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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쿠' 시대의 끝이 도래했다? 메인스트림이 된 일본 애니메이션 [스프]

[오그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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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데이터를 만지고 다루는 안혜민 기자입니다. 혹시 여러분은 일본 애니메이션 좋아하시나요? 예전엔 일본 애니메이션 좋아한다고 하면 썩 좋은 반응을 얻지 못했던 것 같은데 요즘엔 많은 사람들이 일본 애니메이션을 즐기고 있는 듯합니다.

유행이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극장과 OTT를 가리지 않고 '일본 애니 열풍'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최근 극장가에서 흥행한 귀멸의 칼날, 체인소맨도 있고요, 곧 개봉할 주술회전, 그리고 그전에는 진격의 거인 바람이 크게 불기도 했죠. 오늘 오그랲에서는 지금 일본 애니메이션이 어느 정도로 인기가 있는 것인지 또 그 인기의 비결은 무엇인지 5가지 그래프를 통해 살펴보려고 합니다.

한국 영화 시장 뒤흔든 일본 애니메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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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가 지나고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 관객수가 532만 명을 돌파하면서 올해 박스오피스 2위를 기록했습니다. 올해 개봉 영화 가운데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의 흥행 성적을 넘는 영화는 <좀비딸> 뿐입니다.

귀멸의 칼날뿐 아니라 체인소맨 극장판에는 150만 명이 넘는 관객이 몰리면서 일본 영화 관객 점유율(10월 10일 기준)은 14.4%까지 올라갔습니다. 이 일본 영화의 기록은 영화진흥위원회에서 통합전산망 시스템을 갖춘 2004년 이후 1위에 해당합니다. 오그랲 첫 번째 그래프를 통해 한국 영화 시장의 국적별 점유율 상황을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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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부터 2025년 현재까지 영화 국적별로 점유율을 나타내보면 단연 1, 2위는 한국영화, 미국영화입니다. 하지만 최근 상황을 보면 일본 영화 상승세가 심상치 않아요. 처음으로 점유율이 반등했던 2017년에는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너의 이름은.>이 대흥행을 하면서 관객 점유율 4.0%를 기록했습니다. 당시까지 일본 영화 중 최다 관객을 기록한 건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하울의 움직이는 성>이었는데 그 기록을 갈아치우고 신기록을 달성했죠.

그리고 4년 뒤인 2021년에는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이 더 큰 흥행 바람을 일으키면서 처음으로 관객 점유율 5.0%를 넘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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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은 일본 영화가 국내 최초로 10%의 관객 점유율을 기록했던 해입니다. 흥행을 이끌었던 건 <스즈메의 문단속>과 <더 퍼스트 슬램덩크>였죠. 두 영화는 2023년 대한민국 박스오피스 순위에서 각각 4위, 6위를 기록할 정도로 엄청난 흥행을 했어요. <스즈메의 문단속>은 558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면서 직전까지 흥행 1위였던 <너의 이름은.>을 꺾고 역대 일본 영화 한국 흥행 순위 1위로 올라섰죠.

그리고 올해는 현재까지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과 <체인소 맨: 레제편>의 흥행에 힘입어 역대 최고 관객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뒤이어 개봉을 앞두고 있는 주술회전까지 흥행한다면 관객 점유율을 더 오를 수도 있고요.

영화라고 뭉뚱그려서 칭하고 있지만 실상 우리나라 영화 시장에서 힘쓰는 일본 영화는 실사 영화가 아닌 애니메이션들입니다. 우리나라 영화 시장 역대를 통틀어서 박스 오피스 200위를 살펴보면 그중 일본 영화는 4편이 포함되는데 모두 애니메이션입니다. <스즈메의 문단속>,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 <더 퍼스트 슬램덩크>, <너의 이름은.>까지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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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실사영화 중 국내 흥행 1위는 러브레터인데 재개봉 관객까지 포함해도 약 140만 명에 불과할 정도로 애니메이션과는 큰 흥행 차이를 보이죠.

일본 애니메이션의 저력은 한국에서만 확인되는 것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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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부터 2023년까지 일본 애니메이션 시장 규모의 변화입니다. 2023년 일본 애니메이션 시장 규모는 3조 3,470억 엔으로 역대 최고치를 찍었습니다. 시장 규모 1조에서 2조로 돌파하는 데 16년이 걸렸는데, 2조에서 3조 돌파하는 데엔 불과 7년밖에 걸리지 않을 정도로 상승세가 빨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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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엔 해외 시장 수익이 일본 내수 수익을 초월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합니다. 여태껏 일본 애니메이션 시장에서 해외 수익이 내수를 넘어선 건 2020년과 2023년뿐입니다. 일본 애니메이션의 해외 시장 성장세는 2013년 이후부터 11년 연속으로 플러스 성장할 정도로 순풍을 타고 있어요.

