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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베트남 넘나든 사랑, 17세기 조선에 이런 글로벌 서사?! [스프]

[더 골라듣는 뉴스룸] 연출가 고선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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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세종문화회관

임진왜란·정유재란, 명청 교체기의 격랑 속에서 헤어졌다가 만나기를 반복하는 최척과 옥영. 17세기 고전소설 〈최척전〉을 바탕으로, 고선웅 연출가가 무대 위에 옮긴 작품이 바로 연극 〈퉁소 소리〉입니다. 놀랍게도 원작 소설은 한국, 중국, 일본, 베트남을 넘나드는 '글로벌 서사'! 과연 이 거대한 이야기를 고선웅 씨는 어떻게 연극 무대로 옮겼을까요? 〈퉁소 소리〉의 주요 장면을 고선웅 씨와 함께 보면서 그 흥미진진한 뒷이야기를 직접 들어봅니다.

김수현 기자 :

'퉁소소리' 간단하게 설명을.

고선웅 연출가 :

'퉁소소리'는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명청 교체기까지 약 30년 동안 최척이라는 남자와 옥영이라는 여자가 사랑하고 아이도 낳고 헤어지고 다시 만나고 또 자식을 낳고 또 헤어지는, 천변만화한 인생의 굴곡진 삶을 추적해 가면서 벌어지는 일을 쭉 붙여서 만든 작품입니다. 원래 '최척전'이라는 17세기 조의환 선생의 작품을 바꿔서 연극으로 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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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현 기자 :

오랫동안 마음에 품었던 작품이라면서요.

고선웅 연출가 :

네, 번역해 주신 선생님에게도 얼마 전에 편지를 썼는데, 15년 정도 된 것 같아요. 2009년인가 그 소설을 읽고 너무 재미있었어요. 번역본 문체도 너무 좋았고. 꼭 무대화해야 되겠다는 결심을 했는데 그 무대가 한국, 중국, 일본, 베트남, 그리고 전쟁을 해서 등장인물이 너무 많아요. 한 사람이 인물 6~7명을 해야 되고 그러니까 무대화하려면 작전이 필요하잖아요. 그 작전을 짜는 게 제일 힘들었던 것 같아요.

때마침 러시아가 침범해서 우크라이나 전쟁이 나고, 2020년대에도 상상치도 못했던 일들이 벌어지는 게 마음이 안 좋았어요. 그래서 이 이야기를 꼭 완성해야 되겠다고 생각해서 작업하게 됐죠. 그래서 작년에 초연을 하고 올해 하게 됐죠.

이병희 아나운서 :

전쟁 중에 우리 삶이라는 게 너무 슬프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소설이지만 실제 그런 경우들이 있었으니까 소설로 썼겠죠?

고선웅 연출가 :

그게 원래 '기우록'이라고 '기이한 만남을 기록했다'라는 건데, 저는 설득력 있어 보였어요. 우연한 만남이 반복되면 필연이 되잖아요. 그리고 사실 자체를 묘사한 것이 설득력이 있었거든요. 그거를 잘 보여드리기만 하면 관객분들이 좋아하시겠다.

그리고 너무 기구하잖아요. 한 사람은 중국 가고 한 사람은 일본 갔는데 어떻게 베트남에서 만나냐고요. 그런 이야기들이 인상 깊게 남았었어요.

김수현 기자 :

저는 '옛날 소설이라는데 어떻게... 그 당시에 시야가 굉장히 글로벌하다'

고선웅 연출가 :

그게 좋았어요. 그리고 연극 연출을 하니까 음악도 그렇고 시각적으로도 공간이 다변화하고 언어도 있고 여러 가지 미학적인 부분들도 있는 데다가, 기복이 워낙 많으니까. 사랑도 있고 이별도 하고 전쟁도 하고, 이런 여러 가지가 굉장히 매력 있어서.

김수현 기자 :

여성 캐릭터가 되게 인상적이거든요.

고선웅 연출가 :

맞아요. 그것도 굉장히 좋았어요. 첫 장면의 연애편지를 옥영이 남자한테 주거든요. 상상할 수 없는 일인데 그렇게 될 수 있었던 건, 그때가 전란의 시기고 서울 청파에 살다가 피난을 와서 얹혀사는 입장인데 어린 나이에는 너무 위험하잖아요. 도적도 있고 산적도 있고. 그 시기다 보니까 가족을 보존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으로 자기의 상대를 찾아야 되겠다는 것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설득력이 있었어요.

