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일(현지시간)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반부패 시위 도중 폭력 사태가 이어지는 가운데 진압 경찰이 시위대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필리핀 정치권의 비리 의혹을 규탄한 시위대가 격렬한 시위를 벌이며 경찰과 충돌해 49명이 체포됐습니다.
AP 통신 등에 따르면 현지시간 21일 필리핀 수도 마닐라에 있는 대통령궁 인근에서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했습니다.
대통령궁으로 향하던 시위대는 경찰이 차량으로 도로를 막자 돌멩이와 화염병을 던졌고, 경찰은 최루탄과 물대포를 쏘며 진압을 시도했습니다.
일부 시위대는 둔기를 휘두르거나 타이어에 불을 지르는 등 몇 시간 동안 난동을 부렸으며 이 과정에서 경찰관 70명가량이 다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란둘프 투아뇨 국가경찰 대변인은 "돌멩이를 투척하거나 방화를 저지르는 등 폭력적 행동을 한 성인 36명과 미성년자 13명을 체포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마닐라 집회에 참석한 학생 운동가 알테아 트리니다드는 AP에 "우리는 가난에 허덕이면서 집과 미래를 잃어가는 동안 그들은 우리 세금으로 호화 차량과 해외여행을 누리며 막대한 부를 챙기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일요일 오전 대통령궁 인근 리살 공원 일대에서 시작한 시위에는 최소 3만 3천 명이 참여했으며 대부분은 평화롭게 집회를 진행했습니다.
필리핀 경찰은 시위가 끝난 뒤 "(사태가) 통제됐다"며 앞으로도 시위 중 폭력 행위는 용납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태풍 등으로 홍수 피해가 잦은 필리핀은 지난 3년 동안 홍수 예방 사업에 약 13조 2천억 원을 투입했는데, 마르코스 대통령은 이달 들어 이 사업의 부패 가능성을 조사하고 책임자들을 형사 고발할 독립위원회를 구성했습니다.
랠프 렉토 재무부 장관은 이 사업 관련 부패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2023년부터 올해까지 최대 2조 8천8백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지난주 상원에 출석한 건설회사 사주 부부는 홍수 예방 공사와 관련해 마틴 로무알데스 하원의장을 포함한 하원의원 17명에게 뇌물을 줬다고 주장했습니다.
마르코스 현 대통령의 사촌이자 실세인 그는 결국 사임했으며 앞서 지난주에는 프랜시스 에스쿠데로 상원의장도 홍수 예방 사업 계약업체와 연관설이 제기된 여파로 교체됐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