앞서 우리나라 박스 오피스 200위 안에 들었던 4편의 애니메이션은 전 세계에서 3억 달러 이상의 수익을 벌어들인 작품이기도 합니다. 그중에서도 올해 개봉한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은 역대 일본 영화 가운데 가장 많은 수익을 올린 작품이 되었습니다. 현재까지 무려 6억 달러가 넘는 글로벌 수익을 벌어 들였죠.

그렇다면 왜 이렇게나 일본 애니메이션이 흥행하는 걸까요? 예전부터 애니메이션을 즐겨왔던 제 입장에서 느껴지는 건 애니메이션, 특히 일본 애니메이션을 향유하는 사람들의 파이 자체가 커졌다는 인상이 듭니다. 실제 데이터도 그렇게 이야기하고 있는지 지금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접근성의 힘... OTT로 친근해진 일본 애니메이션

과거 일본 애니메이션은 찐 팬, 이른바 오타쿠만을 위한 틈새시장과 장르로 여겨져 왔습니다. 하지만 OTT를 필두로 다양한 채널에서 스트리밍 되면서 이제는 전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장르로 자리매김했죠.

넷플릭스가 지난 7월 LA에서 열린 애니메 엑스포에서 구독자의 50% 이상이 애니메이션을 시청하고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1억 5천만 가구 이상, 약 3억 명의 시청자가 넷플릭스를 통해 애니메이션을 보고 있어요. 작년 한 해 동안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시청 횟수는 5년 사이 3배 증가해 10억 회를 넘길 정도죠.

우리나라의 시청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대한민국 넷플릭스의 TOP10 랭킹에서도 일본 애니메이션 강세가 이어지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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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부터 2025년 9월까지 대한민국 상위 TOP10에 포함된 일본 애니메이션 작품들은 매년 증가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아직 3개월이 남았는데도 불구하고 벌써 22편이 포함되어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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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많은 소비자들이 선택하고 있는 만큼 넷플릭스에선 애니메이션 영역의 투자 규모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다만 넷플릭스가 분야별로 얼마나 투자했는지 밝히고 있진 않아서 정확하게 확인하긴 어렵지만 콘텐츠 투자액이 2025년에만 작년 대비 11% 증가한 180억 달러 규모인 만큼 애니메이션 영역도 그에 맞춰 확대된 것으로 유추할 수는 있습니다.

이 투자금은 넷플릭스 자체 오리지널 콘텐츠에도 들어가겠지만 외부 애니메이션 제작사로도 흘러가기 때문에 외부 제작사의 회계 자료를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넷플릭스의 투자 규모를 확인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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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수 8호를 만든 Production I.G의 회계보고서입니다. 2024년 회계연도 기준으로 판권 사업의 총매출액이 39.56억 엔인데, 그중에 15.32억 엔을 넷플릭스로부터 받았죠. 판권 수입의 38.7%에 해당하는 금액이죠. 여기에 영상 제작 부문에서도 20.4억을 받아서 전체 매출의 24.5%를 넷플릭스가 차지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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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의 일본 애니메이션은 이른바 '제작위원회' 시스템을 통해 제작되어 왔습니다. 제작사뿐 아니라 광고주, 방송사 등 애니메이션에 관여하는 기업들이 모여서 공동 투자를 해서 위험을 분산하고 수익도 공유하는 식인 거죠. 소규모 스튜디오도 대형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도 있고, 재정적 위험도 상대적으로 최소화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제작사 입장에선 제작비를 줄이라는 소리를 여기저기서 들어야 한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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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넷플릭스와 함께라면 제작위원회 없이 제작비가 한 번에 지급되다 보니 그런 부담에서 사라집니다. 물론 넷플릭스가 2차 저작물 권한을 모두 가져가지만 그만큼 엄청난 투자금을 꽂아주죠.

이렇게 많은 돈이 투자된 일본 애니메이션 제작사들은 퀄리티 좋은 애니메이션 시리즈를 뽑아내고 있습니다. 액션 씬도 화려하고, CG도 퀄리티가 높고… 소비자 입장에선 양질의 콘텐츠를 접할 기회가 더 많아진 겁니다.

실제로 애니메이션 OTT 사용자는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애니메이션 전용 OTT의 성장이 그 증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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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시장에서 애니메이션 스트리밍은 넷플릭스와 크런치롤이 양분하고 있습니다. 2023년 기준으로 넷플릭스가 42%, 크런치롤이 40%를 차지하고 있죠.

