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리스 전 부통령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난 2024년 대선 라이벌이었던 카멀라 해리스 전 부통령이 자신의 회고록에서 "관세는 평범한 미국인들에게 부과되는 세금 (tax on everyday Americans)"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을 정면 비판했습니다.
해리스 전 부통령은 책 출간을 계기로 미국 각지에서 북 투어를 하고 언론 인터뷰를 하며 공개 활동을 본격화할 예정인데, 트럼프 대통령을 정조준하며 차기 대선 행보에 시동을 걸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해리스 전 부통령은 현지시간 23일 출간된 저서 '107일'에서 지난해 대선 이후에 '관세가 무엇인가?', '내 투표를 바꿀 수 있나?"라는 두 가지 검색어 트렌드가 있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을 비판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워 펼치고 있는 관세 정책은 수입품에 부과하는 세금을 높이는 것이지만, 결국 제품 가격이 올라가 해당 국가나 기업이 아닌 미국의 소비자들에게 부담이 전가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겁니다.
해리스 전 부통령은 또 "트럼프는 자기 주머니만 채우고 억만장자들만 더 부유하게 만들었으며, 중산층을 위해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빈곤층의 형편은 더 나빠지게 했다"고 비판했습니다.
해리스 전 부통령은 "해병대와 전투 병사들이 민간인들에 맞서 우리의 거리에 배치됐다"며 "법무부는 트럼프의 정적 리스트를 쫓고 있고, 경찰을 공격한 1월 6일 의회 폭동 가담자들, 펜타닐 판매자 로스 울브라이트, 수많은 탈세자 등 트럼프 지지자들은 사면받고 풀려났다"라고도 말했습니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적 우호 관계를 악화시키고, 이민자 커뮤니티에 대해 공포를 조성했다고 비판했습니다.
질병 연구 및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과학 연구들이 중단되고 메디케이드 같은 의료 복지 정책이 훼손된 점, 대학들의 지적 자유가 침해된 점도 지적했습니다.
또 "외국 지도자들은 아첨과 협잡, 특혜로 트럼프를 대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비위를 맞추기 위한 외국 정상들의 노력을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해리스 전 부통령은 대선 패배 이튿날과 상원의장으로서 자신이 트럼프의 대선 승리를 공식 인증해야 했던 날에 대한 소회도 책에 담았습니다.
저서의 제목 107일은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인지력 저하 및 건강 악화 논란 속에 대선 레이스에서 중도 하차한 이후 해리스 전 부통령이 그 바통을 넘겨받아 대선 캠페인을 벌인 기간을 의미합니다.
해리스 전 부통령은 대선 패배 다음 날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여전히 믿을 수가 없었다"며 "이건 사실이 아닐 거야.
사실이라면 어떻게 바로잡지?" 같은 생각들로 가득했다고 회고했습니다.
선거 패배를 인정하기 어려웠지만 "민주주의를 위해, 내 존엄성을 위해, 미국을 위한 우리의 비전을 믿고 지지해 준 7천5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을 위해 내 개인적 정신적 혼란을 넘어 할 일을 해야 했다"고 말했습니다.
해리스 전 부통령은 그 일 중 하나는 트럼프 대통령이 무시했던 평화로운 권력 이양의 기준을 회복하는 일이었다며 트럼프 대통령(당시 당선인)에게 '패배 인정 전화'(concession phone call)를 걸어 "공정한 선거였다"면서 "모든 미국인을 위한 대통령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고 밝혔습니다.
당시 승리의 기쁨에 차 있었던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친절하고 존중하는 태도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해리스에게 "당신은 강인하고 똑똑한 사람이다. 이건 존경을 담아 하는 말이다. 당신의 이름도 아름답다. 이름도 익숙해졌다. 카멀라다"라며 그때만큼은 자신의 이름을 제대로 발음했다고 해리스 전 부통령은 회고했습니다.
해리스 전 부통령은 상원의장으로서 라이벌이었던 트럼프 당선인의 승리를 인증했던 일도 자신이 해야 했던 가장 어려운 일 중 하나였다고 적었습니다.
트럼프와 그의 지지자들이 2020년 대선 결과에 불복했던 것과 관련, "트럼프는 선거를 무력화하려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했고, 권력의 평화로운 이양을 방해하며 국민의 의지를 부정했다"며 "나는 헌법을 보호하고 수호하겠다는 선서를 지키기 위해 그 자리에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