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면서 '사자보이즈 발레'로 화제가 된 영상이 있습니다. 발레리노 5명이 갓을 쓰고 춤추는 이 영상은 윤별발레컴퍼니의 '갓'이라는 작품 중 '남흑립' 파트입니다.
지난해 이 발레단이 창단 공연으로 선보인 '갓'은 이전에는 '섹시 놀부 강경호' 영상의 바이럴과 함께, 공연 때마다 매진되는 인기작으로 자리매김했죠. 윤별발레컴퍼니의 윤별 예술감독, '갓'을 안무한 박소연 씨와 함께 이 작품의 흥미진진한 탄생기와 성장기 들어봅니다.
김수현 기자 :
'갓'을 써야겠다는 생각은 어떻게 하게 되신 거예요?
박소연 안무가 :
예전부터 한국적인 소재를 좋아하기도 했고, 넷플릭스 '킹덤'이 떴을 때 독일에 있었는데 유럽에서는 '저 모자 뭐야'
김수현 기자 :
그때 갓이 떴다고 들었어요.
박소연 안무가 :
아마존 같은 데서 '저 모자 어떻게 사' 이러면서 패션에 집중하고. 이게 이쪽에서 신기하고 호기심 있게 볼 수 있겠구나. 다시 한국에서 안무를 한다면 내 발레와 접목시켜서 작품을 만들어야겠다. 이런 생각을 했었어요.
김수현 기자 :
그 말씀 들으니까 신기한 게 '케데헌' 매기 강 감독님도 인터뷰에서 킹덤을 보고 굉장히 인상적이었다는 얘기를 하셨어요.
이병희 아나운서 :
그때 다들 좀 눈여겨보셨나 보다.
윤별 예술감독 :
외국에서 집중이 되려면 저희를 뒤돌아봐야 되는 게, 저희는 너무 익숙하잖아요. 사극마다 나오면 당연한 걸로 알지. 그래서 이걸 소재로 삼을 생각을 단 한 명도 안 한 거예요. 근데 외국을 돌아보면 당연한 게 아니었던 것들이 많아서, 그 파트가 갓이었던 것 같아요.
김수현 기자 :
'남흑립'만 있는 건 아니잖아요. 어떻게 구성이 돼 있는 작품이에요?
박소연 안무가 :
총 9개의 장으로 되어 있는데, 흑립을 여자가 쓰고 나오는 '여흑립', 빨간 갓을 쓰고 나오는 '주립', 놀부를 형상화한 '정자관'이 있고, 외롭게 가는 김삿갓 느낌의 '삿갓', 갓은 아니지만 전통적인 의복을 넣자고 해서 여자가 예식 때 쓰는 '족두리', 보부상들이 쓰는 '패랭이', '남흑립', 선비가 나와서 그림을 그리는 '문인화', 그리고 '갓일' 갓을 만드는 일을 동선으로 구성해서 피날레처럼 구성되어 있어요.
김수현 기자 :
이렇게 해서 1시간 정도 분량.
박소연 안무가 :
약 75분.
김수현 기자 :
윤별발레컴퍼니의 창단 공연이었다면서요.
윤별 예술감독 :
네, 첫 공연입니다. 작년 6월 13, 14일 창단 공연인데 어깨가 되게 무거운 게, 싸이도 '강남 스타일'을 만든 게 최고의 실수라고, 다음 스텝에 너무 부담이 될까 봐. 사실 '갓'은 힘이 들어간 작품이 아니었거든요. 무용수들과 안무와 재미있게 작업했는데 이제 ''갓'보다는 잘해야 돼. 사람들이 얼마나 기대하고 오겠어, '갓' 다음인데' 이럴까 봐.
김수현 기자 :
'갓'의 또 다른 파트도 바이럴이 돼서 굉장히 유명해졌다면서요? 그 스토리가 너무 재밌더라고요.
윤별 예술감독 :
'섹시 놀부'라는 5~7초 되는 한 장면이 바이럴 돼서 600만~700만 뷰 나와서. 표가 안 팔려서 저녁마다 기획팀 톡방에 체크를 하고 잤어요. '몇 장 남았다. 파이팅' 이런 식으로 했는데, 자고 다음 날 일어났는데 매진돼 있는 거예요. 알고 보니 X에서 하루 만에 바이럴이 됐어요. 5초, 딱 한 장면이에요. 사람들이 '이거 어디서 봐' 하면서 찾다가 공연까지 와서.
김수현 기자 :
하룻밤 만에 매진.
윤별 예술감독 :
아침에 기획팀 실장님이 전화로 인터파크 빨리 들어가 보라고, 봤더니 매진인 거예요. 어떻게 대처할 방법도 없이 그냥 매진이었어요. 그 뒤부터 지금까지 저희 컴퍼니 공연 모두 다.
김수현 기자 :
그걸 춤춘 분이 강경호 씨잖아요.
윤별 예술감독 :
사실 강경호 무용수여서 바이럴이 된 것도 있는 것 같아요. 제가 했으면 그냥 놀부였을텐데. (웃음) 저 앞에 '섹시'가 붙으려고 경호가.
김수현 기자 :
'섹시 놀부'라는 말은 그거를 올린 누군가가 이렇게 이름을 붙인 거예요?
