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침공에 동유럽도 책임?…메르켈 언급에 각국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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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폴란드와 발트3국의 일부 책임이 있다는 취지로 발언해, 이들 국가의 강한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8일(현지시간) 폴리티코 유럽판에 따르면 메르켈 전 총리는 지난 3일자 헝가리 야당 매체 파르티잔과 인터뷰에서 2021년 폴란드와 발트3국이 유럽연합(EU)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간 직접 협상을 거부한 것이 1년 후 그의 공격에 간접 기여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메르켈 전 총리는 "2021년 6월 푸틴이 더는 민스크 협정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느꼈다"며 "그래서 EU 차원에서 푸틴과 직접 대화할 수 있는 새로운 형식을 원했다"고 말했습니다.

민스크 협정은 2014∼2015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돈바스 전쟁 종식을 목표로 체결됐습니다.

두차례 협정 체결에 프랑스와 독일이 중재자로 참여했고 우크라이나, 러시아, 유럽안보협력기구(OSCE)와 돈바스 지역 분리주의 세력 대표들이 서명했습니다.

그러나 돈바스에서 러시아 측 지원을 받는 분리주의 반군과 우크라이나 정부군의 전투는 종식되지 않고 계속 이어졌습니다.

이에 2021년 EU 정상회의에서 당시 메르켈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국경 근처에 러시아군이 증대되는 상황에 대응해 러시아와 직접 협상을 제안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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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켈 전 총리는 "모든 국가가 이를(직접 협상안) 지지한 것은 아니었다. 특히 발트 3국이 반대했고 폴란드도 반대했다"며 "이들 국가는 우리(EU)가 러시아에 대한 공동 정책을 갖지 못할까 봐 두려워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어쨌든 합의는 이뤄지지 않았고 나는 퇴임했으며 그 후 푸틴의 침공이 시작됐다"고 덧붙였습니다.

메르켈 전 총리의 이런 발언은 우크라이나를 비롯한 동유럽권의 분노를 샀습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훨씬 전부터 푸틴의 공격적 의도와 제국주의적 야망을 독일 지도부에 반복적으로 경고했으나 종종 외면당했다는 겁니다.

한 우크라이나 고위 관리는 폴리티코에 메르켈 전 총리의 발언에 대해 "용납할 수 없고 솔직히 역겹다"고 말했습니다.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당시 폴란드 총리는 엑스(X·옛 트위터)에서 "메르켈은 자신의 실패를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푸틴을 경계했던 나라들에 책임을 돌린다"며 "이것은 피해자와 가해자를 뒤바꾼 왜곡"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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