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가정법원·서울행정법원
내일(3일) 개천절 집회에서 '혐중' 구호를 제한한 경찰 조치에 반발해 보수단체가 법원에 낸 집행정지 신청이 받아들여졌습니다.
법원은 경찰의 제한 조치 통보가 절차를 지키지 않아 집행을 정지시키면서도 이번 결정이 집회·시위에서 언어·신체적 폭력이나 협박 등을 허용하는 의미는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강재원 부장판사)는 오늘 반중(反中) 집회를 주도해 온 강경 보수단체 자유대학이 서울경찰청장을 상대로 옥외집회 금지 통고처분 취소 소송을 내면서 '판결 선고 때까지 통고 처분 집행을 멈춰달라'며 함께 제기한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여 인용 결정을 내렸습니다.
앞서 자유대학은 지난달 17일 서울경찰청에 개천절 집회 신고를 했고, 같은 달 26일 경찰은 '집단적 폭행·협박 등을 유발할 수 있는 모욕·명예훼손 및 특정 인종·국적 등에 대한 혐오성 표현을 금지한다'는 내용의 제한통고를 했습니다.
이에 자유대학은 경찰이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한다며 행정법원에 소송을 내고 집행정지 신청도 제기했습니다.
행정소송에서 집행정지 신청은 민사소송의 가처분 신청과 유사한 개념입니다.
본안 선고가 나오기 전까지 급히 결정을 내려달라고 구하는 법정 장치입니다.
다만 요건과 효과는 다른데, 집행정지는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하기 위해 긴급한 필요가 있을 것,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이 있는 경우가 아닐 것을 요건으로 합니다.
재판부는 서울경찰청이 자유대학의 집회 신고서가 접수된 뒤 법령에 정해진 시간 이내에 제한 통고하지 않은 점을 지적했습니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8조 1항에 따르면 관할경찰서장은 신고된 집회 또는 시위가 법에서 금지하는 시위인 경우 신고서 접수 48시간 이내에 해당 집회를 금지할 것을 주최자에게 통고할 수 있습니다.
48시간이 지나서 금지 통고를 하려면 집회나 시위가 집단적인 폭행, 협박, 손괴, 방화 등으로 공공질서에 직접적인 위험을 초래한 경우 남은 기간에 대해서만 할 수 있다고 규정합니다.
재판부는 "신고서를 접수한 때로부터 48시간이 지난 경우에는 해당 조항과 같이 집회 또는 시위가 집단적인 폭행 등으로 공공의 안녕과 질서에 직접적인 위험을 초래한 경우에 남은 기간의 해당 집회 또는 시위에 대해 예외적으로 금지 통고를 할 수 있을 뿐"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자유대학이 지난달 17일 신고서를 접수했을 당시에는 48시간 이내에 특별한 금지나 제한통고가 없었다"며 "서울경찰청은 10여 일이 지나서 사후 제한통고를 추가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해당 조항에 근거하지 않고 사후적으로 이뤄져 제한통고의 적법한 근거를 찾기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재판부는 자유대학이 서울경찰청장이 아닌 종로경찰서장에게 집회신고를 했다가 옥외집회 제한 통고를 받은 부분에 대해서는 신청 취지가 부적법하다고 판단해 각하했습니다.
재판부의 인용 결정에 따라 내일 오전 7시부터 밤 11시 59분까지 자유대학이 광화문 인근에서 개최하는 집회에 대해서는 경찰의 혐중 구호 제한 조치가 적용되지 않습니다.
다만 재판부는 인용 결정을 하며 "이 사건 집행정지가 신청인의 집회·시위에서의 언어적·신체적 폭력, 협박 등의 허용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집회 참가자는 법 규범을 준수해야 하며, 특히 집시법은 주최자, 질서유지인, 참가자 모두 폭행·협박·손괴·방화 등으로 질서를 문란하게 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