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들이 18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전원합의체에서 자리하고 있다.
중도상환수수료는 이자제한법상 '간주이자'에 해당하지 않아 같은 법의 최고이자율 제한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첫 대법원 판단이 나왔습니다.
간주이자란 예금, 할인금, 수수료, 공제금, 체당금, 그 밖의 명칭에도 금전의 대차와 관련해 채권자가 받은 것은 이자로 본다는 개념입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재판장 대법원장 조희대)는 오늘(18일) 원고가 피고에게 이자제한법에서 정한 최고이자율을 초과해 받은 돈을 돌려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심 판결이 잘못됐다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습니다.
이번 소송 사건은 분양 사업을 하는 A 사가 투자자문사 B 사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 C 사로부터 68억 원을 대출받기로 하는 약정을 체결한 데서 시작했습니다.
약정에는 A 사가 변제기 전 조기상환을 하는 경우 상환 금액의 1%에 해당하는 돈을 중도상환수수료로 지급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됐습니다.
C 사는 A 사에 대출금 68억 원에서 선이자 등을 공제하고 약 55억 원을 지급했습니다.
A 사는 변제기 전 68억 원을 전부 상환하면서 중도상환수수료로 2천881만 원을 지급했습니다.
이후 A 사는 이자제한법에서 정한 최고이자율을 초과한 금액을 돌려달라며 C 사를 상대로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습니다.
B 사와 직원 D 씨를 상대로는 이자제한법 위반행위에 가담한 불법행위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며 같은 금액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소송에서는 중도상환수수료를 간주이자로 보고 이를 포함해 이자제한법의 최고이자율을 적용시켜야 하는지가 쟁점이 됐습니다.
계약상 이자가 최고이자율을 초과하는 경우 초과 부분은 무효로 처리됩니다.
앞서 1, 2심은 중도상환수수료는 대출 약정의 대가이므로 이자제한법상 간주이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중도상환수수료가 간주이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판단을 뒤집었습니다.
대법원은 "중도상환수수료는 금전대차의 대가로 보기 어려우므로 이는 간주이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면서 "이는 채무자의 기한 전 변제로 인한 손해에 관한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본래적 의미의 금전대차의 대가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중도상환수수료 약정은 돈을 미리 갚을 경우 그 손해와 손해액 증명의 어려움을 피하기 위해 손해배상액을 미리 정해놓은 것으로 금전대차의 대가로 보기 어렵다는 취지입니다.
대법원은 "중도상환수수료가 이자제한법상 간주이자에 해당하면 최고이자율이 적용되고 형사처벌로 직결될 수 있으므로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면서 "중도상환수수료가 대부업법에 따른 간주이자에 해당한다고 본 다른 대법원 판결은 대부업법의 특수성을 반영한 것으로 이자제한법이 문제되는 이 사건과는 다르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자제한법은 개인 간의 대출에, 대부업법은 대부업체 등 금융기관이 제공하는 대출에 적용돼 대출을 제공하는 주체에 따라 다르게 적용되는 점을 짚은 겁니다.
그러면서 대법원은 "원고가 피고에 지급한 중도상환수수료는 이자제한법상 간주이자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최고이자율 제한에 관한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원심은 중도상환수수료가 이자제한법상 간주이자에 해당해 최고이자율 제한에 관한 규정이 적용된다고 본 잘못이 있다"고 보고 원심 판결을 파기했습니다.
앞서 대법원은 중도상환수수료가 대부업법상 간주이자에 해당하므로 대부업법상 최고이자율 제한 규정이 적용된다고 판결 내린 바 있습니다.
하지만 중도상환수수료가 이자제한법상 간주이자에 해당해 같은 법의 최고이자율 제한 규정이 적용되는지에 관해서는 판례가 없었습니다.
개인 간의 대출에 적용되는 이자제한법에 따라 금전대차에 관한 계약상의 최고이자율은 연 25%를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고 있고, 현재는 연 20% 수준으로 적용됩니다.
이번 판결은 중도상환수수료가 이자제한법상 간주이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한 최초의 판결로, 중도상환수수료가 이자제한법에 따른 간주이자에 해당하려면 금전대차의 대가로 볼 수 있어야 하나 금전대차의 대가로 보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또 대법원은 대부업법 관련 판례는 이자제한법과 구별되는 대부업법의 특수성을 반영한 것이므로 이 사안과는 구별해야 한다고 봤습니다.
중도상환수수료를 이자제한법상 간주이자로 본다면 일률적으로 최고이자율 제한이 적용되고, 이에 따라 과도한 사적 자치의 제한이 있을 수 있단 겁니다.
개인 간 대출 거래 자체가 위축될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됐습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