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경제

[친절한 경제] 22년 만에 밀렸다…타이완과 뒤바뀐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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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화요일 친절한 경제 한지연 기자가 나와 있습니다. 한 기자, 올해 우리나라 1인당 GDP가 타이완한테 역전당할 것 같다면서요?

<기자>

그렇습니다. 우리는 3등 내려가고 타이완은 3등 올라가면서 22년 만에 타이완에 밀리게 됐습니다.

IMF가 이번 달 발표한 세계 경제 전망에 따르면 한국의 올해 1인당 GDP는 3만 5천962달러로 IMF 통계에 포함된 197개국 중 37위입니다.

작년에는 34위였는데, 1년 사이 세 계단 하락했습니다.

반대로 타이완은 3만 7천827달러로 35위, 작년 38위에서 세 계단 상승했습니다.

그래서 22년 만에 순위가 뒤바뀌게 된 거죠.

그나마 지금은 두 단계 차이죠.

그런데 IMF는 내년에는 그 격차가 더 벌어진다고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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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38위, 타이완은 31위, 무려 일곱 계단 차이입니다.

흥미로운 건 우리도 3년 뒤에는 1인당 4만 802달러로, '4만 달러 시대'에 들어선다고 전망해서 올해 4월 전망보다 1년 빨라졌는데요.

그런데도 순위는 오히려 40위로 떨어졌고요.

그다음 해에는 4만 2천522달러가 되는데도 순위는 41위로 더 떨어지게 됩니다.

한마디로 절대 소득은 오르지만 상대속도는 느린 나라, 그게 지금 한국경제의 현주소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앵커>

우리는 상대적으로 떨어지고 타이완은 올라가는 추세네요.

<기자>

핵심은 이 두 가지인데요. 높은 성장률과 그리고 그 성장을 끌어올린 산업 구조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먼저 경제성장률부터 보면 타이완 통계청은 올해 전망치를 3.1%에서 5.45%로 대폭 상향했습니다.

불과 몇 달 만에 2%포인트 넘게 오른 건데요.

그만큼 경기 회복 속도가 빠르다는 얘기입니다.

해외 주요 투자은행 여덟 곳의 평균 전망도 5.3%, 특히 일본 노무라는 3분기 성장률을 7.6%까지 상향했습니다.

올해 들어 아시아 주요국 중 가장 빠른 회복세입니다.

이 성장의 중심에는 바로 반도체 산업이 있습니다.

타이완은 TSMC를 중심으로 한 파운드리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애플이나 엔비디아, 퀄컴 같은 글로벌 기업들이 설계한 칩을 타이완이 대신 만들어주는 구조죠.

이 산업의 장점은 명확합니다.

수요만 있으면 공장은 멈추지 않는다는 겁니다.

그래서 경기와 무관하게 꾸준히 안정적인 수익을 내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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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타이완의 반도체 산업은 GDP의 13~15%, 수출의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AI 칩, 자율주행 칩, GPU 같은 고부가 제품을 거의 독점하다시피 하면서 국가 전체 성장률을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타이완의 반도체는 산업이 아니라 국가의 심장"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인데요.

그만큼 타이완 경제는 반도체에 모든 에너지가 집중돼 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앵커>

그런데 요새 우리도 삼성이랑 SK 보면 반도체는 잘 나가고 있잖아요?

<기자>

한국도 반도체가 수출의 20%를 넘는 핵심 산업인데요.

하지만 구조가 다릅니다.

파운드리는 고객이 설계한 칩을 주문받아 대신 만들어주는 구조이고 메모리 반도체는 데이터를 저장하고 있는 저장용 반도체를 직접 설계하고 생산해 시장에 내다 파는 구조입니다.

문제는 메모리 시장은 가격 변동이 심하고 경기에 민감하다는 점입니다.

글로벌 수요가 줄면 가격이 곧바로 떨어지고, 재고가 쌓이죠.

그만큼 수익성이 크게 흔들립니다.

반면 타이완의 파운드리는 수요만 유지되면 공장이 계속 돌아가서 수익이 훨씬 안정적입니다.

IMF는 올해 한국 성장률을 0.9%로 제시했고, 타이완은 IMF 보고서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다른 기관들이 발표한 걸 보면 대부분 5%대 초반으로 잡고 있거든요.

속도가 5배 넘게 차이가 나는 겁니다.

한국은 자동차, 조선, 배터리, 석유화학처럼 산업이 다양하지만, 속도가 제각각이라 전체 회복이 느린 구조입니다.

결국, 같은 반도체 강국이라도 타이완은 경제의 심장, 우리는 경제의 한 부분 정도라고 볼 수 있는데요.

때문에 같은 반도체 호황 속에서도 두 나라의 체감 온도는 확실히 다를 수밖에 없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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