 25~26일 말레이시아에서 만났습니다. 베센트 장관은 회담 후 미국 지상파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허리펑 부총리와 무역합의 프레임워크를 마련했다"며 "중국의 희토류 수출통제 조치가 일정기간(1년 간) 연기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습니다. 또 중국이 미국 농부들을 위한 대규모 농산물(대두) 구매에 합의했고, 미국으로의 '펜타닐'유입 문제 해결을 돕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중국의 반응도 비슷했습니다. 관영 신화통신은 "각자의 우려를 해결하는 계획에 기본적 합의를 이뤘다"며 "미국의 중국 해운, 물류, 조선업에 대한 무역법 301호 조치, 상호 관세 유예기간 연장, 농산물 무역, 수출 통제 등 중요 무역 문제에 대해 심도 있고 건설적인 협상을 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종합하면, 중국의 희토류 수출통제에 미국의 100% 추가 관세를 때리는 극단적 대결은 일단 피하게 됐습니다. 미국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했던 중국의 희토류 수출통제는 1년 정도 유예되고, 중국은 중단했던 미국산 대두 수입을 재개할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은 중국이 우려하던 100% 추가관세를 유예하고 중국 선박 입항료와 첨단기술 이용 통제도 확대하지 않을 전망입니다.
다음은 한미 관세협정입니다. 우리 시간 오늘(27일) 아침 공개된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양국 간 논의가 아직 교착상태라고 밝혔습니다. "투자방식, 금액, 시간표, 어떻게 손실을 공유하고 배당을 나눌지 모든 게 여전히 쟁점"이라고 말한 겁니다. 지난 24일 트럼프가 아시아 순방 일정을 시작하면서 "타결에 매우 가깝다"며 "한국이 준비가 된다면, 나는 준비됐다"고 말한 것과 상당한 온도차가 느껴집니다. 이 대통령의 말은 한국이 29일 한미정상회담을 마감시한으로 보고 있지 않으며, 무리한 선택을 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또 하나는 북미 회담 가능성입니다. 트럼프는 북한 김정은 위원장과의 만남에 대해 "나는 100% 열려 있다. 그가 연락한다면 만날 것"이라면서 "나는 그들이 일종의 핵보유 세력(nuclear power)이라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이 주장하는 핵보유국 인정과는 여전히 거리가 있지만, 김정은 위원장이 공언한 전제조건에 상당히 접근하는 발언이란 점에서 판문점 회동 가능성이 여전히 지속되는 분위기입니다.
좀 더 설명하면
한미 관세협상 상황은 변화가 있습니다. 지난 주말까지 산발적인 보도와 국정감사 답변을 종합하면, 미국은 당초 '3천5백억 달러(504조 원)의 직접선불 투자'조건에서 매년 250억 달러(34조 원)씩 총 2천억 달러를 8년에 걸쳐 투자하고, 1000억 달러는 대출, 보증 방식으로 하자며 조건을 약간 완화했습니다. 한국은 3천5백억 달러의 5%인 175억 달러 이내에서만 현금 투자를 하자는 조건에서 약간 후퇴해 현금 출자를 700억 달러(20%)로 올리되 10년 동안 분할 투자(70억 달러 씩)하는 양보안을 제시했고, 연간 투자액을 올린다고 해도 150억 달러가 한계라는 입장인 것으로 파악됩니다.
이런 중심 쟁점을 틀로 해서 수익 배분 조건, 또 한국의 미국산 대두 수입 등의 부가 조건이 작용하는 모양새입니다. 더 큰 틀에서 보면 '마스가'로 불리는 한국의 미국 조선업 투자지원, 여기에 국방비 증액 등 안보협정 내용이 종합적으로 결합해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의 담판이 시도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29일 정상회담까지 타결하기 위해 비합리적인 선택을 하지 않겠다는 이 대통령의 의중이 확고해 보입니다. 단순화하면 오늘(27일)까지 이런 상황입니다.
한 걸음 더
트럼프의 입장에선 이번 방한에서 시진핑 주석과의 담판에 집중할 것으로 보입니다. 양국 모두 지금도 고율 관세를 부담하며 소모전을 이어가는데, 다시 100% 넘는 관세로 큰 타격을 감수하기엔 부담이 큽니다. 미국은 중국산 희토류 수입을 어느 정도 유지하면서 대체 공급망을 구축할 시간이 필요하고, 대두 수출 중단으로 불만이 커진 미 중부지역 농민들의 불만을 해소해야 합니다.
중국은 AI기술 경쟁에서 여전히 미국산 소프트웨어와 특허 기술이 절대적으로 필요해, 미국이 대중국 기술 통제를 강화할 명분을 주는 것이 부담스러운 상황입니다. 또 중국산 선박 입항료 문제는 자국 조선업의 글로벌 수주 감소 등 발목을 잡고 있다는 점에서 마음이 급합니다. 그래서 미중 회담은 말레이시아 사전협상 내용대로 흘러가면서 두 정상의 기분에 따라 더 화해적인 제스처가 나올 가능성이 높은 편입니다.
또 하나, 김정은 북한국방위원장과의 만남이 성사되면 노벨평화상 적임자임을 자처하는 트럼프에겐 큰 호재가 됩니다. 오늘 AFP보도에 따르면 방한을 이틀 앞둔 트럼프는 일본으로 향하는 비행기에서 다시 "김 위원장과 만나길 원한다"고 말했습니다. 북미 깜짝 회동에 상당한 우선순위를 두고 있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이런 와중에 북한 최선희 외무상이 러시아 방문에 올랐다는 소식으로 북한이 만남을 사실상 거부한 것이란 분석이 나옵니다. 반면, 최 외무상이 김 의원장 전용기편으로 이동한다는 소식은 신속한 방문이고, 최근 밀착한 북러 관계를 감안해, 대미 접촉 전 러시아와 사전 협의를 위한 게 아니냐는 추측도 나옵니다.
당신이 알아야 할 것
일단 중국과 대화가 잘 풀리면 트럼프는 일단 큰 건을 해결하게 됩니다. 한국에 연간 150억 달러 이상을 직접 투자하는 쪽을 계속 압박할 경우, 오히려 한국 내 여론 악화를 불러오고, 차라리 고율 관세를 부담하면서 관련 산업 지원을 통해 버티는 선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참모들의 보고도 받았을 겁니다. 현금 투자 조건에서 한국의 요구를 일부 수용하되 미국 조선업 지원과 대두 수입, 방위협상에서 자신의 실적을 강조하는 전략으로 갈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만 한국에 대한 양보가 타국보다 많을 경우, 일본의 반발과 재협상 요구가 나올 수 있다는 점이 부담일 것입니다. 한국이나 백악관 참모들이나 양보의 명분을 만드는 것이 그래서 중요합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