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정부 서비스의 무더기 중단을 불러온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사태 이후 월요일을 맞아 한주가 시작되자 정부24 등 행정서비스 이용에 불편이 이어졌습니다. 다행히 일부 서비스가 순차적으로 재개되고 있지만, 각기 다른 사정과 상황의 시민들이 해당 시점에 꼭 필요한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는 사례가 속출했습니다. 화재의 원인도 답답하지만 복구에 걸리는 시간, 특히 이런 필수 행정망에 꼭 필요한 이중 운영체계가 사실상 없었던 정황이 나오면서 눈총과 질타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또 대전 시설에 화재가 났지만 대구, 광주 시설에 관련 데이터들이 제대로 '백업' (이중 저장)이 이뤄진 상태인지 여전히 확실하지 않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우체국 뱅킹, 온라인 등·초본 재가동..일부 서비스 불편 계속
당장 지난 주말에 혼란이 컸습니다. 우체국 금융서비스가 중단돼 서민들이 애를 먹었고, 우편물 배송 전산망이 마비되면서 추석을 앞두고 늘어난 택배가 큰 차질을 빚었습니다. 시민 체감도가 가장 큰 '정부24' 온라인도 먹통이 되면서 민원서류 발급이 안 됐습니다. 특히 화장장의 온라인 예약이 차질을 빚으면서 유족들이 전화와 팩스로 일일이 화장 가능 여부를 파악해야 했습니다. 토지대장 같은 부동산 거래 필수서류로 발급이 중단되면서 중요한 계약을 하는 시민들이 속을 태웠습니다.
다행히 어제(28일) 밤부터 우체국 우편, 금융서비스가 우석 복구됐고, 주민등록등본 발급 등 가장 자주 활용하는 행정서비스들도 오늘(29일)부터 복구됐습니다. 하지만 지역별, 또 각 서비스별로 정상화가 지연되는 사례들이 있고, 무엇보다 공무원들의 내부 업무도 차질이 여전히 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정부는 오후 4시 기준으로 647개 시스템 중 73개 시스템이 복구됐다면서 네이버와 다음 등 포털 사이트를 통해 수시로 알리겠다고 밝혔습니다.
협소한 구조 개선작업 하다가..한 발 늦은 안타까움
불이 난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대전본원 5층에는 문제의 리튬이온 배터리 UPS(무정전·전원장치)와 함께 정부 70여개 기관의 전산시스템 서버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각 서버 사이 간격은 1.2m, 특히 서버와 배터리 사이 간격은 60~70cm에 불과했습니다. 리튬이온 배터리에 불이 나면 물을 많이 뿌려서 진화하는 방법만 가능한데, 서버가 가까이 있으니 망가질까봐 충분히 물을 뿌려 대응하지 못했다는 겁니다.
특히 이번 화재가 전산실의 배터리 팩을 수차례에 걸쳐 지하공간으로 이전하려는 작업 중에 일어난 점은 더 안타깝습니다. 이런 위험성을 인지하고 개선하려는 중에 사고로 이어진 셈이죠. 결국 서버 시설 설계에서 배터리 화재 위험성을 간과했던 것이고, 국가행정 데이터센터라는 점에서 안전성이 최우선인 만큼 애초에 예산을 더 투입해서 서버와 전기 설비 공간을 충분히 분리해 설치해야 했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옵니다.
또 이를 개선하는 작업 자체도 안전하게 이뤄지지 못했다는 큰 후회가 남습니다. 경찰 수사가 시작됐지만, 해당 시설의 특성상, 전원이 연결된 상태에서 케이블을 분리해 화재가 난 게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됩니다. 반면 관리원 측은 전원을 끊었고 한참 후에 불꽃이 튀었다는 설명입니다. 이런 주요 시설의 작업 과정에 신중한 관리감독이 부족했던 게 아닌지도 짚어봐야 할 부분입니다.
알면서도 미룬 '이중화 체계'..국정 우선순위 판단의 실책
더 중요한 문제는 메인 전산망에 문제가 생긴 경우, 예비 전산망이 작동해 서비스가 계속되는 '쌍둥이' 시스템, 즉 이중화 체계가 없었다는 겁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어제(28일) 회의에서 "중요한 기간망은 외부적 요인으로 훼손될 때 즉각 대응할 수 있는 이중 운영 체계를 당연히 유지해야 되는데, 시스템 자체가 없다는 게 놀랍다"고 말했습니다. 정부 데이터는 대구와 광주 분원에 백업하고 있다는 설명이지만, 단순히 데이터를 저장하는 것과 이를 구동해 행정서비스가 이뤄지는 것과는 다릅니다. 전문가들도 이 차이점을 지적합니다.
백승주 한국열린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
(29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인터뷰)
"백업이 두 가지로 나눠 보면 '액티브-액티브'가 있고 '액티브-스탠바이'가 있어요. 무슨 말이냐 하면 하나가 완전히 이번처럼 문제가 생겼을 때 동시에 잠깐의 스위칭 시간만 거치면 그 백업에서 바로 서비스까지 공급하는 (액티브-액티브), 그런데 이거는 안 거쳐진 게 분명한 걸로 지금 정부 발표에서도 발표를 했고요. 그 다음에 이제 '액티브-스탠바이'입니다. 액티브가 되면 일단 데이터만큼은 별도로 백업이 돼 있으니까 나머지 시스템을 가동을 하겠다. 이렇게 되거든요."
결국, 현재 우리 정부의 시스템은 '액티브-스탠바이', 즉 데이터는 별도로 저장하고 있지만 바로 서비스로 이어질 수 있는 구조는 아니라는 겁니다. 2022년 10월의 카카오 사태, 그리고 2023년 11월의 지방행정 전산망 먹통 사태를 겪으며 정부는 메인서버가 마비되면 '쌍둥이 서버'가 언제든 가동될 수 있는 '액티브-액티브', 즉 실시간 재해복구 시스템을 갖추겠다고 밝혔지만 이후 진전이 없었던 겁니다. 대책 발표 3개월 뒤 주무부처인 행정안전부가 관련 예산 편성을 보류하기로 하면서 2025년 예산안이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역시 위험성을 알면서도 비용 문제를 이유로 크게 한발 늦어버린 셈이죠.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