윤별 예술감독 :
네, 사실 강경호라는 무용수는 아무도 모르는 무용수였어요. 저는 조금 스타였었고, 작년에 이 댄스 필름을 찍었을 때 원래 그 시퀀스를 제가 찍는 거였어요. 근데 지금 제가 점점 욕심을 버리는 단계거든요. 무대 위보다 무대 밑에서 더 열심히 해보자는 단계여서, '경우야 이리 와 봐, 너 해 봐' 그렇게 바이럴이 됐고 경우는 '이렇게 하면 사람들이 좋아하는구나'를 알고 '스테이지 파이터(이하 '스테파')'에 출연하게 됐고, 찰나의 기회였다면 기회인 거죠. 저도 이렇게 될 줄 몰랐지만.
김수현 기자 :
그게 작년에 찍었던 댄스 필름에 포함됐던 장면인 거예요?
윤별 예술감독 :
네, 맞아요.
김수현 기자 :
초연하기도 전에 예고편처럼 살짝 찍으신 거죠?
윤별 예술감독 :
맞아요. 그래서 의상도 제대로 안 돼 있고 안무도 미숙하고, 막 들어간 찰나에 찍고 싶어서 했는데 찍기를 너무 잘했죠.
이병희 아나운서 :
중간에 잠깐 나오는 그 몇 초 안 되는
김수현 기자 :
근데 그 장면이 굉장히 호기심을 자극하긴 해요. 꽃을 다른 무용수들이 있고 그 안에서 나오잖아요. 그러니까 '섹시 놀부'가 원래부터 제목은 아니었고
윤별 예술감독 :
사실 콘티가 없었는데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 우연에서 나왔던 결과물이어서 더 신기하죠.
김수현 기자 :
'갓' 공연에 가도 똑같은 장면이 있나요?
박소연 안무가 :
전혀 없어요.
윤별 예술감독 :
저것은 그냥 서비스 컷입니다. 예고편.
김수현 기자 :
그렇군요. 근데 그 장면이 너무 멋있어요. 그 앞의 빨간 배경에서 여성 무용수가 춤추는 장면도 멋있고. 저 댄스 필름 때문에 '섹시 놀부'가 떴고 강경호 씨가 '스테파'에 출연하고 하룻밤 만에 공연이 매진이 되고.
윤별 예술감독 :
경호는 스타가 되기 시작했어요. 갑자기 '저 사람 인스타 뭐야' 이러면서 댓글이 몇천 개씩 달리고, 그 기세로 '스테파'에서도 '섹시 놀부'라는 별명을 들고 나갔었어요.
이병희 아나운서 :
그러다가 마지막 '사자보이즈' 폭발. 힘 빼고 만드셨다고 하지만 너무 작품이 멋있어요. 갓이 그렇게 다양한 종류가 있는지도 생각을 못했는데.
김수현 기자 :
조사를 많이 하셨을 것 같아요.
박소연 안무가 :
네, 무형 문화재 박창영 선생님 전시회를 가니까 갓을 직접 만들고 계시더라고요. 하는 것을 계속 앉아서 보기도 하고, 여러 가지 모양들이 있어서 딱 보면 저게 무슨 갓인지 이미지가 그려지잖아요. 그렇게 장면을 구성하면 재미있겠다고 생각해서 만들게 됐어요.
김수현 기자 :
주립이라는 빨간 갓은 누가 쓰는 갓이에요?
박소연 안무가 :
무관들이 왕을 지키면서 하는 춤으로 만들었고요. 그래서 검을 살짝 연상케 하는 동작들도 있고.
김수현 기자 :
지금도 공연을 하고 계세요?
윤별 예술감독 :
사실 이 '갓'이라는 게 스토리가 없어요. 옴니버스 형식으로 춤과 멋에 집중한 작품이다 보니 어디든 들고 다니기가 쉽습니다. 7~8분 길이에 9개 장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상황에 맞게 하고 있는데 사자보이즈를, 사자보이즈가 아니죠, 남흑립을 (웃음) 저도 하도 사자보이즈라고 해서 그렇게 부르고, 거기 나오는 캐릭터 이름으로 부르고 해요. 장난으로 '진우' 막 이래요.
김수현 기자 :
진우는 누구예요? (웃음)
윤별 예술감독 :
경호가 맡고 있지 않을까. 그렇게 장난식으로 하고 있는데, 사자보이즈를 아끼고 있어요, 내년 '갓' 투어를 위해서. 어디서든 볼 수 있는 작품은 지향하지 않는 편이어서 아껴두고 있어요.
김수현 기자 :
내년 '갓' 투어는 어떻게 하세요?
윤별 예술감독 :
2월부터 4월까지 전국 투어로 가고, 지금 처음 말하는 건데 하반기에는 해외 투어를 준비하고.
김수현 기자 :
초청이 오고 있나요?
윤별 예술감독 :
이야기하고 있어요. 구체적으로 말하긴 어려운데 사자보이즈로 접근했다가 '갓'에 매료되세요. 갓이라고 하면 흑립만 생각하게 되는데 '삿갓도 갓이었지, 주립도 있었지' 이런 식으로 매료되면서 '갓' 전체가 갈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어요. 사자보이즈 섭외는 지금 엄청 많이 와서, 조금 더 큰 서바이벌을 가볼까?
사실 '스테파'가 달갑지는 않았어요. 방송 출연이 안 좋아 보일 수도 있고 자극적일 수도 있을까 봐. 근데 단원들이 출연하고 나서 '바뀐 문화가 좋구나.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이 한 번에 유입될 수 있는 방송이'. 몇만 명의 관심을 한꺼번에 받고 공연까지 올 수 있는 것 자체가 되게 좋다는 것을 느꼈어요.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