크런치롤은 일본에서 방영되는 신작 애니메이션을 최대한 빠르게 제공하는 게 사업 모델입니다. 크런치롤 구독자는 2021년 500만 명에서 2024년엔 1,500만 명으로 3년 사이 3배나 늘어났죠.

우리나라에선 애니메이션 특화 라프텔이 있습니다. 웨이브나 티빙 같은 토종 OTT가 부진을 겪는 와중에도 라프텔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습니다. 월간 활성이용자수 규모를 살펴보면 2021년 70만에서 2025년엔 어느새 100만을 돌파할 정도죠.

굿즈도 사고 알아서 영업까지... 코어 팬덤 '오시카츠'의 힘

넷플릭스를 필두로 애니메이션 투자가 늘어나고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양질의 애니메이션이 제공되면서 일본 애니메이션도 '충분히 볼만하다'는 인식을 가진 소비자들도 크게 늘어났습니다. 영화표가 비싸졌지만, 볼만한 영화가 있으면 소비자들은 충분히 지갑을 열 의향이 있습니다. 그런 소비자 입장에서 일본 애니메이션이 극장에 걸려 있으면? 충분히 선택할 수 있게 되는 거죠.

접근성과 함께 또 하나 주목할만한 건 바로 애니메이션의 팬덤 문화입니다. 좋은 애니메이션을 더 많은 사람들이 보게 만들도록 영업하는 팬들 말이죠. 플랫폼이 애니메이션의 문턱을 낮췄다면 애니메이션의 팬덤은 애니메이션의 불씨를 불꽃으로 키우는 역할을 했습니다. 이들은 애니메이션 관련 굿즈도 열심히 소비하면서 시장 규모를 키워주고, 거기에 더해 새로운 소비층도 끌어들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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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캐릭터, 애니메이션을 위해 적극적으로 소비하는 '오시카츠'가 바로 주인공입니다. 예전엔 '오타쿠'로 지칭되던 애니메이션 팬들을 이제 일본에서는 '오시카츠'라고 부릅니다. 추진하다, 밀어주다라는 뜻을 가진 '오시'에 활동하다는 뜻의 '카츠'가 붙여진 단어인데요, 내가 좋아하는 캐릭터, 아이돌을 위해 적극적으로 소비하는 트렌드를 의미합니다. 참고로 2023년 상반기에 인기를 끌었던 '최애의 아이'의 원 제목이 '오시노 코'입니다. '오시'를 최애로 의역했는데 어떤 의미인지 감이 오죠? 만화책을 시작으로 애니메이션도 보고, 애니메이션 OST도 듣고, 영화도 보고, 굿즈까지… 오시카츠는 내 최애 콘텐츠라면 산업군을 가리지 않고 소비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일본 콘텐츠 시장은 기본 IP 하나를 가지고 주변 산업까지 확대해 나가는 전략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최애의 아이 만화책이 잘 나가면 그걸 바탕으로 퀄리티 좋은 애니메이션을 뽑아내고 애니메이션의 OST가 메가 히트를 치면서 선순환 구조를 이루는 거죠. 이러한 IP 확장 전략을 구동시키는 엔진 역할을 하는 게 오시카츠인 거죠.

오시카츠는 단순한 팬 활동을 넘어 거대한 경제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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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중앙은행에서도 주목할 정도인데요, 지역경제 보고서 이른바 '사쿠라 보고서'의 지난 1분기, 2분기 내용에 오시카츠가 등장합니다. 오사카, 나고야 등 지역을 가리지 않고 오시카츠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는 경향이 보고되고 있죠.

도대체 어느 정도 규모이길래 중앙은행에서도 언급할 정도인지, 일본 마케팅 기업 CDG의 실태조사 데이터를 가지고 오그랲 마지막 그래프를 그려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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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조사에서 파악된 오시카츠의 규모는 1,384만 명으로 일본 인구의 11% 수준입니다. 1인당 연평균 25만 엔을 쓰고 있고, 연 단위로 보면 3.5조 엔을 지출하고 있어요. 단순히 콘텐츠와 굿즈 소비에만 그치는 게 아니라 팬아트나 코스프레로 2차 창작물 시장을 형성하기도 하고, 나아가 애니메이션의 배경이 되는 곳을 성지순례하며 지역 관광에도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이들은 서로서로 교류하면서 커뮤니티를 꾸리고 주변 사람들에게 문화를 전파하는 역할도 마다하지 않습니다. 멀리 갈 필요 없이 이미 우리는 케데헌을 통해 이런 적극적인 팬덤의 소비자들을 경험하고 있고요.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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