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속칭 에밀레종으로 국민적 사랑을 받아온 '국보 성덕대왕신종'이 어젯밤(24일) 공개 타종 됐습니다. 무려 22년 만에 선보인 타종 장면인데요. 추첨을 통해 초청된 국민들이 현장을 지켜봤습니다.
보도에 박철희 기자입니다.
<기자>
국보 성덕대왕신종이 22년을 기다려 웅장한 소리를 토해냅니다.
세종실록에 주변 100리까지 퍼졌다고 기록된 천상의 소리, 가까이 있으면 가슴 가득 그 떨림이 전해옵니다.
끊어질 듯 끊어지지 않는, 특유의 맥놀이와 여음은 외세에 꺾이지 않은 우리 민족의 들풀 같은 여정을 담았습니다.
타종은 모두 12번, '국가무형유산 주철장 이수자' 원천수 씨와 '서울 보신각 5대 종지기' 신철민 씨가 맡았습니다.
한국의 범종을 재현하는 데 평생을 바친 명장은 이 순간을 보기 위해 먼 길을 왔습니다.
[원천수/국가무형유산 주철장 이수자 (타종자) : 수시로 타종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종 만드는 종장으로 이러한 행사가 있는 기회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아버지가 에밀레종 소리 들어보실 수 있게끔 하고 싶어서 모시고 왔습니다.]
추첨을 통해 역사적인 현장에 함께 한 국민들도 저마다 짜릿한 감동을 전합니다.
균열 우려로 2003년 개천절 이후 공식 타종이 전면 중단됐던 성덕대왕신종, 타음 조사를 겸한 이번 공개 타종 행사를 통해 무려 22년 만에 장엄한 소리를 국민 앞에 선보이게 됐습니다.
[윤상덕/국립경주박물관장 : 성덕대왕신종은 가장 큰 종이지만 원음을 들을 수 있는 가장 오래된 종입니다. 22년 만에 종소리를 공개함으로 해서 국민 여러분께서 소리를 듣고 훌륭한 신라 문화유산의 가치를 느낄 수 있길 바랍니다.]
타음 조사는 진동 주파수 측정을 통해 외부에 노출 전시된 신종의 보존 상태와 구조적인 결함 여부를 점검하는 일종의 '건강검진'입니다.
1996년 이후 세 차례 실시 돼 큰 문제가 없다는 게 확인됐고, 이번이 4번째입니다.
구조적인 문제가 있는지 여부는 보름쯤 지나면 알 수 있을 전망이고, 측정 데이터에 대한 종합적인 비교·분석 결과도 연말까지 나올 예정입니다.
국립경주박물관은 타종 전후의 외형 변화와 표면 부식도 파악을 위한 정밀 촬영도 함께 진행하는 등, 향후 5년간 성덕대왕신종과 관련한 각종 조사를 이어갈 계획입니다.
또 지진과 태풍 등 자연재해 피해도 우려되는 만큼 개폐식 형태의 신종관 건립을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영상취재 : 김명수 TBC, 영상편집 : 김남용 TBC, 화면제공 : 국립경주박물관)
TBC 박철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