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타이레놀 저격'은 제도권 보건당국 불신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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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2일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미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켜보는 가운데 '미국 어린이를 위한 의학적 발견'에 대한 발표를 하고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임신 여성의 타이레놀 투약과 어린이의 백신 접종 일정에 대해 '작심 공격'을 늘어놓은 배경에는 제도권 보건의료 전문가들에 대한 깊은 불만이 깔려 있다고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가 보도했습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 CDC 데이터에 따르면 8세 이전 자폐증 진단 비율은 2000년에는 150명 중 1명꼴이었으나 2022년에는 31명 중 1명꼴로 늘었습니다.

트럼프는 이처럼 급증하는 자폐증에 대한 대책을 기다리는 데에 신물이 났다는 게 백악관 사정을 잘 아는 취재원 3명이 익명을 전제로 폴리티코에 설명한 내용입니다.

자폐증 실태가 이렇게 심각한데도 명쾌하게 원인을 밝히거나 대책을 내놓지 못하는 제도권 보건 당국과 주류 의학계를 믿고 기다릴 수 없고 자신이 나서야만 한다는 게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이라는 것입니다.

취재원 3명 중 한 명은 "트럼프 대통령이 하는 말은 분명히 퇴직 후에 제약사로 가려고 하는 보통의 공중보건 관료나, 제약사들로부터 돈을 받고 아이들에게 백신을 맞히고 투약하는 의사와는 다르게 들린다"고 말했습니다.

이 취재원은 이런 관료나 의사는 "(백신이나 약으로 건강에) 해를 입은 자녀들 때문에 고통을 겪는 부모들에게 단 한 차례도 경고의 말을 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트럼프의 기자회견 내용에 오류와 과장이 많아 참모들에게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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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중 타이레놀 복용이 자녀의 자폐증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주장에 관해서는 서로 엇갈리는 증거들이 있어 섣불리 결론을 내리기 어려운 상태이며, '어린이 백신 접종 일정이 너무 어릴 때부터 시작되고 너무 많은 백신을 접종해 위험하다'는 주장은 사실상 아예 근거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게 폴리티코 취재원 3명 중 2명의 설명입니다.

트럼프 행정부 내 보건 공무원들은 '아기들이 다칠 위험이 있는 것보다는 여성들이 불필요하더라도 조심하는 것이 낫다'는 대통령의 견해를 수용해야만 했다고 이들은 전했습니다.

보건의료 전문가와 과학자들의 반응은 부정적인 의견이 압도적입니다.

자폐증 진단 비율이 늘어나는 것은 적어도 부분적으로는 진단 기준이 변경되고 자폐증에 대한 인식이 커졌기 때문이라는 게 많은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또 다양한 환경적, 유전적 요인이 있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그러나 트럼프는 이런 전문가들에게 아무런 신빙성이 없다고 보고 있으며,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보건장관도 같은 견해를 갖고 있습니다.

트럼프와 케네디는 자폐증 문제가 악화하는 동안 전문가들이 방관하고 있었다고 비난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22일 기자회견에서 '임신 중 통증 완화에 타이레놀이 안전한 약이라는 의학단체 의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고 "그게 바로 제도권이다. 그들은 많은 집단들로부터 운영자금을 받는다"고 말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B형 간염 백신 접종을 12세 이후로 미뤄야 한다면서 B형 간염은 성병(STD)이기 때문에 현재처럼 신생아 때부터 백신을 맞히는 것이 말도 안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공화당 소속인 빌 캐시디 연방상원 보건위원장을 포함한 의사들이 지적하듯이, B형 간염은 모체로부터 태아로 수직감염이 가능하고 임부가 감염 사실을 모르고 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B형 간염 유병률은 백신 접종이 널리 이뤄지기 시작한 1990년대부터 급격히 하락했습니다.

캐시디 위원장은 트럼프 발언 중 타이레놀에 관한 부분에 대해 "보건복지부가 이런 주장을 뒷받침하려면 이 기관이 가진 새로운 데이터를 공개해야만 한다. 증거의 우위 원칙에 비춰 볼 때 그렇지 않은 것(HHS에 그런 새로운 데이터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또 트럼프의 '임신 여성 타이레놀 투약 금지' 권고는 임신 중 통증을 관리할 선택지를 아예 없애버리는 결과를 낳는다고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언을 트럼프 지지 인사들은 열렬히 반기면서 칭송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집권 1기 때 백악관 수석전략가를 지낸 우파 논객 스티브 배넌, 백신 반대 운동가인 토니 라이언스 등은 팟캐스트나 인터뷰 등에서 "자폐증 위기에 정면으로 대처했다", "마하(MAHA), 즉 '미국을 다시 건강하게' 대통령으로 불러야 한다" 등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를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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