김수현 기자 :

그러니까요. 여자가 적극적으로 편지를 줬다는 것 자체가 '저 시대에 저런 사람이 있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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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선웅 연출가 :

그리고 남장하고 지내잖아요. 그런 것들이 굉장히.

이병희 아나운서 :

마지막까지 중요한 결단도 확실하게 내리고.

고선웅 연출가 :

인물이 추동력을 끝까지 가지고 가야 되거든요. 중간에 포기하면 안 되는데, 옥영이 그게 있었죠. 그리고 항해술도 다행히 돈우라고 하는 사람과 일본에서 자연스럽게 나룻배 같은 것을 타고 중국에서 오니까 서사가 매력 있었죠. 항해가 무사한 게 아니라 해적 만나고 일본 사람 만나는데 말도 준비하고 의상도 준비해서.

김수현 기자 :

그런 내용이 다 소설에 원래...

고선웅 연출가 :

네, '이게 실화가 아니고서야 어떻게 이렇게 될까'라고 생각할 정도였어요. 근데 옛날에 제가 인터넷에서 봤는데 삼대가 다 10월 8일생, 이렇게 되는 거 아세요? 생일이 다 같아요.

이병희 아나운서 :

그런 사람이 있어요?

고선웅 연출가 :

10월 8일이던가 어떤 날짜인데, 모든 식구가 그 날짜에 다 태어났어요. 다 자연분만. 삼대가. 그게 가능할 수도 있는... 경분의 1인가의 확률로 똑같다. 세상에 우리가 알 수 없는 놀라운 일들이.

김수현 기자 :

사실 어떻게 보면 다 우연의 연속 같잖아요. 헤어지고 어떻게 하다가 또 베트남에서 만나, 아들도 우연히 만나고 포로로 잡혀갔는데 마침 같이 잡혀온 사람이 아들이고, 사돈도 우연히 만나고, 어떻게 보면 '왜 저렇게 우연이 많아' 하는데, 보면서 그렇게 이상하지 않거든요. 보다 보면 따라가게 되거든요.

고선웅 연출가 :

그걸 바라게 되는 거예요. '좀 만났으면 좋겠다, 저 사람' 그러면 원래 드라마적으로는 '이건 억지야, 말도 안 되잖아, 개연성이 부족해' 하지만, 우리가 보는 입장에서는 '쟤가 그냥 아들이었으면 좋겠다. 만났는데 말 된다고 믿자'고, 마음이 그쪽 편이 되는.

김수현 기자 :

네, 그런 것 같아요. 그래서 너무 좋잖아요. '만났어' 막 이러고. 근데 남자는 퉁소를 잘 불어야 되겠다, 그런 생각이.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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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선웅 연출가 :

후일담이긴 한데 퉁소를 부는 악사들이 있거든요. 배우가 연습해서 불 수는 있는데 아무래도 굉장한 시간이 필요하고, 조금이라도 그 친구가 소리를 내면 이쪽하고 뭐가 안 맞잖아요. 그러니까 그 친구가 퉁소 부는 게 더 힘들어요. 소리 안 나게 부는.

김수현 기자 :

소리 안 나는데 진짜로 부는.

고선웅 연출가 :

저는 개인적으로 그렇게 생각해요.

김수현 기자 :

그렇군요. 근데 퉁소가 굉장히 중요하잖아요.

고선웅 연출가 :

원작이 '최척전'인데 '퉁소소리'라고 했던 게, 퉁소라고 하는 악기가 주는 투박함도 있고, 그 소리가 갖고 있는 허스키한 소리가 우리 민족의 삶과도 닮았어요. 기쁠 때나 슬플 때나 그런 소리가 있는 것 같아서 제목이 '퉁소소리'가 낫다고 생각했어요. '척'이라고 하는 단어가 '척 지고' 같은 느낌이 있잖아요. '퉁소소리'라는 제목은, 울려서 계속 퍼지잖아요. 청각적으로 관객에게도 오래 남지 않나.

(※ 영상 보며 대화)

고선웅 연출가 :

이 상모도 있는 친구도 자기가 돌리겠다고 해서 가져왔고, 저 탈춤 하시는 분도 탈춤 이수자고.

술을 같이 이렇게 먹는데 부부가 그렇게 해서 술을 대작하는 것을 본 적이 없어요. 근데 여기서 '저도요' 이러니까 그럼 뭐 어떠냐고 해서 술 좀 먹으니까 원래 앉아 있어야 되는데 춤출 만하죠.

