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이버 하이퍼클로바
네이버가 하이퍼클로바X 등 인공지능(AI) 학습에 뉴스 콘텐츠를 무단 사용하고 있다며 언론 단체들이 수백억 원대 저작권 침해 소송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AI 발달에 필수적인 학습 데이터의 저작권 침해 문제를 두고 AI 정책 주무 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최근 AI 저작권 관련 법 개정에 나선 중소벤처기업부 등 타 부처와 달리 수수방관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지적도 함께 제기됐습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최수진 의원(국민의힘)이 13일 한국방송협회, 한국신문협회의 소송 자료 등을 분석한 데 따르면 한국방송협회는 네이버와 네이버클라우드를 상대로 올해 초 AI 저작권 침해에 대해 공중파 3사에 2억 원씩, 총 6억 원을 배상하도록 하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최 의원은 부분 피해액이 5억 원을 넘긴 것으로 미뤄 한국방송협회가 향후 네이버 측에 수백억 원에 달하는 피해 배상액을 청구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한국신문협회는 네이버가 신문 기사 콘텐츠를 AI 학습에 무단 사용했다며 지난 4월 공정위에 신고했고 공정위 판단을 토대로 개별 언론사들의 손해 배상 청구가 잇따를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한국방송협회는 소장에서 "네이버가 대규모 언어 모델(LLM) 하이퍼클로바 등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학습에 쓴 블로그, 카페, 뉴스, 댓글, 지식인, 국립국어원의 모두 말뭉치, 위키피디아 등 데이터 가운데 뉴스는 13.1%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또, 네이버의 AI 서비스 자체도 '뉴스를 학습했느냐'는 질문에 인정하는 답변을 내놓고 있지만, 네이버는 뉴스 콘텐츠 이용에 대한 어떤 허락도 받은 적이 없다고 비판했습니다.
한국신문협회도 지난 4월 공정위에 네이버가 시장 지배적 지위와 거래상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뉴스 데이터를 일방적으로 LLM 개발과 운영에 사용했다고 신고했고 조사가 진행 중입니다.
신문협회는 "네이버의 행태는 저작권 침해 행위일 뿐 아니라 언론사의 뉴스 콘텐츠 기반 사업 활동을 심각하게 침해한다"며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한 사업 활동 방해라고 지목했습니다.
신문협회는 하이퍼클로바뿐만 아니라 네이버의 '큐:', 'AI 브리핑' 등 생성형 AI 기반 검색 서비스 역시 뉴스 기사의 주요 내용을 무단 복제·요약·재구성해 답변 형태로 제공한다고 저작권 침해라고 보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AI 요약 등 과정에서 원문을 왜곡하거나 중요 정보를 누락하는 등의 부작용도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AI 학습에 뉴스 사용을 둘러싸고 언론 단체들과 네이버의 갈등이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AI 정책 주무 부처인 과기정통부가 AI 연구와 산업 발전의 필수기반인 저작권 문제와 분쟁 해결에 손을 놓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됩니다.
AI 학습에 뉴스 무단 사용에 대한 질의에 과기정통부는 "저작권자의 권리 보호와 AI 산업 혁신을 위한 활용 간에 균형감 있는 검토가 필요한 사안으로 관계부처와 긴밀히 협력해 대안을 마련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내놨습니다.
중기부가 지난달 AI 학습에 필요한 데이터 저작권 침해에 대해 중소기업만 면책하는 법 개정안을 발표하는 등 적극적인 제도 개선을 강구하는 것과 대조적이라는 지적입니다.
해외 사례를 보면 유럽연합(EU)은 연구 목적인 대량의 텍스트·데이터 활용(TDM)은 무조건 허용하고 일반적인 데이터 활용의 경우 저작권자가 명시적으로 거부하지 않는 한 허용합니다.
일본은 이미 2018년 저작권법 개정을 통해 연구 목적뿐만 아니라 상업적 목적의 TDM까지 폭넓게 허용합니다.
미국은 공정 이용 원칙을 충족하면 저작권자의 동의 없이도 사용 가능하고 상업적 목적이라도 공익성이 큰 경우 허용하는 등 주요국들이 AI 학습의 저작권 문제에서 원칙을 갖고 대응하는 상황입니다.
최수진 의원은 "AI 산업을 둘러싼 저작권 문제가 산업간 법적 분쟁이 되고 있는데 주무 부처가 제도 개선과 가이드라인 마련에 수수방관하고 있다"며 "AI 학습 관련 저작권 면책 요건과 저작권자에 적절한 보상 체계를 마련하는 등 국회와 정부가 제도 마련에 하루빨리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이해민 의원(조국혁신당)도 이날 열린 과기정통부 국정감사에서 "AI 학습 데이터 저작권 문제도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AI 요약 기능까지 도입돼 언론사들이 트래픽 유입 줄어드는 이중고의 상황을 토로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김광현 네이버 검색·데이터 플랫폼 부문장(부사장)은 "지적대로 AI 브리핑·오버뷰 등 서비스가 노출되면 창작자들 트래픽이 많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현실적으로 그렇게 나타나고 있다. (창작자 피해를) 최소화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대답했습니다.
배경훈 부총리는 창작자 권리를 보호하고 공정하게 수익을 나누는 'AI 상생 가이드라인' 등 정산 기준 마련에 대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동의했습니다.
(사진=네이버 제공,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