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노인 부부 가구에 기초연금을 20%씩 깎던 '부부 감액' 제도를 손보기로 했습니다.
특히 생활이 더 어려운 저소득층 노인 부부부터 단계적으로 감액률을 낮추는 방안이 추진됩니다.
이는 부부라는 이유만으로 기초연금이 깎여 생활고를 겪는 취약계층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조치로,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 이행 차원에서 본격적인 제도 개선 논의가 시작될 전망입니다.
오늘(17일) 보건복지부가 국회에 제출한 '주요 업무 추진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는 국회 연금특별위원회 논의를 통해 기초연금 부부 감액을 단계적으로 축소하는 방안을 마련할 계획입니다.
구체적인 예시로 소득 하위 40%에 해당하는 노인 부부를 대상으로 현재 20%인 감액률을 2027년까지 15%, 2030년에는 10%까지 낮추는 방안이 제시됐습니다.
기초연금 부부 감액 제도는 두 사람이 모두 기초연금을 받을 경우 혼자 사는 노인과의 형평성을 고려해 각각의 연금액에서 20%를 깎는 제도입니다.
부부가 함께 살면 주거비나 수도·전기요금 등 생활비를 공동으로 부담해 비용이 절약된다는, 이른바 '규모의 경제' 원리를 바탕으로 합니다.
하지만 이 제도가 오히려 가난한 노인 부부의 생계를 위협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습니다.
이런 정부의 계획은 대통령 직속 국정기획위원회가 공개한 '국정과제 이행계획서'에도 포함돼 있어 제도 개선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엿볼 수 있습니다.
다만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상당한 재원이 필요하기 때문에 세부 방안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며 재정 부담을 고려한 점진적 접근을 시사했습니다.
최근 국민연금연구원이 공개한 '기초연금 부부 감액 수준의 적정성 평가'보고서는 이런 정부의 정책 방향에 중요한 근거를 제공합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현행 20% 감액률은 전체 노인 가구를 평균적으로 볼 때 과도하지 않은 수준으로 나타났습니다.
실제로 기초연금을 받는 부부 가구의 월평균 소비지출은 단독가구의 약 1.22배로, 제도가 가정한 1.6배보다 오히려 낮았습니다.
평균적으로 보면 현재의 감액률이 합리적이라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평균의 함정'에 있었습니다.
소득과 자산이 가장 적은 최하위 계층에게는 이 감액 제도가 심각한 생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었습니다.
분석 결과, 소득 하위 20%(1분위)에 속하는 노인 부부 가구의 월평균 소비지출은 단독가구보다 1.74배나 높았습니다.
이는 제도의 이론적 기준인 1.6배를 훌쩍 넘어서는 수치로, 20% 감액된 기초연금만으로는 생활비를 감당하기 벅차다는 현실을 보여줍니다.
특히 자산 하위 20% 부부 가구는 보건 의료비 지출이 단독가구의 1.84배에 달하는 등 특정 항목에서 지출 부담이 훨씬 컸습니다.
평균적으로는 합리적으로 보이는 제도가 정작 기초연금의 도움이 가장 절실한 최빈곤층 노인 부부에게는 '벌금'처럼 작용하는 역설이 발생하고 있었던 셈입니다.
이번 연구 결과와 정부의 추진 방향은 기초연금 부부 감액 제도 개선 논의가 '단순 폐지'나 '일괄 축소'가 아닌, '취약계층을 우선 보호하는 정교한 보완'으로 나아가야 함을 시사합니다.
보고서를 작성한 김만수 부연구위원은 "노인 인구가 증가하며 소득·자산 수준이 다양해지고 있어 단순히 부부 감액 제도만으로 형평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며 "기초연금이 실질적인 공공부조 역할을 하려면 저소득·저자산 부부 가구 등 취약계층에 대한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대통령의 공약과 정부의 추진 계획,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연구 결과가 나온 만큼, 국회 연금특위를 중심으로 한 제도 개선 논의는 더욱 속도를 낼 전망입니다.