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총수들, 트럼프와 골프회동…관세·투자 의견교환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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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한국·일본·대만 기업 대표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홈그라운드'에서 함께 하는 '골프 회동'이 현지시간 18일 한나절에 걸쳐 진행됐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탄 것으로 추정되는 차량 행렬이 이날 오전 9시 8분 플로리다주 소재 마러라고 별장을 출발, 시가지 내 자신이 소유한 트럼프 인터내셔널 골프 클럽으로 향하는 모습이 목격됐습니다.

경찰은 트럼프 대통령의 저택이 있는 팜비치 섬의 마러라고 별장에서 웨스트팜비치의 골프장으로 이어지는 약 5분 거리 도로를 10분 동안 통제했습니다. 텅 빈 거리를 질주하는 검은색 차량에 트럼프 대통령이 골프 라운딩 때 자주 쓰는 흰색 모자를 쓴 인물이 탑승한 것이 눈에 띄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동선을 따라가는 백악관 풀기자단도 "대통령이 9시 15분에 골프장에 도착했다"고 공지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차량 행렬은 오후 4시 50분쯤 골프장을 나섰습니다. 역시 경찰의 도로 통제 속에 똑같은 모델의 리무진 차량 두 대가 성조기를 꽂은 채 일렬로 이동했고, 뒤쪽 차량에 흰 모자를 쓴 인물이 탑승했습니다.

이날 행사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등이 참석해 골프를 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한국의 주요 재벌기업 총수들이 집단적으로 미국의 대통령 및 정·관계 주요 인사들과 함께 골프를 즐긴 것은 사상 유례가 없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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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재벌 총수 등 라운딩에 참가한 기업인들은 개인 차량이 아닌, 공항 리무진 버스를 타고 단체 이동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탑승 차량으로 추정되는 검정 리무진 버스가 트럼프 대통령 일행이 떠난 뒤에 골프장을 나섰고, 차량은 팜비치 섬의 5성급 호텔로 이동했습니다.

이들을 초청한 손정의(孫正義·일본명 손 마사요시)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이 이 호텔 로비에서 목격됐으며, 기업 총수들을 수행중인 것으로 보이는 한국 직원들의 모습도 보였습니다.

통상 4인 1조로 진행되는 아마추어 골프 경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누구와 한 조를 이뤘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백악관은 풀기자단의 확인 요청을 거부했습니다.

골프장 입구는 경호원들에 의해 외부인의 접근이 차단됐으며, 골프장 주변도 높은 나무로 빽빽이 둘러싸여 내부 상황을 살펴보기 어려웠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골프장 도착 이후 각 조가 각 홀에서 동시 티오프하는 '샷건' 방식으로 라운딩이 시작됐을 것으로 짐작됩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기업인들과 동반 라운딩을 하지 않았더라도, 이들은 경기 전후 또는 점심시간이나 휴식시간 등에 트럼프 대통령과 대화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이 자리에서 반도체·자동차·배터리·조선 등 분야에서 이들 기업의 대미 투자 및 관세에 대한 의견이 오갔을지 주목됩니다.

마침 정부의 경제·통상 라인도 미국으로 총출동해 미국 측과 막판 무역협상을 벌이고 있으며, 이달 말 한국에서 개최되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를 계기로 열릴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최종 타결될 가능성이 거론됩니다.

한편, 골프장 도로 건너편 공원에는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이 모여있었습니다.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차량 행렬이 드나들 때 깃발을 흔들고 음악을 틀면서 '대통령을 지켜주세요(Keep our president safe)'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흔들었습니다. 지나가는 차량에서도 이따금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이 경적을 울려 호응했습니다.

이날 미국 전역에서 트럼프 대통령에 반대하는 '노 킹스' 시위가 열렸고, 팜비치에서도 약 4곳에서 시위가 예상된다는 현지 언론 보도도 있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동선 주변에는 시위대가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재집권 이후 이곳에서 골프를 친 것은 11차례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라운딩을 마치고 나오는 데 통상 5∼6시간 걸렸다는 지지자들의 전언으로 미뤄보면, 8시간 가까이 진행된 이날 회동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한국 기업 총수들 사이에 심도 있는 대화가 오갔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웨스트팜비치 시가지에서 팜비치 섬의 마러라고 별장으로 넘어가는 다리는 입구부터 경찰관들이 삼엄한 경계 근무를 서고 있었습니다.

마러라고 별장 입구와 담장 주변에 배치된 이들은 별장 쪽을 둘러보기 위해 접근하는 기자의 신분증을 확인하더니 "사유지라서 근접 촬영은 허가되지 않는다. (별장에) VIP들이 있다"고 제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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