저런 장면들이 연출적으로 굉장히 고민을 많이 하는... 일본 진중을 표현해야 되는데, 저렇게 죽어 있다가 또 일어나고 이런 것들도 관객이 봤을 때 너무 장난처럼 보이지 않으면서도, 계속 일어나면 죽고 일어나면 또 죽고. 근데 연극을 원래 그런 재미로 봐야 되는 거예요. 아기 울음도 저 친구가 직접 울거든요.

김수현 기자 :

그렇겠군요. (웃음) 맞아요. 그분이 소리를 다 내더라고요.

고선웅 연출가 :

의상이나 소품 들도 우리나라에 있는 광주리, 소쿠리 이런 것들로만 다 했어요. 김발, 냄비받침, 한국에서 구할 수 있는 것으로만.

김수현 기자 :

아까 남편은 중국 사람 만나서 따라가고 지금 아내는 일본 배 타고 가는 거죠?

고선웅 연출가 :

연극적으로 옥영이 남장을 하고 있는 것 자체가 굉장히 드라마틱하거든요. 셰익스피어도 그런 거 많이 쓰고 '뮬란' 같은 것도 그렇고, 그런 약속을 하고 보면 드라마가 흥미진진해지는 게 있죠.

김수현 기자 :

근데 만난 사람들이 또 참 좋은 사람들이에요.

고선웅 연출가 :

캐스팅을 400명 가까이 와서. 돈우 역할을 한 친구는 처음 딱 보면서부터 '저 친구가 하면 좋겠다' 풍채나 이런 게, 그리고 목소리도 중요하거든요. 목소리에서 어울리는 톤도 설득력을 가져야 돼서. 저 친구들이 갖고 있는 보이스 컬러가 주인공들하고 어울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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퉁소소리
출처 : 세종문화회관

이병희 아나운서 :

이호재 선생님의 역할도 되게 딱 중심.

고선웅 연출가 :

진짜 압도적이에요. 선생님의 딕션도 그렇고, 디렉션을 한 번도 안 드렸어요. 드릴 게 없어요. 선생님이 그냥 다 하시고.

김수현 기자 :

동선이나 이런 것도 알아서 하시는 거예요?

고선웅 연출가 :

동선만 좌우로 해서 균형을 잡아야 되니까, 그리고 좀 지루할 수도 있으니까 조금씩 그런 것들은 있고. 동선이 생겨야 대사도 잘 안 까먹으시거든요. 그걸 다 떠나서 연습 중에 저희한테 단 한 말씀도 안 하세요. 어르신들이 보통 '이게 더 나을 것 같아'라든지 말씀하시는데 전혀 그런 말씀 없으시고 정말 젠틀맨이세요.

김수현 기자 :

진짜 중심을 딱 잡아주시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고선웅 연출가 :

2막 내내 서 계시고 손이 왔다 갔다 하시니까, 보통 그거 계속 보지 않으면 그 타임을 그분이 다 정하시거든요. 근데 그거를 쥐락펴락 하시면서 호흡을 잘 연결해 가시는 게 경이적이에요.

이병희 아나운서 :

그거를 그냥 이야기만 하지 않고 관객한테 전달하는.

김수현 기자 :

나이 든 최척이 나중에 최척이 아니었다라고 얘기도 하지만, 그런 형식을 그렇게 일부러 하신 거예요?

고선웅 연출가 :

그것도 다 원작에 있는 겁니다. '사실 저는 늙은 최척이올시다. 사실 저는 조위한이라는 서생이올시다'라고 하는 게 가장 드라마적으로 관객에게 터닝 포인트가 될 거라고 생각해요.

기승전결에서 뒤집어지는 '전' 느낌이 있었어요. '사실 저는 이 얘기를 들은 사람이다'라고. 근데 그 순간에 관객들이 훨씬 더 설득력을 갖게 되는 거죠. 읽은 책을 얘기했다는 거는 피해자가 자기 피해를 얘기하는 건데, 제3자로서 이 사람들의 피해를 증명해 주는 느낌이 있으니까 드라마적으로 더 담력이 생긴 거죠.

김수현 기자 :

처음부터 '저는 이 얘기를 들은 사람입니다'라고 안 한 이유는 뭐예요?

고선웅 연출가 :

그건 재미없었어요. 최척으로 들어가야 할 일도 많았고.

김수현 기자 :

병사로 징집하는데 늙은 최척이 나와서 하다가 '이건 젊은 네가 가야지' 그런 장면도 있고.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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