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불어민주당 3대특검 종합대응 특별위원회 이성윤 의원 등이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에 '윤석열·김건희 등의 국정농단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전담재판부 설치에 관한 법률안'을 제출하고 있다.
지난 18일 민주당 3대 특검 종합대응 특별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이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을 발의했다. 특별위원회 위원장인 전현희 민주당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그동안 논란이 된 위헌 소지를 완전히 차단하는 데에 중점을 뒀다"고 말했다. 특히 기존 재판부를 대신해 내란 사건을 담당할 재판부 판사를 추천하는 권한을 가진 기관에서 국회를 제외하고, 법무부(1명)와 법원 판사회의(4명), 대한변호사협회(4명)가 뽑은 위원들이 판사를 추천하도록 해서 삼권분립 위반 소지를 없앴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젼현희 의원 등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애초 특별재판부법 논의가 시작될 때부터 위헌 소지가 가장 크다고 지적됐던 대목은 삭제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든 법무부든 대한변협이든 법원 외부 인사가 재판부 구성을 사실상 결정한다는 점('외부 관여')과 심리가 진행 중인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판사를 강제로 교체한다는 점('판사 교체')이다. '외부 관여'와 '판사 교체' 모두 법원의 독립(헌법 101조 1항), 법관의 재판상 독립(헌법 103조),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해 재판을 받을 권리(헌법 27조 1항),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헌재 2001. 08. 30. 선고 99헌마 496) 등을 중대하게 침해할 수 있어 위헌 논란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전현희 의원 "위헌 소지 없다"…헌법 교과서 설명은 정반대전현희 의원은 18일 기자회견에서 이런 지적에 대해 반박하며 "헌법 규정에 완전히 부합"하기 때문에 "위헌 소지가 없다"고 말했다. 전 의원은 크게 두 가지 주장을 펼쳤다.
(1) 특정 사건에 대한 재판부 배당은 얼마든지 입법을 통해 변경할 수 있는 사안이고, 헌법적 문제가 아니라는 주장이다.
전현희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헌법에는 무작위 배당 원칙 규정 자체가 없다. 법률에도 없다. 법원이 공정한 재판을 담보하기 위해 법원 내부 지침에 의해 무작위 배당해 법관을 지정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무작위 배당 원칙에 어긋나기 때문에 위헌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전혀 사실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2) 법률에 의해 자격을 부여받은 법관이 재판을 담당하기만 한다면, 국회가 입법을 통해 사건 담당 판사를 변경하더라도 헌법 위반이 아니라는 취지의 주장이다.
전현희 의원은 ""헌법 101조에 따르면 '법관의 자격은 법률로 정한다'고 돼 있어 (입법을 통해 사건 담당 법관을 정하는) 전담재판부 설치(법)에는 아무 위헌 소지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학계에서 권위를 인정받는 복수의 헌법학 교과서들을 살펴보니 지금과 같은 상황을 예견이라도 한 듯이 전현희 의원의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내용이 서술돼 있었다.
우선 사건 배당(변경)은 헌법적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내란전담재판부법은 위헌이 아니라는 첫 번째 주장과 관련해 정종섭 전 서울대 법대 교수(현 한국한진흥원장)가 쓴 교과서는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헌법 27조에는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해 재판을 받을 권리가 규정돼 있는데 여기서)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은 개별 사건을 담당할 법관이 법규범에 의하여 사전에 정해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외부의 세력이나 법원 내부의 압력·영향 등에 의하여 사건마다 임의로 법원을 구성하거나 사건을 특정 법원 또는 법관에게만 맡긴다면 재판의 독립성과 공정성은 보장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로 인하여 사건의 배당을 어떠한 방법으로 하느냐 하는 문제는 헌법적인 문제가 된다.
정종섭, 『헌법학원론(제13판)』, 889쪽, 박영사, 2022년. [강조는 인용자]
인용문 자체로도 충분히 설명이 되겠지만, 정종섭 전 교수 교과서에는 "외부의 세력" 등의 영향에 의해 특정 사건을 임의로 특정 법관에게 맡기게 된다면 재판의 독립성과 공정성이 훼손될 수 있다고 설명돼 있다.
따라서 사건 담당 법관을 정하는 법규범이 "사전에" 정해져 있어야 헌법적 가치인 "재판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보장할 수 있다며, 사건 배당 방식은 "헌법적 문제"라고 못 박고 있다.
무작위 사건 배당 원칙은 헌법적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국회가 입법을 통해 특정 사건 배당을 변경하더라도 헌법적 문제가 아니라는 취지의 전현희 의원 주장과 배치되는 설명이다. (이 인용문에서 이어지는 대목에서 정종섭 전 교수는 이와 같은 이유에 따라 도입된 법원의 무작위 배당 규정을 제시하고 있다.)
