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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수건 필수! 울고 웃을 준비 됐나요? 고선웅 연출 '서편제' [스프]

[더 골라듣는 뉴스룸] 연출가 고선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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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국립정동극장

장르를 넘나드는 스타 연출가 고선웅 씨의 신작은 이미 영화, 창극, 뮤지컬 등 다양한 장르로 만들어져 사랑받은 <서편제>입니다. 이번 공연은 원작 소설에 보다 충실한 소리 극으로 만들 예정이라 <디 오리지널 서편제>라고 제목을 붙였습니다.

고선웅 씨는 1993년 처음 극장에서 영화 <서편제>를 보고 "손수건이 다 젖도록 울었던' 경험을 떠올리며, 이 작품에 임했습니다. 울다가도 웃고, 웃다가도 우는 것이 우리 삶이고 연극이죠. 그는 <서편제> 관객들에게 손수건을 꼭 가져오라고 했습니다. <서편제>의 매력, 그리고 그가 생각하는 연기의 본질에 대해 이야기 나눠봅니다.

김수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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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편제'가 영화로도 유명하지만 원작 소설이 있잖아요. 영화로도 만들어졌고 이미 창극도 있고 뮤지컬도 있는데.

고선웅 연출가 :

소설에 매우 충실하게 남도 연작 세 개를 붙여서 하는 느낌인데 '최척전'과 비슷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물론 안으로 따지고 들어가면 할 말이 많은데, 그래도 원작입니다. 원작과 똑같이 해서 올리는데 그 정서가 가장 한국적이라고 생각해요. '서편제; 디 오리지널(The Original)'이라고 썼는데 저는 내부적으로는 '더' 오리지널이다. 지금 오리지널이 힘들겠다라든지 그런 심리적인 게 있잖아요. 근데 이거는 그렇지 않을 것 같아요.

김수현 기자 :

아버지가 딸의 눈을 멀게 하는 얘기잖아요. 그 부분이 받아들이기 힘들어요.

고선웅 연출가 :

연극에서 연출가·작가가 가장 많이 고민하는 게 표현의 수위를 어떤 방식으로 하냐는 건데. 어떤 선택을 하면 사람을 눌러서 지치게 만들고, 어떤 선택을 하면 압도할 수도 있거든요. 이 장면이 저는 드라마틱하고 재미가 있거든요. 관객이 판단하겠죠. 원래 카타르시스라는 것도 비극인데 정화된다고 하잖아요. 기분이 좋아지잖아요. 그런 느낌이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김수현 기자 :

한승석 감독님이 작창을 하는 거잖아요.

고선웅 연출가 :

네, 작창인데 원 판소리에 준해서 많이 하긴 했어요. 근데 이래저래 조금씩 들어가죠.

김수현 기자 :

그렇죠. 극중에 나오는 판소리가 있지만 극을 진행시키기 위해서는 새로운 노래 가락이 들어가야 되는 거잖아요.

고선웅 연출가 :

네, 노래 가락도 있고 음악 작곡도 들어가요. 북만 가지고는 안 되니까 이런저런 거 좀 넣어서.

김수현 기자 :

그러면 창극과는 뭐가 달라서 굳이 소리극이라고 했을까요?

고선웅 연출가 :

창극은 판소리로 서로 드라마를 주고받는 거죠. '야 이놈 변가놈아' 그러면 변가가 '뭐' 이렇게 노래를 하고 주고받는데, 이거는 소리 대목을 노래하는 거고 드라마는 거의 없죠. 완창 판소리가 나오는 것처럼 소리를 불러주죠. 근데 그 소리를 하는 사람들의 사연이 있어요.

이병희 아나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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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사를 음악으로 하지 않는다는 말씀이신 거예요?

고선웅 연출가 :

그렇죠, 대사는 그런 건 없어요. 근데 딱 보면 음악극과 비슷하고 창극이라고 해도 이상하진 않은데 굳이 소리극이라고 했던 건 소리 위주로, 극적인 게 있어서.

김수현 기자 :

이를테면 대사를 썼는데 한승석 선생님이 작창을 하려니까 노래가 안 붙으면 고쳐 주세요?

고선웅 연출가 :

당연하죠. 한 선생님이 잘라내기도 하고. 근데 굉장히 예의가 바르셔서 정확하게 얘기해 주시고, 제가 다 바꿔드리죠. 완벽하게, 그분이 만족하실 때까지.

김수현 기자 :

'서편제'는 그전부터 하고 싶으셨다고 했잖아요. 왜 그러셨어요?

고선웅 연출가 :

93년엔가 제가 보고 너무 울어서 손수건이 다 젖었어요. 시골에 계신 부모님을 모셔와서 단성사에서 그 영화를 두 번 봤어요. 저는 영화를 두 번 보는 과가 아닌데, 부모님께 기차표까지 드려서 올라오시게 해서. 그게 아니었으면 창극을 시작도 안 했을걸요. '나에게 이런 소리가 있네. 내면에 이런 정서가 있구나' 생각했었어요.