"법관이 사후에 임의적으로 정해지는 것 방지"해야다음은 법률에 의해 자격을 부여받은 법관으로 재판부를 구성하기만 한다면, 국회가 입법을 통해 이미 진행 중인 특정 사건 재판부를 변경하는 것도 위헌이 아니라는 취지의 두 번째 주장에 대한 반박이다. (위 정종섭 교수 교과서 인용문에도 두 번째 주장을 반박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지만, 다른 교과서에 좀 더 상세한 설명이 있어서 아래에 인용한다.)
(헌법 27조에 명시된)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의 의미는 사법의 본질인 '독립성과 중립성의 관점'에서 해석되고 이해되어야 한다. [중략] '법률이 정한 법관'이란, 개별 사건을 담당할 법관이 법규범에 의하여 가능하면 명확하게 사전에 규정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외부나 법원 내부의 압력·영향 등에 의하여 사건마다 임의로 법원을 구성하거나 사건을 특정 법원 또는 법관에게 맡긴다면, 사법의 독립성과 중립성은 보장될 수 없다. 이러한 이유로. 헌법은 '법률이 정한 법관'이 사건을 담당하게 함으로써, 법원의 관할과 업무분담을 조작하는 방법으로 사법의 공정성을 저해할 위험을 사전에 방지하고자 하는 것이다. 따라서 누가 개별 사건을 '법률이 정한 법관'으로서 담당하게 되는가 하는 것이 법원조직법, 소송법상의 재판관할 규정 및 그에 보완하여 법원의 직무분담계획표에 근거하여 사전에 일반·추상적으로 확정되고 예측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방법으로 담당 법관이 일반적으로 사전에 정해지는 것이 보장됨으로써, 사건에 따라 또는 소송당사자에 따라 법관이 사후에 임의적으로 정해지는 것이 방지되는 것이다.
한수웅, 『헌법학(제14판)』, 940-941쪽, 법문사, 2025년. [강조는 인용자]
한수웅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교과서에는 헌법에 규정된 "법률이 정한 법관"은 담당 재판부가 지정돼 심리가 시작된 '사후에' 만들어진 법률에 의해 지정된 법관이라는 뜻이 아니라는 취지로 설명돼 있다. 헌법에서 말하는 "법률이 정한 법관"은 "사전에" "법원조직법, 소송법상의 재판관할 규정" 그리고 "법원의 직무분담계획표"에 근거해 정해져야 한다는 의미다.
오히려 내란전담재판부법처럼 "사건에 따라" "법관이 사후에 임의적으로 정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헌법이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해 재판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는 것이 한수웅 교수 교과서의 설명이다.
"'법률'이 정한 법관이란 개별 사건을 담당할 법관이 법규범에 의하여 가능하면 명확하게 사전에 규정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2018헌바209)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도 이와 같은 설명을 뒷받침한다. 모두 전현희 의원의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내용이다.
'헌법 수호' 없다면 내란이 내전으로 이어질 것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헌법에 대한 교과서적인 해석에 따르면 이미 진행되고 있는 특정 사건의 담당 판사를 교체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는 한 내란전담재판부법은 위헌 소지가 크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이 때문에 법의 도입 목적과 정반대 상황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내란전담재판부법의 핵심 목적은 내란 혐의 사건 재판을 신속하게 진행하는 것인데, 법이 시행되면 위헌법률심판 제청 등에 의해 헌법재판소의 위헌 여부 판단 절차가 진행될 것이 확실시된다. 헌재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내란 사건 재판은 정지될 수밖에 없다. 재판 절차를 신속하게 하기 위해 만든 법이 오히려 재판을 지연시키는 셈이다. 게다가 헌재에서 위헌으로 판단된다면 내란 사건과 관련된 정치적 혼란은 더욱 증폭될 것이다. 내란 종식에 기여하는 것이 아니라 내란 논란 확산을 돕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뜻이다.
문형배 전 헌법재판관은 특별재판부법과 관련해 불거진 논쟁에 대해 "대한민국 헌법을 한번 읽어보시라. 우리 논의의 출발점은 헌법이어야 한다"고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 인터뷰에서 말한 바 있다. 헌법 교과서를 읽어보면 진행 중인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판사를 교체하는 내란전담재판부법안 핵심 내용이 위헌성이 크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헌법 질서를 무너뜨리려고 시도한 내란죄 피고인들에 대한 사법적 판단이 아무리 중대한 문제라고 해도, 이를 명목으로 헌법에 위배되는 법률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 내란 사건을 세력 확장 기회로 이용하고 있는 양 진영의 극단주의자들을 배격하기 위해서라도, 내란 사건 재판은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에 대한 논란을 피해 가장 헌법합치적인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
'헌법 수호' 없이는 내란이 내전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을 수 없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