그러다 그 제안을 저한테 줬는데 놓치고 싶지 않았어요. '서편제'를 봤을 때 다른 작품들이 나쁘다 좋다기보다 '원래 서편제는 이거 아니었나?'라는 느낌이 있었거든요. 그것을 구현하면 좋겠다는 열망을 갖고 있었고, '기존 작품들이 있는데 굳이 할 필요가 있을까'라는 생각도 했는데 그쪽의 의지가 대단하고 극장장도 기획팀도 이 작품을 꼭 하겠다는 의지가 있어서 '그러면 극본을 한번 정리해 볼게요' 이렇게 됐죠. 소설에 준한 작품입니다.

김수현 기자 :

소리 때문에 그랬을까요? 아니면 이야기?

고선웅 연출가 :

인생인 것 같아요. 누가 봐도 인생. 보시면 아실 겁니다.

김수현 기자 :

그것도 울 것 같은데. 울리는 걸 잘하시더라고요.

고선웅 연출가 :

손수건 꼭 갖고 오셔야 돼요. 손수건 기념품도 만들자고 했어요. 대책이 없어요. 그 카타르시스가 있어요. 그냥 슬픈 것은 연극이 아니죠. 슬픔을 딛고 일어나는 무엇이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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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현 기자 :

지금 계속 울다가도 웃고, 이런 얘기했잖아요. 그게 고선웅표 연극이다 또는 '마방진' 스타일이다, 사람들이 이런 얘기들을 하거든요.

고선웅 연출가 :

글쎄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어떤 연극이든 다 울다가 웃다가 그렇게 되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연극은 원래 그런 거죠. '지금부터는 울려드릴 테니까 준비하세요, 지금부터 웃겨 드릴 테니까 준비하세요' 이런 거 없죠. 그냥 하는데 울렸다 웃겼다. 주체적으로 그걸 감상하지 누가 그런다고 해서, 그건 너무 교조적이고 옳지도 않아요. 연극은 그런 게 아니에요.

김수현 기자 :

'나는 울다가 웃기는 것을 처음부터 의도할 거야'라는 그런 얘기는 아니지만.

고선웅 연출가 :

저는 지루한 걸 못 견디니까 자꾸 조금씩 바꾸려고 하고, 그러다 보면 또 그렇게 되는 것 같아요. 계속 연극은 그렇게 됐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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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편제
출처 : 국립정동극장

김수현 기자 :

연기하는 것을 보면 '마방진 스타일'이라고 얘기하는 분들이 있거든요. 사실주의인 것 같으면서도 그것과는 다른.

고선웅 연출가 :

좀 달라요. '배우가 연기자냐, 배우가 전달자냐'라고 하는 개념이 있다고 생각해요. 전달자라고 하는 개념은 '배우의 인생을 뭘로 보는 거야'라고 하시는데 그게 아니라, 연극을 보여줬을 때 궁극적으로 느끼는 건 관객이거든요. 관객 중심의 연기를 풀어야 되는 거죠.

슬픔이 있으면 슬픔을 어떤 방식으로 보여주었을 때 관객이 가장 감정이 극대화되는지를 잘 접근하는 게 연극의 숙제라고 생각하는데, 배우가 연기를 너무 잘하면 관객은 '연기 잘한다' 박수 쳐줘요. 그렇게 되면 오늘도 하고 내일도 해, 그러면 장돌뱅이 같아요. 그냥 '연기 잘한다' 그러면 원숭이가 재주 잘 피우는 것 같이 저한테 느껴져요.

'연기 잘한다'가 아니라 관객이 정신없이 무엇을 봤는데 '너무 슬펐어, 너무 아팠어, 그 인물 너무 화났어' 이렇게 돼야 되는데 '걔 연기 잘하더라' 이 말이 저는 싫어요. 그러다 보니까 아슬아슬한 선으로 연기를 표현하는 거죠.

그래서 호불호도 있고 어떤 연기자들은 제가 하는 연극을 불쾌하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왜 연기를 그렇게 해'라고 하는데 연극은 매일 하는 거니까. 매일 공연하고 연습도 오랫동안 하는데, 영화는 수많은 테이크를 해도 한 신만 오케이 하면 되거든요. 그러니까 잘 울고 두 사람만 대화를 잘하면 되는데, 우리는 두 사람이 얘기하는 걸 이 사람을 위해서 존재를 확실하게 해야 되거든요. 그 공간 안에서. 집중력도 다르고 표현하는 양식도 좀 달라야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일본이나 중국 등의 공연들 보면 '따~다~' 이런 형식미를 갖는 게, 안 그러면 매일 그 공연을 못하죠. 감정에 젖어서만 어떻게 노래를 불러요? 연극이 감정노동자가 돼요. 하여튼 그건 너무 긴 얘기니까.

김수현 기자 :

그러니까 뭔가 약간 양식화된, 딱 보면 '마방진' 느낌이 드는 게 있거든요. 그래서 여쭤본 거예요.

고선웅 연출가 :

'칼로막베스' 처음에 연출 풀 때 배우들한테 그랬어요. 회전문 돌듯이 계속 이동했거든요. 사람이라면 가다 멈추다 해야 되는데 회전문 돌듯이 계속 움직여 보자고 했어요. 비슷한 것 같아요. 그게 양식이든 스타일이든, 고선웅 연극은 그런 게 좀 있는 것 같아요. '사람이 가만히 서 있다가 얘기하고 슬프면 가만히 있지' 이런 식의 원칙만 가지고 연극은 지루해서 못 보거든요. 연극은 그다음에 문제가 꼭 있어요. 자연스러움 이후에 어떤 문제가 있는 것 같아요.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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